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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 | 타생지연 |
| ★ 평점 | 9.99 점 |
| ⚇ 조회수 | 3,524 회 |
[2]
아침에 일어나 보니 홈페이지의 새 게시물에 꾸꾸의 댓글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꾸꾸 : 정국이 잘생겼다.'
'꾸꾸: 사진 너무 많이 찍지 마. 많이 찍으니까 업뎃 시간이 오래 걸리네.'
'꾸꾸 : 밤새는 건 아니지?'
헐. 맞다. 꾸꾸한테 연락하는 걸 잊었어. 기다린다고 했었는데 말이야. 나는 황급히 일어나 꾸꾸의 댓글에 답을 달았다.
'ㄴ햄: 미안. 나 그대로 잠들어 버려서. 너무 피곤했어. 기절하듯이 잤다.'
'ㄴ꾸꾸 : 난 진짜 기다렸는데.'
꾸꾸의 답은 정말 금방 왔다. 진짜 나를 기다린 것처럼 말이다.
'ㄴ햄: 진짜 미안. 설마 밤 샌 건 아니지?'
'ㄴ꾸꾸 : 밤 샜어.'
'ㄴ햄: 진짜?'
'ㄴ꾸꾸 : 밤 새 할 일도 있어서. 그런데 틈틈이 기다렸어.'
'ㄴ햄 : 밤 새 일을 해?'
'ㄴ꾸꾸: 응. 쉬는 날이 없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
'ㄴ햄: 직업이 뭔데?'
'ㄴ꾸꾸 : 비밀.'
꾸꾸는 참 비밀이 많은 친구야. 밤새서 일 하는 직업이 한두 개는 아니지만 궁금하다.
'꾸꾸 : 그것보다 이번 팬 싸인회 티켓 받았어?'
'ㄴ햄 : 아직 티켓팅 날짜 안 됐잖아.'
'ㄴ꾸꾸 : 아, 아직이구나. 티켓 못 구했으면 주려고 했는데.'
'ㄴ햄: 아직 풀리지도 않은 표를 어디서 구해?'
'ㄴ꾸꾸 : 음, 내가 아는 사람이 방탄소년단 쪽에서 일해서 구했어. 미리.'
'ㄴ햄 : 헐. 대박. 완전 부럽다.'
'ㄴ꾸꾸 : 맨 앞자린데. 너 줄게.'
'ㄴ햄 : 너는 어쩌고?'
'ㄴ꾸꾸 : 난 또 달라고 하면 돼.'
'ㄴ햄 : 우와. 진짜? 진짜 고마워.'
'ㄴ꾸꾸 : 항상 와줘서 내가 고맙지.'
'ㄴ햄: 응? 뭐가 고마워?'
'ㄴ꾸꾸 : 아, 정국이 사진 찍어주잖아. 멋지게.'
'ㄴ햄 : 에이. 그건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 걸.'
'ㄴ꾸꾸 : 그래도 고마워. 좋아해줘서 고마워.'
꾸꾸는 남팬이지만 정국이에 대한 애정이 엄청난 것 같다. 사진을 예쁘게 찍어주는 게 고맙다고 티켓까지 구해주다니 말이다. 정말 요즘 행복한 일이 너무 많은 것 같아. 티켓팅 걱정도 안 해도 되겠구나. 거기다가 맨 앞자리라니. 더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겠어. 기쁘다. 나는 한층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팬싸인회 날만 기다렸다. 팬싸인회날이 다가 올 수 록 나와 꾸꾸의 우정은 더욱 두터워져 갔다.
꾸꾸 덕분에 팬싸 앞자리를 턱하니 차지할 수 있다니. 팬싸로 가는 길도 마음이 편하다. 더군다나 오늘은 꾸꾸의 실물도 보기로 했기 때문에 평소보다 외모에 더 신경을 썼다. 그래도 팬싸인회 티켓까지 구해줬는데 밥 정도는 사야지.
'꾸꾸 : 도착했어?'
'ㄴ햄 : 방금 도착했어. 아슬아슬했다.'
'ㄴ꾸꾸 : 안 보여서 걱정했어.'
'ㄴ햄 : 너도 와있어? 몇 번째 좌석인데?'
'ㄴ꾸꾸 : 내가 아는 척 할게.'
'ㄴ햄 : 응!'
정말 오늘은 꾸꾸를 만날 수 있구나. 동갑내기 친구니까 불편하거나 하지 않을 거야. 근래에는 밤을 새면서까지 대화를 나눌 정도로 꾸꾸와 내 사이는 많이 가까워졌다. 그래서 인지 떨리는 마음도 있었지만 기대되는 마음이 더 컸다. 팬싸인회장 안으로 들어서서 내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지만 사람이 많아서 꾸꾸를 찾기는 조금 곤란했다. 분명히 아는 척 한다고 했는데 어디에 있는 걸까.
"다들 밥 먹고 왔어요?"
"정국아. 나는 밥 먹었어!"
"나도!"
"정국이는 밥 먹었어?"
정국이는 한창 팬들의 식사여부를 묻고 있었다. 정국이는 참 다정하다니까. 그러고 보니까 꾸꾸도 매번 밥 먹었냐고 잘 물어봤었는데. 나는 정국이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카메라를 들고 정국이의 모습을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꾸꾸가 준 표 값은 해야지.
"홈마 햄님도 밥 드셨어요?"
"네?"
"와. 대박. 정국이가 홈마님도 알아."
"아, 까먹었는데."
"맞아. 저 홈마 햄님이랑 친구하기로 했거든요. 어차피 동갑이라서."
"정국아. 나랑도 친구 해!"
"나도!"
누가 덕계못이라고 하였던가. 나는 이렇게 덕후생활 몇 년만에 계를 타는데. 이것도 다 꾸꾸덕분인 것 같아. 맨 앞자리 표를 구해줘서 정국이 눈에 들 수 있었던 거겠지.
"항상 밥 먹고 다녀."
다정한 정국이의 눈길에 나는 볼이 화끈거리는 걸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정국이는 나에게서 눈을 거뒀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요?"
"네!"
태형이의 활기찬 목소리와 함께 팬 사인회가 시작되었다. 초반에 사인을 받아야하니까 사인을 받는 동안 꾸꾸가 나를 발견할 수 있을거야. 그 뒤에 연락을 해보면 되겠지. 남팬이 흔한 것도 아니니까 내가 먼저 찾을 수도 있는 거고. 나는 평소보다 이른 내 순서에 사인을 받기 위해 앞으로 나갔다.
"또 왔네요? 홈마 햄님?"
"또 만나네요."
"요즘 정국이가 핸드폰에서 눈을 안 떼던데."
"그래요? 왜요?"
"홈마 햄님이랑 연락하는 거 아니었어요?"
"저랑요? 제가 어떻게 정국이랑 연락을 해요. 번호도 모르는 사이인데."
"어라. 그럼 누구랑 연락한 거지? 분명히 햄님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뭐야. 정국이 여자 생겼나! 대체 누구랑 연락을 하는 거지! 정국이도 언젠가는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야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질투 나는 건 어쩔 수 없구나. 하긴 나도 꾸꾸님이랑 연락하면서 정국이 연애만 막는 건 이기적이지만.
"제가 말실수를 했나 봐요. 비밀로 해줘요. 정국이랑 친구했다면서요."
"그렇게 할게요."
"고마워요."
정국이가 연애라니.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인을 받다보니 정국이 앞에 와있었다.
"드디어 보네."
"저번에도 봤는걸."
"그런가. 그래도 오늘이 정식이지!"
"정국아. 요새 너 연애해?"
"그건 왜?"
"그냥 우리 친구하기로 했으니까 연애하는 거면 먼저 말해줘. 나도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거든."
"마음을 왜 정리하는데?"
"그야. 너를 보내 줘야하니까."
"왜 보내? 보내지 마."
"그래도 너한테 연인이 생긴다면 질투가 난다고. 팬이라는 입장이지만 그래도 질투 나는 건 어쩔 수 없어."
"그럼 네가 연인해."
"뭐?"
네가 내 여자 친구해. 정국이는 아주 아무렇지 않게 나에게 여자 친구를 하라고 말한다. 이것 또한 팬서비스겠지만 나는 설레고 만다고. 그렇게 잘생기고 귀엽고 다 하는 얼굴로 고백 비슷한 말을 막 내뱉지 말란 말이야!
"치사해."
"뭐가."
"매번 나만 설레고. 이게 팬의 운명일까."
"아냐."
나도 설레는데. 햄이가 내 사진 찍어주는 거. 정말 나는 정국이가 연애를 한다고 해도 이 천사 같은 아이를 응원할 수밖에 없을 거야. 어쩌면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예쁠 수가 있을까.
"이제 넘어가야겠다."
"맨 앞줄이라서 잘 보여. 앞으로도 그 자리에서 봐."
"저 자리, 이번에는 지인 덕분에 운 좋게 구했지만 원래는 구하기 엄청 어려운 거야."
"또 구해주면 되잖아?"
"뭐?"
"이제 넘어가 주세요."
정국이의 마지막 말을 다 이해하기도 전에 내 순서가 지나버렸다. 정국이는 만나면 만날 수 록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한다. 비밀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해야 하나. 꼭 꾸꾸같이 말이야.
'햄 : 꾸꾸야. 어디 있어? 오늘도 나 안 볼 거야?'
그러니까 오늘은 꾸꾸를 꼭 만나서 밥도 먹고 카페도 가서 수다도 떨고 말 거야! 나는 정국이를 카메라에 담는 것조차 잠시 잊고 꾸꾸의 답을 기다렸다.
'ㄴ꾸꾸 : 나 아는 척 했는데.'
'ㄴ햄 : 언제? 난 본적도 없는데.'
'ㄴ꾸꾸 : 나랑 대화도 했는데?'
'ㄴ햄: 내가? 너 꿈 꿨어?'
'ㄴ꾸꾸 : 아닌데. 진짜인데. 밥 먹었냐고도 물어봤잖아.'
뭐? 나한테 밥 먹었냐고 물어본 사람은 정국이 밖에 없는데. 나는 자연스럽게 정국이에게로 눈을 돌렸고 핸드폰을 바라보다 나를 마주보며 싱긋 웃는 정국이를 마주할 수 있었다. 에이. 설마. 단순히 타이밍이 맞은 것 뿐일 거야. 정국이가 꾸꾸일리 없잖아.
'ㄴ꾸꾸 : 저번 앨범이랑 이번 앨범 사인 맞춰봐.'
나는 황급히 정국이가 앨범에 싸인해 준 부분을 찾았다. 지난번에는 From. 꾸라고 되어있고 이번에는 From. 꾸라고 쓰여 있었다. 잠깐만. 둘을 합치면 꾸꾸? 그럼 진짜 전정국이 꾸꾸? 나는 다시 정국이를 바라봤고 정국이는 핸드폰을 만지작댔다.
'ㄴ꾸꾸 : 방금도 눈 마주쳤는데.'
나는 전정국의 홈마였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나는 전정국과 진짜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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