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fox doesn't know love
19. White Fox



유여주
-감독님,저 오늘 촬영 못갈것같아요.


유여주
-촬영에 지장되는일은 없죠?

감독
-여주씨 어디 아파요?목소리가..


유여주
-감기가 독하게 걸린 것 같네요..

감독
-..푹 쉬시고 다음에 뵈요..빨리 낫어요,우진씨 오늘 여주씨 안오냐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감독
-우진씨한테 연락 안드렸어요?


유여주
-아..걱정할까봐요..


유여주
-우진이한테는 말하지 말아주세요,미팅 있다고 대충..

감독
-네,작가님 몸 사리세요ㅠ

-뚝

_거짓말이다.

_지금은 가장 위험한 시기.

_원래 24시간에 한 알 복용하는 여우구슬을 6시간 간격으로 복용해야하는 주기이다.

-🎶


전웅
-여주야,오긴 했는데 여우구슬이 아직 없대,이틀이면 되니까 일단 문 잠그고 밖에 나오지 마.


유여주
-어..고마워.

-뚝

_어떻게 딱 맞춰서 팔리는지..

_저번같은 일은 없어야할텐데.



_날카로운 이빨,


_하얀 대리석에 튄 붉은 피.

_이성을 잃어 본능에 의지한 채 참아왔던 식욕을 채운다.


전웅
여주야,


전웅
여주야 정신차려.


전웅
입,벌려

_웅이 굳게 다물고있던 입을 억지로 열어 여우구슬을 집어넣는다.


전웅
하..피냄새..

_소 피 특유의 진득한 비릿내가 코를 찌른다.

_그 날 내가 먹어치운 소는 20마리.


유여주
...


전웅
너 옷 갈아입어.


전웅
피 다 튀었네..


전웅
너 진짜 어떡하려고 그래,그러게 구슬좀 제 때 제 때 먹으랬잖아.


유여주
돈으로 물어,돈 많잖아.


전웅
하..생명이 그렇게 쉽게 얻어지는건줄-


전웅
아니지,..그래,그렇게 해서 다음엔 어떡할껀데?


전웅
제가 배고파서 먹었는데 배상해드릴게요^^


전웅
이럴까?


유여주
야,튀어.


전웅
아니 현실적으ㄹ-

_인기척이 들려 웅의 입을 막고 풀숲으로 숨었다.

_외양간의 주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자빠졌다.

_웅의 손을 잡고 푸른 밭을 미친듯이 달렸다.

_웬지모르게 행복감이 밀려왔다.



전웅
야,우리 도망가도 돼?


유여주
알빠야,저사람도 도둑이야.


유여주
소 20마리,다 훔친거라고.


전웅
뭐?


유여주
몰라,일단 뛰어!

-

...

_들여다본 거울엔 노랗게 빛나고있는 금안과

_대신 말해줄 것 같은 귀가 튀어나와있었다.

-🎶


유여주
-네,감독님.

감독
-여주씨..미안한데 대본이 가을씨꺼랑 여주씨 본 대본이랑 바뀐 것 같거든요..?

감독
-혹시 사무실에 갖다놔주실 수 있어요?

감독
-아,제가 여주님 댁 찾아가는게-


유여주
-아,아니요! 제 실순데 제가 갔다놔야죠.


유여주
-집도 그리 멀지 않잖아요,지금 갔다놀게요.

감독
-네ㅠㅠ 감사해요

-뚝


유여주
하...뭐..모자 눌러쓰면 안보이겠지?

_정말 회사 사무실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_모자를 눌러쓰고있던 탓일까 답답해져 건물 옥상으로 올라와 바람을 쐤다.

_누가 볼까 게 눈 감추듯 모자를 더 눌러쓰곤 겉옷 지퍼를 내렸다.

_지퍼를 내리는 것 만으로도 바람이 통해,기분이 한결 후련해진다.


박우진
유여주?

_우진의 목소리에 모자 챙을 더 내려 눈을 감췄다.


박우진
너 아프다며,괜찮아?


유여주
어떻게 알았어?


박우진
감독님이랑 통화하는거 들었지.


박우진
너..화났어?


유여주
화나긴


박우진
왜 눈을 못마주쳐?


박우진
아,기사 올라온것때문에 그래?


박우진
내려달라고 부탁해볼게.


유여주
화 안났어.


박우진
그럼 왜 눈을 안마주쳐.

_우진의 말투가 낮게 변했다.


박우진
아픈건 말 해야지.


박우진
왜이렇게 미련해?


박우진
아픈걸 알아야 약을 사오던 간호를 해주던..


박우진
하다못해 전화라도 해보잖아.

_손목을 잡아오는 우진의 손을 뿌리치고 말한다.


유여주
나 너 싫어.


박우진
그때랑 똑같네.


유여주
맞아.


유여주
오해라면서 설명해줄 때, 귀에 들어온 말? 단 한단어도 없었어.


유여주
난 니가 나 좋다고 할 때 마다 니 위선이 짜증났다고.


박우진
너 술마시고 나 좋다고 했잖아.


박우진
그것도 뻥이야?


유여주
주사.


유여주
미안해,내 주사가 개같은것도 다 좋아보이는거라서.

_아닌데.

_네가 정말 좋은데 이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워서 말이 헛나오나봐.

_이 곳을 벗어나려 발걸음을 떼지만

_우진이 놓았던 손을 잡아온다.


박우진
말이 심하네.


박우진
위선이 뭐냐.

_같은 거리에 있던 나를 힘을 주어 당겨 자신의 앞으로 끌어온다.


박우진
너 처음만났을때 내가 뭐라고 했어,


박우진
노력해보겠다고 했잖아.


박우진
사람 성의 무시해?마음 주고 매일 너만 생각하는게 어디 쉬운줄 알아?


박우진
그냥 싫다고 하지,넌 매번 잔인하게 말하더라.


유여주
...


박우진
입이 있으면 말이라도 해,눈이라도 마주치라고.

_우진의 목소리가 떨리는게 느껴진다.

_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박우진
미안해.


박우진
근데 눈만 마주치자,그럼 깨끗하게 포기할게.

_일났구나.

_우진이 허리에 손을 감더니 모자 챙을 잡고 모자를 조심스레 벗겼다.


유여주
미치겠네.

_우진이 본 모습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_자신의 인연이라며 열심히 찾던 그 여자가 눈 앞에 있는데

_소20마리를 피를 빨고 간을 도려내 죽인 여우가 자신의 앞에 있는데.


박우진
..너구나.


박우진
너였구나.


박우진
예쁘네,눈.


유여주
어..?

_몸에 힘이 풀린 그의 앞 괴물은 결국

_청량한 눈망울을 가진 여우로


_펑.


박우진
미쳤네.

_가늘고 유연한 몸으로 건물 밖을 도망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