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수 없지만 사랑하고 싶은
1화-나의 이야기


2092년 12월 4일

유리관 속에서 태어난, 아니

'만들어진' 아기

만들어지자마자 온통 흰색뿐인 건물로 옮겨진 그 아이는 하루 동안 분석된 지능과 적성을 통해

소설가로 분류되었다

잠도 못 자고 한참 검사를 받은 탓에 유난히 예민해져 있던 아기의 귀에 들려온 사이렌

바로 그 사이렌이 모든 비극의 시작이었다

아직 아홉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였던 나는

경쟁에 경쟁을 거듭하는 치열한 사회에서 또 하나의 경쟁자가 돼야만 했다

한 직업에서도 등급이 있었다

주제 하나를 주고 글을 쓰게 한 다음

그 글의 등급을 나누어서 알파, 베타, 감마 등급으로 학생들을 보냈다

그런데 감마 등급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학생들이 종종 나왔다

그런 학생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곤 했기에

당연히 학생들은 엄청난 노력을 들여 경쟁했다

나는 알파 등급의 김석진...

하지만 내가 언제까지 알파 등급일지 모른다

만약 뒤에서 베타나 감마 학생들이 치고 올라와 버리면

내가 그 베타나 감마 학생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렇게 계속되는 경쟁 속에 치열하게 살던 나였지만..

나를 바꾼 한 사람을 만났다


여주
이거 먹을래?

벚꽃잎이 떨어지던 날 내게 다가와 아이스크림 하날 조심스레 건넨 네게 난 어떤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이 사회에서 사랑은 좋은 시선을 받지 못했다

손을 잡고 거리를 걷는 커플을 보면 모두들 노려보거나 작게 욕짓거리를 내뱉곤 했다

때로는 프로그램 N에 적응하지 못한 인생을 포기한 사람들이 아예 커플들을 구타하기까지

금지된 사랑은 아니었지만 남자와 여자의 정자와 난자를 갖다 붙여 아기를 만들뿐

아기들이 사랑을 통해 생기지 않았기에

사랑은 언젠가부터 쓸데없는 짓으로 인식받고 있었다

그럼 내가 사랑하는 여주에게 피해가 가는 거니까 나는 여주에게 다가갈수 없는 거겠지?

여주가 날 어떻게 생각할지는 미지수지만...

확실한 건 내가 여주를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여주는 나의 지루한 삶에 한줄기 빛이 되어 주었단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