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ondong Jagung Karamel
04


카라멜 팝콘 [Caramel popcorn]

04

...


오여주
"엄마는... 힘든거 좀 시키랬더니."

내일 주민센터에 제출할 서류가 있다며 피시방 가서 뽑아와 줄 수 있냐는 엄마의 부탁에 힘없이 집을 나선 나는 혹여 엄마 혼자 무거운 거라도 옮기다 다칠까 싶어 걱정되는 마음에 걸음을 부축였다.

그렇게 빠른 걸음으로 금방 도착한 집 근처 피시방.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미 눈 앞에 보이는 자리들은 가득 차있었다.

결국 키오스크로 다가가 빈자리를 확인하고 비회원으로 한시간만 끊어 정해진 자리로 향했다.

조금은 구석진 곳까지 걸어 들어오자 보이는 빈자리 딱 하나.

내가 들고 있던 표에 표시된 번호 99번 자리였다.

한시라도 빨리 끝내고 가야겠단 생각에 컴퓨터 전원 버튼부터 누르고 앉은 나는 전원이 켜지는 동안 엄마가 뽑아오라고 했던 서류가 무엇인지 메모해 온 걸 다시 확인해 보고 있었다.

그때

"초코맛으로 사가면 돼? 알겠어~ 또 먹고 싶은 건 없어?"

왼쪽 귀를 녹일 듯 들려오는 달달한 소리에 절로 고개가 돌아가 버렸다.

그러자 보이는 한 남자.

하얀 피부에 높은 콧날,

옆모습만 살짝 보아도 잘생긴 한 남자가 세상 다정한 목소리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의도치 않게 감상 아닌 감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분명 남자와 마주하고 있지 않음에도 어디선가 느껴지는 강렬한 시선에 눈을 살짝 돌려 보았다.

그러자 보이는 남자의 어두워진 모니터 화면으로 비춘 나의 모습과 그 화면 속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남자.



오여주
"어휴... 화면이 왜 이렇게 안 켜지냐..."

굉장히 당황했지만 티내지 않으려 좌우로 기지개를 피곤 자연스럽게 시선을 내 자리에 모니터로 옮겼다.

절대 들키지 않았을거라고, 절대로 어색하지 않았을거라고 굳게 믿고 다시 내 모니터에 집중했다.

그렇게 비회원 번호를 치고 로그인을 하자 부팅을 위해 잠시 어두워지는 화면.



오여주
"엄마!!"

나의 모니터 화면이 어두워지자 남자의 얼굴이 비춰졌다.

고개를 내쪽으로 빼서 빤히 쳐다보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 남자.

어디서 부터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오여주
"저, 보려고 본 게 아니라..."

그 순간.

와락-!!

나의 해명이 제대로 시작되기도 전에 누군가 달려와 백허그하듯 남자를 안아버렸다.

남자도 놀란 눈치지만, 더 놀라버린 나는 몸을 크게 움찔거리며 남자를 끌어안은 여자를 바라보았다.


오여주
"어?"



이영서
"오여주?"

남자를 끌어 안은 이는 다름이 아닌 영서였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놀란 눈으로 내 앞으로 성큼 다가오는 영서.


이영서
"뭐야 여주? 아까 내가 놀자고 할 때는 엄마 도와줘야 해서 못 논다면서... 여기서 게임하고 있던거야?"

서운함 가득 담긴 영서의 표정에 당황한 나는 양손을 휘젓다가 폰에 적어온 메모를 영서에게 보여주며 다급한 해명을 해야만 했다.


오여주
"그런거 아니야, 엄마 심부름 온거야!"


이영서
"진짜?"


오여주
"진짜!"

내 말에 입술을 삐쭉 이다가 나와 옆자리 남자를 번갈아 돌아보는 영서.

영서는 이내 나와 남자 둘 다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물었다.


이영서
"그럼 둘이 방금까지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 나 다 봤어. 원래 아는 사이라도 되는 거야?"


오여주
"아니?"

내가 먼저 대답했다.


아무리 봐도 이 남자가 영서의 남자친구가 분명한데 시큰둥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는게 너무나도 이상했다.

영서는 내 대답만 들은게 시원치 않았는지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추궁하듯 물었다.


이영서
"넌 왜 대답이 없어 최연준"

벌떡-

남자는 영서의 질문에 아무 말 없이 컴퓨터를 종료 시키더니 자리에서 짐을 챙겨 일어났다.

그렇게 훤칠한 키를 자랑하며 일어난 자세로 나를 내려다보며 드디어 입을 여는 남자.

"너, 전학생 맞구나."

"재현이 말이 진짜네..."

그 말을 끝으로 그대로 내 옆을 지나쳐 가버리는 남자.

영서는 어이 없다는 듯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입술을 꾹 깨문 채 애써 웃어보이던 영서는 남자가 대충 돌려놓고 간 의자를 정리하더니 나를 향해 말했다.


이영서
"재현이가 연준이한테 너 얘기 했나보다. 원래 남한테는 말도 안 거는데... 나 먼저 가볼게!"

그 말을 끝으로 다급하게 나가버리는 영서.

짧은 말 이였지만 마치 건들지 말라고 선전포고 하는 것처럼 느껴진건 기분 탓일까...

폭풍처럼 몰아치고 지나가버린 일들에 정신이 혼미해져 있을 때 쯤...


오여주
"연준?"

익숙한 단어에 기억을 되새겨보자 떠오르는 오늘 점심에 재현이와 영서의 대화내용.

분명히 '연준'이란 사람이 잠을 자느라 밥도 굶는다는 주제로 대화를 했던게 생각이 났다.



오여주
"삐쩍 안 말랐네?"


자까
연준이 얼굴이 다 한 회차입니다.


자까
오늘의 한줄 평. 연준이 잘생겼다.



명재현
나는?


자까
재현이두 당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