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o pattinare

Amo pattinare


우리의 추웠던 여름날에게Gravatar
그 아이는 한 없이 외로웠던 아이였다.

“이제 그만하고 들어가서 자지?”
“이건 다 봐야해”
걘 훈련이 일찍 끝난 날에는 앉아서 늦게까지 피겨 영상을 보았다. 맨날 같은거. 질리지도 않는지 계속 그랬다
근데 딱히 집중해서 보는 것 같진 않고 시간 때우기 용 느낌이었다.
“나 먼저 잘게”
“응”



“아니에요 선배 가요”
선수랑 기자는 어느 정도 거리가 필요하다 난 그 애랑 거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저희 다음 경기때 봐요ㅎ”
네 표정을 볼 자격도 자신도 없어서 채은언니랑 지민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넌 어떤 표정이었을까..? 아마 화난 표정에 나같은 애에 환멸났겠지

“한여….하..”
그 애도 그냥 저렇게 말하고 말았다. 


“여주야 타 데려다줄게”
“네ㅎㅎ감사합니다”

데려다 주겠다는 남준선배 말에 얼른 차에 올라탔다
근데 엄청 뻘쭘하게 정적이 유지되었다

“김태형 선수님 너무 멋지지 않아?”
“선배 그 선수 팬이에요?”
“…응ㅎ”
내가 살다살다 김태형 팬도 보네 속으로 웃었다 
“여주는 어때? 좋아하는 선수 없어?”
“딱히..”
“음..”
“이상하죠? 스포츠부 기자가 좋아하는 선수도 없고”
“전혀! 그럴 수도 있지”

“내일 뵈요”
“잘가”




“야 한여쥬”
“언니?”
“내가 너네집 앞에서 얼마나 기다렸는데”
“왜 왔어?”
“한 잔하자고”

그러면서 채은 언니는 손에 든 비닐봉지를 흔들었다

“그래”


“넌 진짜 미련 없냐?”
“ㅎㅎ없엏ㅎ”
“왜? 왜에에? 걔가 너한테 엄어어청 잘해줬는뎅ㅎ”
“언니…”
“응?”
“난 걔가 싫어”
“뭐래ㅎㅎ미련 뚝뚝 연인 가튼뎅ㅎ”
“내가 취한 언니랑 뭔 말을 한다고”

발음은 다 뭉그러지고 정신도 없는 것 같은 언니를 방에 옮겨두고 거실로 걸어나왔다

나랑 걔랑 함께 할 수 없는 이유야 수 없이 많다
걘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이라면 난 그저 가난뱅이 엑스트라에 불과하다 한 편 나오고 짠함을 주는 
그래도 내 욕심에 그걸 깨고 걔 옆에서 함께했다 이렇게 될 걸 예상했었으나 눈, 귀 다 막고 모른 척했었다


내가 걔를 싫어하는 이유 

내가 피겨를 그만두어야만 한 이유


피겨를 그만두고 링크장을 떠나던 그날 그냥 사라질려고 했다 걔 인생에서도 이 세상에서도 
그래서 링크장을 나와 옥상에 올라갔고 이 쫄보 ㅅㄲ는 무서워서 뛰어내리지 못하고 그냥 목이 터져라 악을 쓰며 울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걘 내 모습을 다 지켜보았다고 하더라 
나한테 버림받던 그날까지도 김태형은 바보같이 그랬단다. 
김태형은 너무 바보 같아서 싫다

우리 집이 사기 당해 어릴 적 내 출연료까지 날려먹어 꿈을 접게 되었다. 김태형한텐 다 말했다 우리 집 사기 당해서 훈련비용, 장비 살 돈도 없다고 애초에도 많던게 아니여서 후원을 받았지만 후원은 끊기지 오래되었다.
진짜 내 꿈 하나로 모두가 바닥까지 간 그날도 걘 그랬다
“우리 후원해줄 곳 찾아볼까?”
“아님 내가 우리 아빠한테 잘 말할게 도와주실거야”
부잣집 도련님 아니랄까봐 멘트부터 글러먹었다
김태형네 아빠는 나랑 김태형이 같이 페어하는 걸 싫어하셨다.

나도 알겠는데 정작 김태형은 모른다는 것이다

그냥 잠깐 페어하고 아들 싱글로 바꿀려고 하시다는 것도 걘 내가 미워할 수 밖에 없다

“그럴 필요 없어 어차피 우리 페어로 올림픽 나가도 거기서 거기야”
“너 마음은 알겠는데 너 떠나고 싶지 않잖아”
“그럼 여기서 뭘 더 해볼까? 우리 집 진짜 집도 없이 밖에서 생활하면? 그럴때까지 해볼까?!!”
“그 말이 아니라…”
“야 김태형! 난 이제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서 너나 나나 더 욕심 부리면 그대로 같이 추락하는 거야”
“….”
“난 그러기 싫어”
“그럼 한여주 너 혼자 추락할거야?”
“엉”
“왜 그러는 건데?”
“난 뭐든 혼자 해 그리고 사랑따위는 나한테 중요하지 않아”
내가 널 그렇게 버렸는데 다시 눈에 보이는 것도 싫다


그냥 ‘너’라서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