君は季節を歩く

EP1。王と生きる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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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사이로 투과되는 빛은 비릿한 그리움을 닮았다. 나는 과연 너라는 존재를 동경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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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해의 그리움을 한꺼번에 보상받으려는 듯 친구들의 부름이 쏟아졌다.

침대 끝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내도, 잔뜩 가라앉은 몸의 무게는 도무지 가벼워질 줄 몰랐다.



전화로 다음에 보자고 말했지만 빨리 만나야 한다고 성화들이다.

내가 빨리 해결해야 할 일이 뭐가 있지? 한국에서?



끝내 세상밖으로 나를 밀어 넣듯 셔츠를 걸치고 깃을 세웠다. 저기 한구석에 차마 매듭짓지 못한 이야기처럼 놓여있는 향수. 대답 없는 병 안에는 지나간 계절이 가득 담겨있었다.



무채색의 도시가 주는 압박감 속에 서 있다. 예전과 다른 표정으로 늘어선 빌딩숲에서 한참을 헤맨 끝에야, 약속된 극장의 조명아래 도착했다.


그러니까 자주 좀 오라니까. 무심한 척 건네던 언니의  타박이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듯 착각에 빠졌다.



“무슨 조조영화야. 나 시차 적응도 안 됐어.”

”시차가 문제냐? 1300만이 본 영화인데. 이건 의리 문제라고 의리.”

”맞아. 너 이거 안 보면 한국인 아니야. 나 20번째 보는데도 계속 눈물 나”.

“대체…무슨 영환데, 그게…”



매표소 앞은 이미 소란스러운 축제 같았다. 달콤한 팝콘향과 차가운 콜라병의 소음이 시차로 멍한 내 감각을 더 어지럽게 만들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헤치고, 도대체 어떤 대단한 영화기에 이 난리인가 싶어 고개를 든 찰나-



세상의 모든 소음이 단숨에 소거됐다.

수많은 인파의 중심, 거짓말처럼 선명한 시야 끝에 네가 있었다.



순간, 가슴 깊숙이 박히는 날카로운 감각에 숨을 들이켰다.

포스터 속 너는 수척해진 얼굴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지만, 내 심장은 그 낯선 실루엣을 단번히 알아보고 무섭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의지와 상관없는 떨림에 주먹을 꽉 쥐었다.

난 널 볼 준비가 되지 않았단 말이야.



*전부 날아가 버릴까. 조금 더 널 아껴두고 싶은데…

이 찰나의 순간조차 신기루처럼 흩어질까 봐, 나는 차마 너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박지훈…”



내 입술 끝에서 작게 불린 이름은 친구들의 호들갑 속에 금세 파묻혔다.



“어, 이번에 영화 찍었는데 대박이야. 진짜! 연기가 미쳤다니까?”

“야, 너 이거 무조건 봐야 돼. 2천만 가는 건 시간문제라니까? 이거 안 보고 다시 미국 가면 너 평생 후회한다.”



후회하겠지. 이대로 화면 속의 너를 마주한다면, 나는 분명 죽을 만큼 후회할 것이다.

너에게 난도질하듯 내뱉었던 상처들. 애초에 시작조차 하지 말걸 그랬다는 비겁한 다짐들.



‘너는 나에게 줄 게 없어’

‘어떤 때 헤어지고 싶냐고? 바로 지금”



그날, 매정하게 등을 돌리던 나의 뒷모습을 떠올렸다.

*내 본심이 보이진 않았을 거야. 난 너의 수를 다 어지렵혔으니까.

차마 진심을 들키지 않으려 가장 날카로운 말들로 너의 마음속에 혹한의 터널을 파놓았다.



친구들의 손에 이끌려 어두운 상영관으로 들어서며, 수없이 스스로에게 물었다.



너를 보고 싶은가?

- 단 한순간도 원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너를 봐도 되는 걸까?

- 이제 와 누구의 허락도 필요치 않았다.

울지 않을 자신이 있나?

 - 아니, 무너져 내려도 상관없었다.

다시 시작될 고통의 시간을 견딜 수 있겠나?

- 또다시 기나긴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하겠지만.



결국, 대답은 하나였다.



보고 싶다.



지난 6년 동안 소식한 줄 찾지 않을 만큼 독하게 너를 외면했지만, 나는 늘 너를 향해 있었다.어차피 이제는 손에 닿을 수 없는 먼 곳의 사람이니까. 눈에 담는 것 정도는 괜찮을 거라 스스로를 속였다. 다시는 너를 마음에 담지 않겠노라고, 그렇게 죽을힘을 다해 애써볼 테니까.



가까이에서 너를 마주할 자신 따위는 없었다. 나는 도망치듯 어둑한 통로 끝까지 발을 내디뎠다. 맨 뒷줄, 가장 깊숙한 구석 자리에 몸을 파묻고 나서야 겨우 숨을 골랐다. 눈앞의 까만 스크린 속 그 공허한 어둠을 응시했다.



영화가 시작되려던 찰나, 객석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하나둘 휴대폰을 들어 누군가를 찍기 시작했고, 홀린 듯 고개를 돌린 내 시선 끝에 한 남자가 걸려들었다.



반대편 맨 끝자리.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빛나는 그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조용히 있을게요.”



심장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너다.


나를 향한 모든 배려가 녹아 있던, 그 시절 가장 따스했던 그 음성.

6년이라는 세월을 단숨에 허물어 버리는, 지독하게 그리웠던 박지훈의 목소리였다.

급히 손으로 입을 막았지만  *너와의 두근거림이 날 위험하게 만드는 걸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귓가에 맺힌 네 노랫소리가 머릿속을 빈틈없이 메워왔다. 감은 눈꺼풀 너머로 네 잔상이 일렁였다.






Silence

번져오는 적막에

선명해져 your breathe

뭐라 말을 안 해도

Yeah I can feel it

너로 물들어

Ah 세상이

멈춰버린 이 순간

Ah 너만이

날 비춰

You're the only way baby

Just stay in there

Don't say anything

I can find you

네가 어디든

넌 그대로

Don't say anything

널 감싼 Silence

닿을듯해 지금




참고 노래가사

*gambit

*Don’t tell anyone

*moon&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