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úng ta sẽ ổn thôi

01

“그럼 나 끝나고 보자!”
“3반이다, 3반. 또 헷갈리지 말고.”
“아, 남준아!”
“왜 또.”
“난 안 나갈 거니까 네가 찾아와. 간다!”




오늘은 지진정고등학교에 첫 등교하는 날이다. 기숙형 예술고등학교라서 먼 지역에서 온 나는 어제부터 긴장이 되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초, 중학교를 함께 나온 남준이가 있어서 그나마 안심이 되지만, 우리 둘은 다른 반으로 배정받았다. 기숙사 앞에서 만나서 걸어오는 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내가 잠이 덜 깨서 그런지 남준이의 반을 계속 까먹는다. 난 6반이고, 남준이가… 3반이었나.

휴대폰 사용은 권장하지 않고 있어서 전원을 끈 채로 가방 안에 넣어두었기 때문에 메모 앱에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계속 3반을 머리로 외며 계단을 오르는데 장난을 치며 내려오는 남자애와 부딪히는 순간 너무 놀라 또 잊어버렸다.




“아!”
“아… 미안해, 괜찮아?”
“김태형 등교 첫날부터 또 사고 쳤네.”
“야 박지민. 넌 사과 안 하냐, 네가 밀어서 부딪힌 거잖아.”
“아, 아니야. 나 괜찮아. 갈게…”




그렇게 세게 부딪히진 않았는데 허리까지 숙여가며 날 살피는 모습에 말까지 버벅댔다. 첫날부터 너무 정신없는 건 아닌가. 아니지, 첫날이라 정신없는 게 당연한 거지. 애써 긍정 회로를 돌린 나는 무사히 6반을 찾아 빈자리에 앉았다. 창가에 앉아 하늘을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 나는 이번에도 역시 교실 가장 구석의 창가 자리에 앉았다. 가끔 시끄러운 애들이 옆에 앉기도 하지만… 그래도 창가 자리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심심했던 나는 노트와 필통을 꺼내 낙서를 하기 시작했다. 평소 길을 잘 헤매서 첫날부터 지각할까 봐 일찍 왔더니, 수업이 시작하려면 30분도 넘게 남았다.

낙서도 지겨워져서 교실을 한 번 둘러보는데, 자세히 보니 내 옆자리 의자에 가방이 놓여있다. 아까는  창밖 풍경에 정신이 팔려서 못 봤나 보다. 교실이 넓어서 혼자 앉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누가 이미 점찍어놓은 자리였다니.




“혼자 앉고 싶었는데…”
“자리 옮겨줄까?”




그때 갑자기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아까 계단에서 부딪혔던 남자애가 서 있다. 너무 놀라서 뭐라 대답도 못 하고 입만 뻥긋대고 있었더니 장난스레 웃으며 다가오더니 “나 불편해?”하고 묻는다. 옆에 누가 앉는 건 불편하지만, 그게 저 남자애가 불편한 건 아니니까 아니라고 답하며 고갤 저었는데 그는 내가 웃긴 지 또 웃는다. 지금 날 놀리는 건가? 기분 나쁜 웃음은 아니라서 혼자 그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눈알만 도르륵 굴리니 그가 가방을 걸고 의자에 앉는다. 그가 몸을 옆으로 돌려 날 쳐다보길래 나도 뚫어져라 눈을 맞췄다. 얘는 눈도 안 아픈가. 눈을 안 깜빡였더니 눈물이 고일 정도로 눈이 건조해져서 내가 먼저 눈을 감고 손으로 눈두덩이를 문지르며 “으…”하며 앓는 소리를 내니, 그는 아까 복도에서처럼 고갤 들이밀고 내 상태를 살핀다.




“눈싸움하려고 쳐다본 거 아닌데.”
“나도 알아… 아니, 눈싸움하려고 한 게 아닌데 왜 눈을 안 깜빡여?”
“그냥, 습관이야.”
“뭐래… 아 따가워.”
“봐봐. 인공눈물 줄까?”
“아냐, 됐어.”




눈을 가린 내 손을 잡아 내리고 눈을 보려는 그를 피해서 고갤 숙이고 됐다고 대답했다. 얘도 본인이 나랑 너무 가깝다는 걸 자각한 건지 그제야 몸을 뒤로 물린다. 그러고 보니 아직 통성명도 안 했는데, 이름 물어볼까… 아직 이름도 모르는 상태인데 눈싸움이나 하고 이게 뭐람. 다시 생각하니 이 상황이 너무 웃겨서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돌연 웃음을 흘리는 내가 의아했는지 이번엔 그가 내 의중을 살피려는 듯 눈을 굴리는 게 보인다.




“너 내 이름 알아?”
“아니, 너는 알아?”
“아까 복도에서 들었어.”
“뭔데 내 이름.”
“안다고는 안 했는데. 그냥 듣기만 했다고, 듣고 흘렸어.”
“네 이름 먼저 알려줘.”
“난 정여주. 너는?”
“난 박지민.”
“…? 거짓말 하지 마. 아까는 김태…태였나 뭐 그렇게 부르던데 네 친구가.”




난 박지민. 그 말을 듣자마자 내 미간은 절로 구겨졌다. 얘는 날 놀리는 게 맞나보다. 내가 바보도 아니고 흘려듣긴 했어도 들은 게 있는데 이렇게 대놓고 날 속이려 드네. 근데 또 이름을 기억해내려니 내 기억이 온전치 못해서 김태…태가 내가 기억해낸 전부였다. 내가 말을 끝마치자마자 얘는 뭐가 그렇게 웃긴 지 아주 뒤로 넘어가려고 한다. 한참 애처럼 웃다가 뒤로 넘어갈 뻔해서 내가 잡아주기까지 했다.




“아까도 그렇고 조심 좀 해. 뭐가 그렇게 웃겨?”
“아니, 넌 안 웃겨? 아… 사람 이름이 태태가 뭐야 태태가. 아 웃겨.”
“그러게 누가 거짓말하래? 안 알려주면 넌 그냥 태태야.”
“그렇게 불러라 그냥. 귀엽고 좋네.”
“하…”
“근데 진도가 너무 빠른 거 아니야 여주야? 통성명 전에 애칭 먼저 지어주고.”
“야 저리 가라.”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진도 타령을 하는 애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나도 웃음이 터져 나와 장난스레 손을 내저으며 저리 가라고 얘기했다. 근데 얘는 그 손을 또 붙잡으려고 해서 내가 기겁하며 손을 거둬야만 했다. 초면에 이렇게까지 치댈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얘 대체 뭐지? 평소 같았으면 귀찮았을 텐데, 친구 하나 없는 낯선 교실에서 이렇게 먼저 다가와 주는 애가 있으니까 오히려 안심되는 느낌이다. 해맑게 웃는 얼굴을 보니 이 자리에 앉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