延望聊天室







K는 추종자가 많았다. 서글서글한 눈매로 꼬아낸 인맥은 거진 온동네를 휘어잡으면서 정작 긴밀한 사이랄 만한 애는 없고, 그저 대책없이 낙천적이고 잘생길 뿐이었지만 학창시절 누군가의 기억에 진득히 눌어붙는 데는 그만한 것도 없었다. 말 한 번에 같이 코트 뛸 친구가 생기고, 어떨 땐 굳이 그런 수고를 덜어도 뭇 여자애들 마음쯤은 슬금슬금 비집고 들어차는 게 예사인 K였다. 이러니 제 딴엔 인생이 얼마나 쉽겠어. 얼마나 뻥 뚫린 고속도로겠어. 시의원배 하이스쿨부 농구 토너먼트가 열린 날. Gym hall 가장자리 벤치에 걸터 앉아 치어리더 단장에게 꿀꺽꿀꺽 물을 받아먹는 그의 마른 등판을 본다. 별 메리트 없는 13이라는 숫자에, 촌스러운 샛노란 유니폼 조끼에, 심지어는 워낙에 뼈대만 굵고 정말 아무것도 없는 피지컬 탓에 몸빵이 안 돼 경기 초반에 교체당한 처지인데도 불구, K는 관중석 모든 시선을 독식하는 중이었다. 이쪽 열 분명 우리 학교 진영인데 상대팀 여자애들이 몰려와 땀 흘리는 미남의 영예로운 얼굴 좀 보겠답시고 진을 치고 있다. 개중에는 아예 'Take it to hoop' 응원 피켓을 뺏어 드는 애도 있던데, 그건 좀 아니지 않나? 저 봐. 지금 막 졸라 멋진 3점슛 넣었는데 사내새끼들만 우르르 빽빽 함성 지르고 지지배들 아무도 안 봐주니까 눈으로 막 서러워하는 거 봐. 나 같으면 자기 전에 생각나서 울었어요. 



"근데, 쟤는 왠지 연상 만날 것 같지 않아?"

"쟤? 4번?"



옆자리 나란히 관망하던 조이의 물음에 방금 슛 넣은 검갈색 반삭 머리를 빤히 내려본다. 음... 그런가. 이 거리에서 흐리멍텅하니 잘 안 보이는 건 둘째 치고, 어떻게 이목구비만 보고 어느 나이대가 취향인지 짐작할 수 있냐는 데서 온 아리까리함이다.



"어디 보는 거야? 쟤 말이야 쟤."

"누구? 아... K."

"소문에는 자기 살던 동네에 돈 많은 여친 두고 왔다는데.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여친이면 여친이지 돈 많은 여친은 뭐야."



이해 안 간다는 듯 굴었지만 어째, 뭔지 알 것도 같은. 당장 옆에서 물 먹여주고 땀 닦아주고 보모 자처하는 애도 있는데 까짓것 먹여살려줄 사람이 없겠어. 그런 사람 있으면 나도 잡는다. 잡아서 겁나 벗겨먹어 빤스 바람 알거지로 만들어주고 바로 다른 물주 구한다. 물론 농담이고, 더욱이 K가 그럴 거라는 말은 아니다만. 아무튼 K는 날 때부터 그런 로얄티를 타고난 운명에 감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잘난 얼굴로 좀 예쁨받는다고 팀내에서 똘똘 뭉쳐 bully하려던 양아치 트리오도 홈파티 한 번에 둘도 없는 버디로 갱생시켜버린 게 바로 그란 말이다. 아 홈파티 하니까 생각난 건데. 그러고 보니 얘네 집 마당 있고 넓다. 어쩌다 낑겨 가 봤으니 안다. 그는 지지난해 늦여름 오리건주 부촌에서 여기 컨트리 사이드까지 혜성처럼 내려왔으므로 그 까닭은 여즉 미상에 머물러 있는 와중에도 K가 있는 집 자식이라는 사실만은 자명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돈 많은 여친? 있을 만하지. 세상은 다 끼리끼리니까.



"오, 골."



네트가 철썩 소리를 내며 공을 떨궜다. 2점. 동시에 대기 중이던 K가 코트에 투입된다. 조이는 그제사 경기를 제대로 볼 모양인지 자세를 고쳐잡았지만 후반부 들어서 점수차 처참한데 가망이 있겠느냐는 판단이다. 나 바람 쐬러 갈래. 갔다 와. 같이 안 가? 한창 재밌는데 왜 감. 재미 있긴, 말은 참 열렬한 농구 광팬처럼 늘어놓으면서 저 시선은 방금 들어간 K에게 끈질기게 매달려 있는 것에는 영 어폐가 있다. 비적비적 걸어나가면서 경기장 흘긋 봐준다. 땀 맺히는 곱슬한 머릿결. 위로 튀어오를 때마다 난데없이 위협적인 콧날. 쟤는 아무리 봐도 농구가 아니라 연예인을 해야겠는데,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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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사실 크리스마스에 올리려거 소재 짜놨는데

ㅋ... 아시죠 제 끈기

암튼 오래간만에 하이틴물 써보고 시팟어요

제목 멀까요

맞춰보시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