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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fireontherock
★ 평점 : 10 점
⚇ 조회수 : 1,29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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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어김없이 내렸다. 도시의 뒷골목은 축축했고, 그녀의 발끝은 이미 물에 젖은 지 오래였다. 손에 든 봉투 안엔 삼천만 원. 그가 말한 금액의 절반이었다.
“진짜… 미쳤지, 내가.”
녹슨 철문 앞에서 그녀는 혼잣말을 뱉으며 고개를 들었다. 이 문 너머엔 박지민이 있었다. 돈을 거둬들이는 남자. 감정은 거래하지 않는 남자.
한소희는 그런 박지민에게 빚을 지고 있었다.
문이 먼저 열렸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비 오는 날에 젖은 채로 오다니... 계획적인 건가?”
“돈… 가져왔어요. 절반이에요.”
소희는 봉투를 내밀었다. 그는 그것을 보며 한쪽 눈썹을 올렸다. 웃지도 않고 받지도 않았다.
“절반?”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가 천천히 다가오자, 그녀는 본능적으로 한 발 물러섰다.
“그럼 나도 반쯤만 용서하면 되겠네. 손가락 다섯 개 중 셋만 부러뜨리는 거지.”
“…장난이죠?”
“내가 장난하는 얼굴로 보여?”
그는 그녀의 턱을 잡고 고개를 들게 했다. 거리도, 숨결도 가까웠다.
“도망칠 생각은 안 했어?”
“했어요. 하루에도 열 번쯤요.”
“근데 여길 기여코 왔어? 참 용감하네. 아니면… 미련하던가.”
“나머지도 곧 구할 거예요. 시간만 조금—”
“시간은 내가 주는 거야. 네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그의 말은 칼처럼 차가웠고, 그녀의 표정엔 지친 분노가 번졌다.
“그럼 어쩌란 거예요. 팔 것도 없고, 지인도 없고, 시간도 없는데… 차라리 죽이지 그래요?”
그 말에 그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는 입꼬리를 천천히 올렸다.
“팔 게 왜 없어. 널 팔면 되지.”
그녀는 눈을 크게 떴다. 입술이 떨렸다.
“…지금, 진심이에요?”
“그래. 널 나한테 팔아.”
“…당신, 드디어 미쳤구나.”
그는 피식 웃었다.
“왤케 망상이 심해? 누가 뭘 하겠대. 그냥… 내 밑에서 일하라고. 간단하지 않아?”
소희는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숨이 막혀서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문을 열며 말했다.
“이건 제안이 아니야. 거절 같은 건 선택지에 없어.”
조용한 순간, 그의 목소리가 다시 차갑게 떨어졌다.
“이거 아니면 뭘로 갚을 건데. 잘 생각해봐. 네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는지.”
소희는 가만히 그를 바라봤다. 문 앞에 멈춰 선 채로, 도망칠 수 없는 현실과 마주한 채.
“좋아요.
할게요. 당신이 시키는 게 뭐든, 빚만 갚을 수 있다면…
그래서… 당신과의 인연을 끊어낼 수만 있다면, 뭐든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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