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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라면
★ 평점 : 9.76 점
⚇ 조회수 : 1.8 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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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아들.
우리도 이렇게 갑작스러울지는 몰랐어.”
“괜찮아요, 내가 무슨 애도 아니고.
근데 여주는 알아요? 내가 가는지.”
“유미가 이미 말하지 않았을까? 모르겠네.
그나저나 아들 좋겠네, 여주랑 다시 붙어서.”
“여주는 나 싫어할걸요.
얼굴 보자마자 꺼지라고 안하면 다행이겠네.”
“엥? 여주가 너를 왜 싫어해~”
“걔 옛날부터 나 싫어했어요. 나만 걔 좋아했지.
아무튼 제 걱정은 말고 잘 다녀오세요.”
엄마, 아빠의 갑작스러운 해외 발령으로 나는 한국에 혼자 남을 수 밖에 없는 꼴이 되었다. 고3 1년만 머무를 곳이 필요해 학교 앞 원룸을 구할까, 친적집에 가 있을까 고민을 하던 중 유미 이모가 흔쾌히 본인 집 옥탑방을 빌려주시겠다고 했다. 원래 다니던 학교에서 약 1시간 거리라서, 전학을 가야하는 상황이었지만 나는 고민할 것이 없었다. 어차피 정시로 갈 거라 수시는 챙길 필요 없었고, 무엇보다 5년만에 김여주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보고싶었어.”
김여주를 보자마자 진심으로 튀어나온 말이었다. 포동포동하고 귀여웠던 우리 너구리는 어디가고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린 여주였다. 여주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인상을 팍 썼다. 5년이 지나도 나 싫어하는 건 똑같나보네, 씁쓸하게.
“뭐야?”
“뭐긴 뭐야, 나지.”
“그 짐은 뭔데. 네가 왜 여기있어?”
“아직 이모가 말 안하셨나보네.
나 오늘부터 여기 살아, 네 윗층 옥탑방에.”
“왜?”
“5년만의 첫만남에 궁금한 게 되게 많으시네.
차차 알아가도록 하자, 먼길 오느라 나는 좀 피곤해서.”
여주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구, 저 표정은 5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네. 진짜 얼탱이가 없을 때 나오는 표정인데, 나는 저 표정만 보면 그렇게 놀리고 싶었다. 너구리가 빼액대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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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말로만 듣던 그 김태형을 드디어 볼 수 있는거냐?”
“하 몰라…. 그리고 무슨 말로만 듣던 김태형이야.
누가보면 몇 년째 내가 김태형 얘기만 한 줄 알겠네.”
“맞잖아. 네가 하도 많이 말해서 내적 친밀감까지 생겼는데? 너 김태형 못 잊어서 연애 안하고 있는 거 아냐?”
“뭐래! 그런 거 아니거든?”
“옥탑방에 사는 거면 밥은 맨날 같이 먹는건가?”
“어. 잠만 그 방에서 자는거래.
우리 엄마는 왜 그런 중대한 사항을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애증이야 뭐야. 너 김태형 좋아하잖아.”
“아니거든. 말끔하게 잊은지가 언제인데.”
김태형은, 그냥 추억일 뿐이다. 그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 감정이 생생하게 남아있을 정도로 누군갈 좋아해본 적이 김태형이 처음이라서, 그래서 친구들한테 내 추억을 조금 공유해줬을 뿐이고, 김태형 외모가 또 너무 뛰어났으니까, 그것 또한 내 초딩 때 썰에 일부분이어서 지난 5년간 생각날 때마다 몇 번 이야기한거고. 그저 김태형은 사랑이 아니라 간직하고 싶은 추억이라서, 그래서 가끔 떠올린 것 뿐이다. 5년을 떨어져 있었는데 내가 미쳤다고 아직까지 얘를 좋아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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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 교복 어딨ㅇ,”
“굿모닝?”
“…. 덕분에 베드모닝.”
“나는 덕분에 굿모닝.”
“그 교복은 뭐냐?”
“이거? 왜?”
“왜 우리 학교 교복을 입고 있냐고.”
“나 전학 왔으니까.
여기서 제일 가까운 학교가 여기던데?”
“뭔 개소리야. 지하철 타고 30분은 가야하는데.
코 앞에 남고가 있는데 왜 굳이….”
“내 마음이지? 불만?”
“…. 말을 말자, 말을.”
“그냐저나 너 키 많이 컸다.
옛날에는 진짜 쪼그만했는데. 나랑 별로 차이 안나네.”
“네가 작아진거겠지, 이 땅꼬마야.”
“내가 작은 건 아닌데.
근데 너는 나 하나도 안 반가워?”
“…. 별로.”
“진짜 너무하네.”
“나는 너 보고 싶어 죽겠어서 전학까지 왔는데.”
“….”
항상 이런식이다. 옛날부터 김태형은 내게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어차피 눈꼽만큼도 진심 아니면서, 과거에 이런 말 하나에 설레고 기대했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게 진심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5년이 지난 지금도 가슴이 두근댄다는 사실이 너무 짜증났다.
“뭘 또 정색을 하고 그러냐….”
“너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나라면 모든게 쉬워.”
“응, 그렇지. 김여주 너인데 어려울 게 뭐 있어.
너 나 어려워?”
“…. 진짜 너는 나쁜 새끼야.”
나는 너를 좋아한 그 꼬맹이 시절 이후로, 네가 편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나는 네게 아직도 더럽게 쉬운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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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근데 그 정도로 친구끼리 표현할 건 없지 않냐?
김태형이 너 좋아하는 거 아니야?”
“X나 여우 새끼인거야, 그냥. 걔는 다 알고 있었어.
옛날도, 지금도. 분명 내가 지 아직 좋아하고 있을거라고 착각하고 있겠지. 그래서 그런 말도 일부러 하는거고.”
“어장이라는거야?”
“…. 몰라, 아무튼 그 새끼는 다 알고 있으면서 그러는거야. 그걸 알면서도 설레는 내가 개빡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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