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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sjnarwhal707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며 숨을 삼켰다. 병원? 이 사람, 정말 이제 와서 다시 우리 앞에 서겠다는 걸까?
"이제 와서 네가 우리한테 발을 들여놓겠다는 거야?"
나는 싸늘한 눈길로 지민을 쏘아보았다. 그가 내 앞에서 감정을 숨기는 법을 익힌 지 오래였지만, 나는 안다. 그가 이렇게까지 말할 때는 이미 마음을 정했다는 걸.
지민은 가만히 나를 바라봤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듯한 눈빛. 하지만 그가 어떤 말을 해도 나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아이 팔에 멍이 들어 있더라. 그냥 단순한 타박상일 수도 있지만, 혹시 모르니까."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단 한순간도 나를 놓지 않았다.
"내가 알아서 해. 우리 애한테 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
"우리 애." 지민은 나지막이 되뇌었다. 그 말 속에 가라앉은 감정이 느껴졌다. "그 말, 네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문 쪽을 가리키며 다시 한번 말했다.
"이제 가."
하지만 지민은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한 걸음 더 다가왔다. 가까워지는 그의 향기에 숨이 턱 막혔다. 익숙한, 하지만 오래전 내 것이 아니게 된 향기.
"여주야."
또다시 내 이름을 부르는 그 목소리. 너무도 부드러웠지만 동시에 벼랑 끝으로 밀어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다시 한번 심호흡을 했다. 무너지면 안 된다.
"우리 끝났어. 이혼한 지 벌써 2년이야. 그동안 우린 잘 살았어. 그러니까 더 이상 이러지 마."
"잘 살았다고?"
지민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하지만 그 눈빛은 웃고 있지 않았다.
"그럼 넌 왜 아직도 왼손에 반지 자국이 남아 있는 거야?"
나는 본능적으로 손을 감쌌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가 본 것이다.
"네가 먼저 떠났잖아."
나지막한 내 말이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지민의 표정이 순간 얼어붙었다. 깊은 숨을 들이마시는 그의 가슴이 조용히 오르내렸다.
"그래, 내가 떠났지. 하지만 넌 알아, 그게 단순히 내가 떠난 게 아니라는 걸."
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제야 깨달았다. 나도 모르게 손을 떨고 있다는 것을.
지민은 한순간 뜸을 들이다가,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 오전 10시. 병원에서 보자."
그리고는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돌아섰다.
나는 차가운 문고리를 꽉 움켜쥔 채, 그가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봤다.
이제 와서 대체 왜.
왜 다시 내 앞에 나타난 거야, 박지민.
다음 날, 병원 앞.
나는 아이의 손을 꼭 잡고 병원 입구 앞에 서 있었다. 지민은 이미 와 있었다. 검은 코트 차림의 그는 한 손으로 커피를 들고 있었고, 나를 보자마자 조용히 다가왔다.
"왔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는 반가운 듯 지민에게 달려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마음이 복잡해졌다.
진료실에 들어서자 의사는 간단한 검사를 진행했다.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검사가 끝난 후, 지민은 예상치 못한 말을 꺼냈다.
"여주야, 우리 얘기 좀 하자."
나는 당황했다. 아이가 있는 자리에서?
"무슨 얘기를 하려고?"
"그날 밤, 내가 떠난 이유에 대해."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날 밤. 2년 전, 모든 것이 망가졌던 바로 그 밤.
나는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과연, 지금 그 이야기를 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지민은 한순간 망설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몰랐던 사실이 있어. 그날, 난..."
그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뭔가 더 큰 비밀이 있다는 듯한, 숨겨진 이야기.
나는 손에 힘을 주며 그를 노려봤다.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하지만 지민은 나를 가만히 응시하며 말했다.
"그래도 들어야 해. 네가 나를 그렇게 미워하게 된 이유, 그날 내가 떠난 진짜 이유를."
그 순간, 병원 복도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나는 긴장된 시선으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화면에 뜬 이름을 보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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