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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쿠션베개
★ 평점 : 10 점
⚇ 조회수 : 1,27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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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다녀간 뒤로 과외 수업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나를 엄마는 언짢은 얼굴로 바라봤다.
"과외 받기 싫다 할땐 언제고, 왜 이리 싱글벙글이실까?"
순간 뜨끔하여 어떤 대꾸도 하지 않자 엄마가 다 안다는 눈빛으로 팔짱을 꼈다.
"너 그 선생님 잘생겨서 수업 열심히 듣는거지."
들켜버렸다. 우리 엄마 귀신이네 귀신. 이렇게 된 마당에 숨겨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어떻게 알았어?"
"엄마는 네 눈만 봐도 다 알아. 연예인처럼 생기긴 했더라. 딱 너 좋아할만한."
오. 정확히 꿰뚫어 봤는데.
"엄마가 봐도 잘생겼지?"
"얘가, 지금 그게 중요해?! 공부해서 성적 올릴 생각을 해야지!"
엄마가 내 등을 찰싹 때렸다. 또 잔소리 시작하겠네. 이럴 땐 반항하지 않고 저자세를 취하는 시늉이라도 하는게 훨씬 이득이다. 난 쏘아붙이는 걸 포기한 채 입만 삐죽거렸다.
"아. 알았어......"
나는 툴툴대면서 오빠 방 문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방은 비어있다. 오빠는 오늘도 독서실에서 공부한다며 저녁을 먹고 바로 밖으로 나갔다. 사람 참 부지런하긴 해. 난 부지런함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데.
'딩동'
저 벨소리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나는 신나는 발걸음으로 걸어가 현관문을 열었다.
"쌤, 안녕하세요!"
"안녕. 송도아."
오늘은 얇은 체크남방 차림새였다. 뭔가 옷을 잘 입은건 아니지만 얼굴이 다 했으니까 뭐.
"당분간은 이 학습지로 공부해."
선생님이 내 앞에 많은 분량의 학습지를 내려놓았다.
"이게 뭐에요?"
"고1 수학 문제만 모아놓은 거야. 네가 숙제로 푼 문제들 채점 해봤는데 서른 문제 중에 여덟개만 맞췄더라? 이 상태로 2학년 과정 바로 들어가봤자 못 따라가. 우선 1학년 과정 기본부터 쌓고 2학년 진도 나갈거야."
그가 단조로운 말투로 말했다. 그나저나 내가 여덟 문제 밖에 못 맞췄다고? 그럴 수가. 최선을 다해 풀었는데.
"지, 진짜 그거밖에 못 맞췄어요?"
"어."
"오늘부터 1학년 거 해야되요?"
"그렇다니까."
나는 심란한 마음으로 머리를 싸맸다. 내 수준이 이정도였다니. 영어도 마찬가지일텐데 벌써부터 고생길이 훤했다.
"왜? 걱정돼?"
"당연하죠! 저 이미 늦어버렸단 느낌이 들거든요."
"괜찮아. 공부에 늦었다는건 없어. 지금 열심히 하면 돼."
어쩐지 위로받는 기분이네. 이런 말도 하실 줄 아는구나.
"살짝 감동받았어요. 저."
"수업 시작한다."
쳇, 감동 깨기는. 더 얘길 꺼낼 수도 없잖아. 문제 풀고 풀이과정 설명 듣느라 정신 없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수업이 끝나고 난 기지개를 켰다. 몸이 욱신거리는 것 같다.
"토요일까지 여기부터 이 페이지만큼 풀어와. 수업 끝이야, 수고했어."
그는 참고서와 필통을 가방에 넣어 어깨에 둘러메며 일어났다. 어쩐일로 내 방에서 바로 나가지 않고 주춤거렸다. 할 말이 있어 보였다.
"쌤 오늘은 바로 안가네요."
"이런 말하면 이상해 보일수도 있지만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무슨 대단한 말 하려고 뜸을 들이시지. 선생님 부탁이라면 뭐든 들어줄 수 있지만!
"아파트 안 편의점 자주 가니?"
"가끔...... 요새는 밤마다 가죠. 왜요?"
"오늘 아홉 시에는 가지 마."
"네?"
"그런게 있어. 간다."
생각지도 못한 말이라 발에 뿌리 내린 듯 움직이지 못하고 멀뚱하게 서있었다. 왜 오늘 가지 말라는 걸까.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나는 하루가 지나서야 그 말을 들어서 천만다행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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