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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쿠션베개
★ 평점 : 10 점
⚇ 조회수 : 1,27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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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아!! 너 성적이 이게 뭐야!"
내 중간고사 성적표를 손에 든 엄마의 언성이 높아졌다. 완벽하게 숨길 수 있었는데. 하긴 계속 성적표 안나왔다고 뻗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번엔 시험이 진짜 어려웠다니까......"
"너 1학년 때도 그랬잖아. 시험이 어떻게 매번 어려워? 네가 공부를 안하니 그렇지."
윽. 공부를 안했다는 건 반박하기 힘들군. 나는 죄인처럼 무릎을 꿇고 앉았다. 중간고사 끝나고 놀러가겠단 내 계획이 무너지기 일보직전이다.
"엄마, 내가 기말 때 성적 드라마틱하게 올릴게."
간절한 눈빛에도 엄마는 콧방귀만 뀌었다.
"드라마틱 좋아하네. 너 이번달 용돈 끊을거니까 그렇게나 알아."
청천벽력같은 소리였다. 사고 싶던 옷이 있었는데 물건너 갔네...... 엄마가 한숨 쉬는걸 보니 아양떠는 것도 통하지 않을게 뻔했다.
"네 오빠 반만 닮아봐라. 오만 데 놀러다니지도 않고 책상에 붙어서 공부만 하잖아. 이번 시험에서 전교 6등 했다더라."
에휴, 오빠는 공부에 재능도 있고 흥미도 있어서 좋겠네. 나와 한살 차이지만 성적 빈부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다. 어릴때부터 학업우수상을 휩쓸고 전교 10등 아래로 떨어져 본 적 없는 독종. 같은 엄마 배에서 나왔는데 어떻게 이리 다를 수 있는지.
"안되겠다. 너 과외 받자."
갑자기 과외? 학원만 다녀봤지 과외는 받아본 적 없는데?
"아 싫어! 일대일 하는거 부담스럽단 말야."
"너 이 성적 보면서 그런 말이 나와?! 다음주에 당장 과외선생님 부를거야. 공부 열심히 안하기만 해!"
그 말에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공부 뼈빠지게 해야할 시기긴 하니까.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었을 때, 엄마는 오늘 과외선생님이 오신다는 얘길 꺼냈다. 벌써 상담을 마치고 과외비를 선불로 주었다 통보했다. 점차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너무 엄격한 사람이면 안되는데. 조마조마하며 한참을 기다리던 와중,
'딩동'
현관문 벨이 울렸다. 엄마가 서둘러 인터폰을 확인한 후 문을 열어주었다. 과외선생님이 온 모양이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수학, 영어 수업 맡은 최범규입니다. 어제 보내주신 송도아 학생 성적 리포트 잘 받았고 그걸 바탕으로 수업 진행할 예정입니다."
"우리 도아 잘 부탁드려요."
"네. 걱정마세요. 도아 학생? 오늘부터 저랑 수업할테니 열심히 해봐요."
와...... 진짜 잘생겼다. 무표정하게 말하는데 멋있어 보이는거 처음 봤어. 넋을 놓고 얼굴만 쳐다보는데 엄마가 선생님과 날 내 방 안에 쑥 밀어넣었다.
"전 나가 보겠습니다. 도아야, 수업 잘 받아."
문이 닫히고 범규 선생님과 단둘이 남게 되었다. 그는 검은색 가방에서 학습지와 참고서 등을 책상에 펼쳐놓았다.
"수업 시작할까요?"
선생님이 볼펜을 쥐고 물었다. 그냥 수업에 집중이 안될것 같은데요. 바로 공부 시작하기에는 그에게 개인적으로 물어보고 싶은게 너무 많았다.
"저보다 나이 많으니까 말 놔요!"
"음...... 그래."
"쌤 몇살이에요?"
"스무 살."
"대학 어디 다녀요?"
"서울대 다녀."
얼굴 잘생겼는데 머리도 좋다니. 이 정도면 전생에 나라라도 구한거 아닌가. 내가 질문을 많이 한건 아니건만 그는 슬슬 귀찮은 표정을 지었다. 뭐야, 사람 서운하게. 처음 안면 트고 잡담 정도는 괜찮잖아.
"여자친구는요?"
"아직 없어."
이런 사람이 여자친구가 없다니 말도 안되는데. 선생님과 말하는 게 재밌어서 계속 해보려 했더니 내 쪽으로 학습지를 밀어주었다.
"이제 학습지 펴서 공부해야지. 떠드는건 다음에 하고."
"다음 시간에 만날때 또 얘기해도 되요?"
"나한테 뭐 이리 말을 걸려그래."
"쌤 제 이상형이거든요."
선생님은 어이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그 후로는 개인적인 대화를 안 하고 공부에만 전념했다. 한 시간이 무척 짧게 느껴졌다. 그래도 일주일에 세 번 만날수 있어서 뛸 듯이 기뻤다. 다음에는 어떤 질문을 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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