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ic of a Ruined World [Serial Discontinued]

04. Signs of Destruction [04]

멸망한 세상의 다락방

[본 작품은 특정 종교 및 단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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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서 나가자!]


 겁에 질린 아이들은 문 밖으로 우르르 뛰쳐 나가기 시작하였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와 정국은 그 자리에 얼어있을 뿐이었다.

 그 이유는 계속해서 들려오는 알 수 없는 소리.

 아이들은 들리지 않는 것인지 급히 나갈 뿐이었다.


 ['제물' 지급에 성공하였습니다.]

 [1반, 0명. 2반, 1명. 3반, 0명 5반, 1명]

 [그리고 4반, 최초 2명으로 생존에 성공하였습니다.]

 ['시작의 시간'에서 잠시 동안 제외 상태가 됩니다.]


 2명, 생존.

 설마.


 "얘들아 위험해!"


 나의 외침은 아이들에게 닿기도 전에 끊어졌다.

 퍽, 퍽하며 몇몇의 아이들의 머리가 터지기 시작하였고, 머리가 사라진 아이들은 힘없이 쓰러졌다.


 [꺄아악!]


 "허억, 헉······."


 바깥에서 흘러 들어온 핏물들은 발을 적시기 시작하였다.

 머리가 사라진 시체들에 바깥으로 뛰쳐나갔던 살아남은 아이들 중 몇몇은 혼절하기도 하였다.


 대체 이게 무슨...


 우욱, 하며 헛구역질을 하자 내 등을 두드려주는 정국이었다.

 등을 두드리는 정국의 표정을 보니 그의 얼굴 또한 새파랗게 질려 겁에 먹은 표정이었다.

 잠시만. 제물을 바치지 못한 아이들 중 대부분은 죽었는데, 전정국은 어떻게 살아남았지?

 내 표정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정국은 자신도 모른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일단... 나가자."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고서는 정국과 함께 운동장으로 나선다.

 나와 정국이 먼저 발길을 옮기자 뒤를 따라 우르르 오는 반 아이들, 얼굴이 잔뜩 겁 먹은 채 알 수 없는 말들만 중얼거릴 뿐이었다. '살려줘 무서워' '집 가고 싶어.'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말들이었다.

 홀린듯 발을 이끌어 운동장으로 나가 하늘을 바라보니 먹구름이 가득 낀 회색빛 하늘이 눈에 가득 들어 차 있었다.


 지금이 몇 시지? 손목에 찬 시계를 바라보니 시간은 아직 '아침 9시 40분'이 채 되지 않았다.

 평소라면 수업을 하고, 쉬는 시간에 아이들과 떠들고, 하교를 해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학교에서 있던 일을 웃으며 떠드는 그런, 그런 날이어야 했다.

 한 순간에 온 세상은 침울해졌고, 우리가 누리던 '현실'은 다가오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이 물씬 든다.


 "...괜찮을거야."


 내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정국이 말한다.

 정국의 이야기를 듣자 눈 앞이 흐려지고 이내 볼의 곡선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한다.


 "우리 엄마는 괜찮은 걸까...? 왜 이런 일이..."


 떨리는 목소리로 정국에게 말하자 고개를 저 멀리 돌린 정국에게서 훌쩍이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머리가 터진 몇몇의 친구 중에서는 '임채린'도 있었다.

 '임채린'의 시체를 밟고 지나가던 '박지훈'의 눈빛에는 '임채린이 죽었다.' 라는 사실 따윈 신경도 쓰지 않는 것 처럼 보였다.

 그저 죽기 싫다, 살고 싶다.

 본능 만이 남아있는 표정이었다.


 "너무 무서워 하지마. 일단은 살아남았으니까, '현실'에 집중하자."


 정국은 반 아이들을 둘러보다 목소리를 다듬더니 자신의 품에 나를 조심히 가두어 등을 토닥 토닥 두드려 주었다.

 슬슬 안겨있는게 민망하려던 그 때, 먹구름이 조금씩 개며 하늘에 틈이 생기기 시작한다.


 "날이 다시 좋아지려나...?"


 정국의 품에서 조심스레 나오며 하늘을 바라본다.

 부자연스럽게 열린 먹구름 속에서는 푸른 하늘에 깔린 햇빛인지 다른 것인지 구분 할 수 없는 금색의 밝은 빛이 내려오고 있었다.


 어? 이거 좀 익숙한데?


 우리가 서있는 운동장을 비추던 금색 빛은 멈추고 이내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뿌우우ㅡ]


 '천상의 나팔 소리'

 갑자기 이 단어가 왜 생각이 난 거지?

 머리가 웅웅 울릴 정도로 울려오는 소리에 나와 정국은 귀를 틀어막아 완화시켰지만, 영문도 모른 채 서있던 다른 학생들, 그리고 우리 반 아이들 몇몇은 고통을 호소하며 피를 토했다.

 

 나팔 소리와도 같은 저 울림, 자욱히 낀 먹구름, 그 사이에서 비이상적으로 뚫고 나오는 금색 빛.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없는 현상, 굉장히 익숙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