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endula [BL/Chanba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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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아주 큰 나라. 
멋지고 거대한 나라. 
휘국의 황제는 천지를 호령하고, 작은나라를 짓밟아 일어서는 시대. 

휘국의 어린 황자 백현은 위로 아래로 형제가 많았지만, 가장 작고 귀여워 사랑을 담뿍 받았다. 
팔척은 될것만 같은 길쭉한 제 형제와는 달리 작고 화사한 백현은 유일하게 형질이 달랐다. 

골격이 크고 힘이 센 양인과, 상대적으로 작고 예쁜 음인으로 나누어지는 것이다. 

형제들중 유일하게 음인인 백현은 현이라 불리며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소중한 황자였다. 

어렸을적 형들이 예쁜 백현을 데려다 머리도 곱게 땋아주고, 분홍빛 치맛자락을 입혀주었을때. 
현은 소녀처럼 맑게 웃었다. 
아버지폐하께 보여드리러 갔을때 황제께서도 현을 번쩍 안아 딸처럼 데리고 다니셨으니 그 미모가 장성한 나중까지도 가히 경국지색이었다. 

"폐하! 현이 안아주시어요!"

작은 두팔을 벌려 뒷꿈치를 들고 웃는 현을 가장 먼저 안을수 있는 것은 그 잔악무도하다는 휘국의 황제였다. 

아버지폐하의 귀하신 옥안을 마음대로 조물조물 고운손으로 만질수 있는것도. 
황궁안의 수없이 많은 후궁들은 앉아보지도 못할 무릎에 앉을수 있는것도. 
조신하게 발끝을 모아 문안을 올릴때마다 온갖 진귀하다는 보석이나 사탕들을 영문도 모른채 한아름 받아오는 것도.

모두 현이 너무도 아름다웠기 때문이라. 

어린현이 한복 곱게 차려입고 어린 무수리들과 산보를 나가면, 나비들이 사뿐히 어깨에 앉아 쉬곤했다. 

그렇게 오늘도 아버지폐하께 한아름 받아온 사탕을 궁인들에게 나누어주고. 
손끝에 하얗게 묻은 설탕을 포르르 날아들어온 새에게주고 있던 참이었다. 

맑은 현의 눈에, 참으로 아름다운 사내가 들어왔으니. 

현은 작은 발로 도닥도닥 조용히 그 사내의 뒤를 졸졸 따랐다. 

사내가 아버지폐하께서 계시는 커다란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현이 내시에게 말했다. 

"나도! 현이도 들어갈 것입니다! 어서 문을 여시게!"

"황자마마, 폐하께서 조례중이시어,"

"아버지폐하! 현입니다! 현이 들어가도 되옵니까?"

촤르륵 열리는 문에 현이 도도도 달려 황제 앞에 절을 올렸다. 

"얼른 일어나 이리오거라."

현의 무릎이 채 닿기도 전에 황제가 현을 불러다 제 옆에 앉혔다. 

"어인일로 짐을 찾아 이곳까지 왔느냐."

발을 동당거리며 몸을 흔드는 현에게 나긋이 물었다. 

황제의 앞에 선 사내는 의아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휘국의 황제께선 극악무도 하시며 성정이 불같으시다 하였는데..'

현에게만 다정한 황제의 모습이 사내에겐 참으로 신기했다. 

"아버지폐하! 소자, 저 사내와 혼인하고 싶습니다!"

백현보다야 나이가 많지만 앳된얼굴의 소년. 

백현에게만 사내인 소년은 안그래도 큰 눈이 더욱 커지며 댕그래졌다. 

"저 이와?"

"예 폐하! 현이, 사탕도 보석도. 아무것도 없이 저분만 계시면, 현이 너무나도 행복할것 같습니다!"

그 말에 황제는 허허 웃으며 소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황자. 들었는가. 내 아들이 그대를 맘에 들인듯 싶네만."

"망극하옵니다."

소년을 빤히 바라보던 현이 눈을 마주치자 얼굴이 화르륵 달아오르며 아버지폐하의 품속으로 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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