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 Seung-youn] "Woops! Again..."

That kid 1 (that voice)

미지는 미술실 책상 위 바구니  담긴 종이를 집어든다.

(동아리 원서는 여기에)

라는 푯말이 붙은 이 함에 새하얀 종이가 올려져 있었다.

학기초 이미 몇장의 원서를 받긴 했으나 미지는 그 후배들은 물론 동급생 역시 구경도 하지 못했다. 

지난해 초 원서를 내고 처음 들은 말

“너 연습생이야?”

“연습생요? 아닌데요.”

“그럼 네가 동아리 회장 하면 되겠다. 안녕!”

그렇게 동아리 명부를 넘겨 받았지만 부원을 볼 수 없었던 것은 모두 비고란에 ‘연습생’이라는 단어가 쓰여 있었다. 


처음에 그 의미를 몰랐지만 이름보다 큰 ‘연습생’ 글자의 의미는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오랜만에 담긴 하얀 종이의 비고란에는 연습생 이라는 단어가 쓰여있지 않았다.

(그림을 배운적 없는데 괜찮나요?)

꼬물꼬물한 글씨체에 미지는 웃음이 났다.

‘왜 초에 신청하지 않고 뒷북이람… 음… 그럼 이 아이가 다음 회장이구나’

미지는 신청서 아래 ‘차기 회장’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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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야 같이가. 또 뭘 이렇게 잔뜩 들고 가?”

지은은 양손에 카메라 가방에 화통까지 들고 걸어가는 미지의 짐을 하나 뺏어들며 어깨를 툭쳤다.

“이제 마쳤어?”

“너야말로 또 미술실에 박혀 있었지? 난 실무과 애들이랑 수다떨다 늦었지.”

“여전히 지은이 다워 ㅎㅎ 그래서 오늘은 뭐 재미난 거리가 있어 이렇게 늦은거야?”

지은은 손목시계를 슬쩍 봤다. 

9시에 가까운 시간 이미 대부분 불꺼진 학교앞 골목이 늦은 밤 이란걸 깨닫게 해줬다.

 

“밥은 먹었니? 수다 떨다 보니 배고파. 나 편의점 갈건데”

“그래 딸기 우유 좀 땡긴다.”

편의점 바테이블에 기대 선 두사람은 과자한봉지와 딸기우유를 놓고 흐뭇하게 웃었다.

“정말?”

지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니까. 그래서 그 안 무시기가 서한테 차였다나 ㅋ”

“어머 어떻게 해…”

“근데 더 놀라운건 그 서가 안을 찬 이유가 F5때문이래.”

“에프파이브는 누군데?”

“어머어머 얘 좀 봐 1학년 에프포 몰라? 얼마 전 새로 전학온 애까지 F5 완전체 됐잖아.”

“뭐? 에프포는 또 뭐야?”

“아… 얘 좀 봐라…. 학교에 관심을 좀 가져! 너 정말…!! 실무과 꽃미남 신입들!”

지은이는 손바닥으로 미지의 팔을 토도도독 치며 어떻게 그걸 모를 수 있냐고 했다. 

지은이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실무과 신입중 유독 예쁜 얼굴 애들이 많았는데 첫 수업 영상이 학교 커뮤니티에 뜨면서 에프포가 됐다는 것이다. 

그중에 연습생이 있어 동영상이 곧바로 삭제 되었지만 에프포에 전학생까지 더해 완전체가 되었다며 동기들까지 난리라고 했다.

이미 중딩때 부터 학교서 꽤 유명한 애들을 한자리에 모아 두었으니 더 보기 좋다라나.

복도를 걷다 눈에 띄면 연습생이라는 이 학교에서 연습생이 뭐 큰 일일까 싶어 미지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지은이는 그러지 못한것 같았다.

“잘생긴건 연기과 애들이잖아. 그쪽은 이미 데뷔한 애들도 있고.”

“이구~ 개들이 얼굴만 잘생긴게 아니야. 너 작년 축제때 실무과 공연 봤지? 그걸 완전 진짜 학예회로 만들 정도라잖아. 그 중에 제와피도있다더라고”

 

“제와피? 그건 또 먼데?”

“야, 너 다른 애들한테 그소리 하면 진짜 따 당한다. 그 진영팍 기획사! 삼사는 개 하나 인데 쫌 큰데에 다 소속 되어있나 보더라구.”

“그게 그렇게 큰일이야?”

“너 티비 안보지?”

“응, 볼 시간이 없지..”

“이그 이젠 관심좀 가져.. 아참 콜라보는 어쩔거야?”

“모르겠어 그게 걱정이야”

미지는 입을 삐죽 내밀고 울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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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보 때문에 일주일째 그림그릴 시간이 없던 미지는 터덜터덜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다른 이들이 콜라보를 어떻게 구하는지 알아도 보았고,연기과 동아리실에도 가보고 커뮤니티에 글도 올렸다 내렸다 해보았지만 아무도 답이 없었다. 

조회수 1, 아싸의 비애라는 생각에 땅이 꺼질 듯 한숨을 쉬었다.

 

“그림을 그리고 앉아 있다해서 뭐하겠어. 어차피 낙제인데” 자꾸 고등 내신 낙제라는 불명애의 타이틀을 얻는 꿈까지 꿀 지경이다.

 

“그래 걱정한다고 콜라보 상대가 하늘에서 뚝 떨어 질 것도 아니고..”

미지는 혼자 중얼거리며 바닥만 보고 걷다보니 어느새 미술실 앞에 와 있었다.

그래도 마음 편히 앉아있지 못할 것 같아서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미술실 안에서 소리가 새어나왔다.

 “주머니에 넣은 손엔 잡히는 게 없는데

어떻게 널 잡을 수가 있어…”

 

미지는 고개를 두리번 거렸다. 

인적이 드문 복도끝 한귀퉁이에 있는 것이라고는 소품창고들 외에는 미술부 동아리실 밖에 없었다. 

그런데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줄 수 있는게 이노래 밖에 없다…”

설마 미술실일까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살며시 숨죽이고 뒷문에 다가가 귀를 대어 보았다.

 

“너는 괜찮다고 말을 하지만

나만 있으면 된다고 하지만..”

 

노랫소리가 미술실 안에서 들리는 것이었다. 

미지는 자기도 모르게 손톱만큼 벌어진 문틈사이로 안을 들여다 보았다.

 

창강 쏟아진 햇빛 아래 살짝 그을린 피부가 빛나며 짧은 머리카락 아래로 감은 눈 그리고 오똑한 코가 보였다. 한손을 펼쳐들고 리듬을 맞추며 또 한손으로 앞머리를 쓸어 넘긴다.

살짝 고개를 숙였다 다시 고개를 들며 가사 하나하나를 이야기 하듯 뱉어내는 애가 서 있었다.

 

“이게 널 웃게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니가 받아주길 바래본다.”

 

먼지 가득한 미술실 공기 속 공허하게 남아 귀를 감싸는 목소리에 멍하니 바라보던 미지는 살며시 고개를 들고 뜨는 그의 두눈과 마주쳤다.

 

‘어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