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st] Rainy night

Episode 9

“팀장님 여자친구 있으세요?”

“저요?

아뇨, 없습니다.”

“아, 그래요?”

다들 화목하다.

나만 빼고..

점심을 누군가들이랑 같이 먹는 것도 오랜만인데,

사람들의 대화에 잘 낄 수 있다면

그게 이상한 거다.

대충 남들 웃을 때 같이 웃는 척이라도 하고,

누군가 말을 하면 그 사람을 봐주고.

그게 끝이었다.

나에게 말을 거는 사람도,

내가 말을 건낼 사람도 없었으니까.

“풉, 그런가요?”

반면 팀장님은 사람들 사이서 인기도 좋고 소문도 좋다.

대화의 중심이 되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남들에게는

젠틀하고, 다정하고, 능력있고, 유머러스하고.

나와 눈이 마주치기만 하면,

올라간 입꼬리가 자기자리를 찾아 내려온다.

“이제 일어날까요?”

나에게만 목막히는 점심시간이 끝나고,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 음식점을 나설 때였다.

내 앞을 그 사람이 지나갔다.

ㅡ썩 떨어져!! 쯧쯧.. 안타까워라.. 신도 너무하시지.. 둘 중 하나는 죽을 운명이라니.. 안타깝기 그지없구나..!! 지금 당장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다시는 만나지 말고 살거라!! 붙어있으면 남자쪽이든 여자쪽이든 반드시 한 명은 죽게 될것이니!!'

그때, 그 순간의 모습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팀장님, 커피 한 잔 하실래요?”

“..저..! 죄송한데 저 잠깐 어디 좀 갔다 갈게요.

먼저 가세요..!”

그러고는 그 할머니가 지나간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혹시나 놓치게 될까, 놓치면 또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오늘 반드시 그 사람을 만나 물어봐야 했다.

“저기요..!!”

“저기.. 잠시만...!”

아무리 불러도 듣지 못하고 가버린다.

더 빨리 뛰어서 잡아야했다.

빵빵—!

자동차의 경적 소리가 두어번 울리고, 돌아보니 밝은 빛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탁—

누군가 나의 팔을 세게 잡아 당긴다.

“당신 미쳤어?!!”

넋이 나간 내 눈에 보인건 팀장님이었다.

회사로 돌아가 있어야 할 팀장님이 왜 여기 있는지,

그걸 궁금해하기도 전에 주변에서 그 할머니를 찾았다.

“이거 놔요...”

“뭐하는 건데요!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

차가 오는지, 자기가 차에 치이는지도 모르고 어딜 그렇게 가는데요!!”

“이거 놓으라구요!!”

있는 힘껏 그의 손을 뿌리친다.

지났어야 할 횡단보도의 끝에서 그 할머니가 나를 보고 있다.

팀장님이 뭐라하던 상관없었다.

반드시.. 반드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까..

“아가씨 오랜만이네요?”

그때 우리에게 말하던 톤과는 많이 달랐다.

“전에 그러셨죠. 둘 중에 하나는 죽는다고.”

그 할머니가 나와 내 뒤에 팀장님을 훑어본다.

“이미 그 일은 끝이 난 것 같은데.

남자가 잘 못 되었나보군.

이상하네. 이 아가씨가 죽을 운명이었는데..

아... 그렇군.. 그렇게 된거군..”

“그게 무슨...

계속 말해주세요.”

“아가씨 대신에 청년이 죽은거야.”

“네...?”

“궁금한게 있어서 나를 따라온 것이 아닌가?”

“다시 돌아왔어요.. 죽은 의건이가.. 그 청년이..

다시 돌아왔다구요..”

“혹시 뒤에있는 저 사람의 몸에 말인가?”

“..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아가씨 얼굴을 보니 사랑하던 사람이 돌아온 건 좋은 일이지만,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군.

언제 또 이별하게 될지 모르니 말일세.”

“...어떻게 이런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거죠..?”

“글쎄.. 이런 일은 나도 자주 보진 못해서.

모든 일에는 다 뜻이 있을 것이니.

하지맘 돌아온 사람에게 너무 마음을 주지는 말게나.

긴 만남은 아닌 듯 싶으니.”

“그럼 운명이니 다 받아들이라구요?

겨우 굳어진 마음을 계속 흔드는데..!

가만히 흔들리고 있어요..?”

“아가씨 마음이 굳지 말라고 그러는 것일 수도 있죠.

안그래요?”

그 할머니는 나를 보며 그렇게 웃으셨다.

웃다가 그렇게 돌아서 가버렸다.

“하....”

예전에도.. 지금도.

내가 원하는 답을 주시진 않는다.

“여주씨.”

그가 나를 나즈막히 부른다.

그때 그 할머니를 만나, 이 일에 대해서 물어보고나면,

마음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줄 알았다.

그런데 진실을 알고 나서..

의건이에게 더 미안해졌다.

마음이.. 무겁다.

“괜찮습니까?”

너는 나를 위해 너의 목숨까지 내줬는데..

내가 이 남자에게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

의건이에게 미안해서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