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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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해? 싫어해?
"대리님! 혹시 오늘 괜찮으시면 저녁 같이,"
"아뇨 좀 바빠서. 가족 식사가 잡혔어요."
"··· 네?"

"오늘은 여진이 보러 안 와줘도 돼요.
편히 쉬어요."
대리님과 같이 가기 위해 큰맘을 먹고 비싸다고 소문난 식당을 예약했다. 출근을 해 서로 눈이 마주쳤는데도 바로 가버리는 대리님에 살짝 의아해서 먼저 말을 걸어보았지만 매몰차게 차여버렸다. 절대 이러실 대리님이 아닌데. 바로 같이 가자고 하실 줄 알았는데···.
그래도 조금이나마 사이가 가까워졌다고 착각한 내 잘못이었다. 대리님은 그냥 날 회사 동료라고만 생각하실 수도 있는 거였는데 나만 혼자 다른 사람들보다 툭별하다고 느꼈던 것이다. 왜 당연히 받아들이실 거라고 생각했지. 진짜 김여주 뭐 하자는 거야.
"가서 일 안 보고 뭐 해요."
"··· 아, 아 네."
오늘따라 대리님이 이상했다. 일부러 날 피하려고 하시는 게 딱 눈에 보였다. 눈도 마주치지 않고 컴퓨터 화면만 응시하며 대충 말하는 대리님에게 상처를 안 받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여주 씨."
"네?"

"이거 오늘까지 제출해놔요."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한테 일을 시키지 않는 걸로 유명해 천사라고 소문 난 대리님이 나에게 일을 대신 시키셨다. 그것도 다른 사람들에겐 관심도 안 보였던 대리님이. 나한테는 어떻게 하는 건지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주셨던 그 대리님이.
"안 받고 뭐 해요. 멍하니 있지만
말고 어서 받아요."
"······."
"김여주 씨. 여기 회사예요.
사적인 감정 섞지 말고 일해요."
"··· 알겠습니다, 대리님."
"정신 똑바로 차려요. 남 피해 주지 말고."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꾸벅 숙이고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왔다. 눈물이 터져나오려 하는 걸 겨우 입술을 꾹 깨물고 진정시켰다. 최 사원님은 둘이 왜 그리 살벌하냐고 놀란 토끼눈을 하고서 물어보셨다. 애써 눈물을 숨기고 아니라고는 답했지만 나 모르게 대리님이 무슨 일이 있으신 것 같았다.
결국 대리님과 같이 가려고 했던 식당에 못 가게 되었다. 예약을 취소하면 환불이 안 되었기에 어쩌지 하고 있었는데 그때 박지민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저녁 같이 먹자면서. 그 말에 내가 먼저 선두를 쳤다. 내가 쏠 테니 같이 가자고.

"여주 씨."
"······."
"일 끝났으면 가요. 태워줄게요."
퇴근할 시간이 되니 대리님은 평소와 같게 먼저 말을 거셨다. 낮에 있었던 일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시는 대리님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가증스럽게 느껴지는 탓에 이번엔 내가 매정하게 돌아섰다.
"아니요."
".. 네?"
"지민이랑 같이 가기로 해서요.
저녁 약속이 잡혀서."

"······."
"오늘은 안 태워주셔도 돼요.
가족들이랑 식사 잘 하세요."
아까 대리님과 똑같이 말하자 대리님은 당황한 기색을 보이셨다. 이럴 거였으면 그러지 말지.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 자리에 멈춰서 있는 대리님을 혼자 놔두고 사무실에서 나왔다. 신경 쓰였다. 내일부터 전에 행동했던 것처럼 날 내치시면 어떡하지. 날 싫어하시게 되면 어떡하지. 내뱉은 말이 후회가 되었지만 한 순간의 감정 때문에 다시 대리님에게 되돌아가지 않았다.

"··· 야 너 돈 없잖아 나랑
오는 건데 뭐 이런 델 와."
"내 돈이니까 신경 끄고 맛있게 먹기나 해.
맛없게 먹으면 죽인다."
"설마 너 지금···."
"뭐."

"나한테 미련 남아서 이러는 거냐?"
아이씨 이 밥맛 떨어지는 놈아. 박지민의 말에 혈압이 올라 머리를 세게 쥐어박았다. 아!! 아파!!! 그럼 그런 짓을 하지 말던가 해야지 원. 다른 여자 생겼다고 3년 동안 만난 정을 쉽게 버리는 놈한테 왜 미련이 남겠냐 물으니 그제야 수긍을 한다. 하여튼 단순한 놈.
"왜 이렇게 안 먹어, 나한텐 맛있게
안 먹으면 죽인댔으면서."
"아니 그냥··· 입맛이 별로 없네."
음식이 나와도 대리님과의 일 때문에 조잘대는 박지민에게 집중을 할 수도 없었고 너무 정신이 없어서 스테이크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다. 박지민은 보다 못해 자기 스테이크를 썰어 내 접시와 바꿨다.
"왜, 뭔 일인데."
"······."

"아 빨리 말해. 이 오빠 현기증 난다."
오빠는 무슨 오빠! 자꾸 나 무시한다 너. 주제를 돌리려 함에도 불구하고 박지민은 꿋꿋하게 말 바꾸지 말라며 일침을 놨다. 기에 눌려 스테이크 한 조각을 입에 쏙 넣고 눈치를 보았다. ··· 상황에 안 맞게 더럽게 맛있고 난리야.
미친 여자처럼 보지 말라고 미리 일러주니 박지민은 대리님 좋아한다는 헛소리 해도 그러려니 해준다고 말한다. 뭐야 얘 어떻게 알았어. 금세 얼굴이 창백해지자 박지민 또한 얼굴을 굳힌다.
"··· 아니 진짜?"
"······."
"지, 진짜? 장난이 아니라···?"
결국엔 박지민에게 다 털어놓았다. 여진아와의 일부터 오늘 있었던 일까지 다 털어놓았다. 내 말을 다 들은 박지민은 대단하다면서 박수를 짝짝 쳤다. 그러면서도 진지하게 대하는 모습에 내심 고맙기도 했다.

"근데 어떡하냐. 대리님 나 좋아하셔."
"?"
"나한테 열한 살 연상 어떠냐고 막
적극적으로 물어보시더라고."
고맙기는 개뿔.
"열한 살 연상 좋아할 수 있겠는지 막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물어보시는데···."
"······."
"그 눈빛이 좀 느끼했어··· 으,
지금 생각하니까 좀 그렇네."
"초롱초롱했다며. 느끼한 건 또 뭔데."

"아니, 아무튼."
근데 너한테 그 얘기 했으면 완전 까무러쳤을 거라고 하니까 막 얼굴이 창백해지시더라고? 왠지는 모르겠다. 박지민의 말에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왜 내가 그런 반응을 보였을 거라 하니까 안 좋게 받아들이시지? 쓸데 없는 생각이라고 하기엔 내가 대리님을 좋아하는 좋아하는 입장으로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대리님과 있을 때 다른 얘긴 하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간간이 만났을 때 내가 좋아하는 건 뭔지 어떠한 행동을 해야 부담스럽지 않을지 같은 그냥 나에 대한 것들은 틈이 날 때마다 물어보셨다고 한다.
"··· 어···?"
"어···? 왜?"
"잠깐만 그럼··· 생각을 해보니까···
나한테 물어보셨던 게 다 너 좋아해서
아니야···? 미친 나 그럼 지금까지 그런
더러운 착각하고 있었던 거야?"
박지민은 토하는 시늉을 하며 자기 뺨을 마구 찰싹찰싹 때렸다. 그 와중에 나는 경직이 되어 눈도 깜박거리지 않았다. 대리님이 날 좋아하신다고? 날? 머릿속이 백지장마냥 새하얘졌다. 그럼 대체 왜 피하신 걸까, 좋아하는데도.

"설마 너한테 선 두시려는 거 아니야?"
"어···? 설마···."
"충분히 가능성 있어. 나한테 열한 살 연상
좋아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신 거면 충분히
나이차이가 안 맞다는 건 신경쓰고
계신다는 거잖아."
박지민의 말에 의자를 박차고 일어섰다. 비싼 음식이고 뭐고 지금 상황에서는 대리님이 가장 중요했기에 급하게 가방을 챙겨 식당 밖으로 뛰쳐나갔다.
하루에 한 개씩 올리겠다고 했는데 이틀 잠수타버렸습니다 ^^
아니 저 구독자 많은 편이더라고요...? 아니 왜지...? 싱글대디 재밌나여 위트 들어가시면 오늘도 올려서 32화까지 업로드 되어 있으니 먼저 보고 오셔도 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