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lemma in a love triangle

12. A warm cup of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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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따뜻한 커피 한 잔


말랑공 씀.




   따스한 햇살이 커튼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정수연의 눈을 부시게 했다. 그 덕에 정수연은 알람 소리를 듣지도 않고 일찍 일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수연은 짜증이 날 뿐이었다. 알람이 울리기 전 10분 전에 일어나 다시 잘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이기도 하고, 10분 더 잘 수 있었는데 못 잤음에 억울하기도 했다. 간밤에 정수연이 커튼을 제대로 닫지 않아 생겨난 일이기에 누구한테 화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정수연은 지금 이 상황을 받아들이며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오늘은 다름 아닌 카페 알바 면접을 보는 날. 어떻게 해서든 합격하고 말겠다며 다짐한 정수연은 어느 때보다 깔끔하게 차려입었다. 올 때 편하게 와도 된다는 정호석 사장님의 말씀이 있었지만 정수연은 최대한 잘 보이려 단정하게 입었다. 긴 머리칼도 단정하게 하나로 묶고. 그리고 정수연은 역겹지만 호석이 좋아하는 장미 향을 뿌리려고도 했다. 그러나 장미 향수가 있었던 곳이 빈자리인 것을 본 정수연은 그제서야 생각나고 말았다. 장미 향수는 전에 역겹다고 정수연 자신이 쓰레기통에 처박 듯이 버려버렸다는 것을.


   “…뭐, 이렇게까진 안 해도 되겠지. 연기만 하면 돼. 아무것도 모른다는 연기만. 그리고 은근히, 마음껏 놀려주면 돼. 역겨운 만큼.”


   정수연은 거울을 보고서 거울 너머 자신에게 말하듯 읊조렸다.




***




   정수연은 면접을 같이 볼 지민과 윤기와 만나기로 했던 거리로 갔다. 그곳엔 따뜻한 커피를 든 지민이가 먼저 와 있었다. 어제 있었던 일 탓이었는지 항상 늦게 왔던, 그래도 약속 시간은 지켰던 지민이 누구보다 일찍 와 있었다. 그는 어쩐지 불안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고 정수연을 발견하고는 괜스레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맞이해 줬다. 정수연은 지민이 어제 일 탓에 이러는 것을 단번에 눈치채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척, 어제 일은 그저 괜한 꿈이었던 척 굴며 사근사근 웃었다. 그러나 지민은 어제 일을 없었던 일로 치기엔 자꾸만 정수연의 팔에 시선이 갔다. 오래되어 보이는 흉터. 가리고 싶어하는 흉터. 도대체 그 흉터의 정체는 무엇일까.


   “되게 일찍 와 있었네. 안 추워, 지민아?”


   “어, 응… 괜찮아. 안 추워. 수연이 너야말로 안 추워? 되게 얇게 입고 온 것 같은데.”


   “응. 난 괜찮아.”


   “자, 이거.”


   지민은 들고 있던 따뜻한 커피를 정수연에게 건네주었다. 여전한 추위를 잠시 이걸로나마 식히라는 뜻이었다. 정수연은 지민이 건넨 커피를 지민의 손과 함께 두 손으로 감싸쥐며 따뜻하다고 속삭였다. 지민은 그저 따뜻한 커피를 건네주려는 의도였는데 갑자기 정수연이 커피와 함께 저의 손까지 감싸쥐니 심장이 쿵, 쿵, 하고 뛰어왔다. 정수연에게 사랑이란 감정을 품고 있었던 지민은 이런 사소한 행동까지도 괜스레 설렘과 동시에 희망이 품어지곤 했다.


   지민은 정수연 몰래 웃음을 지으며 뺨을 발그레한다고 생각했지만 정수연에겐 그 모든 게 너무나도 잘 보였다. 지민의 수줍은 웃음, 한껏 상기된 뺨. 정수연 그녀는 본인의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듯 남몰래 웃음을 지어냈다.


   “둘이 먼저 와 있었네. 웬일이냐, 박지민. 항상 마지막으로 오더니.”


   “아, 형… 왔어요? 그냥 왠지 오늘은 일찍 오고 싶었어요.”


   둘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기류. 정수연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윤기가 지민에게 짓궂은 물음을 했었을 때 정수연 그녀도 같이 있었기에, 정수연이 같이 있었어서 그 질문은 더욱 짓궂은 물음이 됐었기에. 윤기는 괜히 뒷머리를 긁적이며 지민에게 따뜻한 커피를 건넸다. 어제 괜히 그런 소리를 해서 미안하다는 무언의 사과였다. 정수연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자기도 모르게 푸흡, 하고 웃어버렸다. 요즘에 사과할 때는 따뜻한 커피를 건네는 게 유행인가? 정수연은 혼자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가 왜 웃는지 어리둥절해하는 지민과 윤기를 이끌고 면접을 보기 위해 카페로 갔다. 지민이 건네준 커피를 꼭 쥐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