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orced men and women

TAKE #09 Untold Thoughts

photo




TAKE #09

9th SCENE

ㅡ전해지지 못한 속마음ㅡ












" 너희 미쳤어? "






갑자기 들이닥친 피디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사진이 찍혔다. 우리는 쭈그려 앉아있는 상태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살짝 밖을 바라보니 몇몇은 당황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한사람, 뒤에서 물어뜯는 손톱사이로 입꼬리가 올라간 사람을 제외하고 말이다.






" 갑자기 무슨... "






연준이는 내게 일어나지 말라고 신호를 하며 자리에 일어나 피디를 바라보았다. 한껏 성이난 피디를 말릴 수 있는건 그곳에서 그 누구도 없었다.






'' 카메라도 없는 상태로 들어가, 마이크 연결선도 빼, 너희 촬영 안하고 싶어? 접을까? 어? ''

photo
" 마이크 선은 실수로 빠진겁니다. 그리고 카메라는..
.. "






연준이는 카메라맨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90도로 숙였다. 카메라맨들은 어쩔줄 몰라하며 그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하는 수 밖에 없었다.






" 죄송합니다. 제가 추억에 젖어서 까먹었습니다. "






카메라맨들은 우왕자왕해하며 괜찮다는 제스처를 보내며 내심 연준이에게 고맙다는 표정을 지어주었다. 그들의 탓으로 돌리는 방법도, 나의 탓으로 돌리는 방법도 있지만 연준이의 그 행동은 이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는 뜻이었다.






" 추억? 우리가 감성팔이를 하러 만난 사람들인가? 이혼할 사이면 이혼할 사이처럼 지내라고. 솔직히 말해봐, 딴 ㄴ 생겨서 이혼하는 거지. 그치? "

photo
" 말 가려서 하십시오. 그런 장면을 기대하시는 거 같은데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괜한 망상하지 마십시오. 불쾌합니다. "






한대 칠것같은 아찔한 분위기에 다들 눈치를 보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고 나는 앉아있는 상태에서 그저 올려다보기만 했다.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나 고민을 하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 죄송합니다, 마이크 선이 실수로 빠졌나봐요. 분량은 이게 아니여도 채울 수 있으니까 빨리 다음으로 넘어가는게 좋을거 같은데, 아니면 다시 카메라 세팅한 상태로 찍을까요? ''

'' 하... 됐다 됐어. 니들 알아서 하세요 ㅅㅂ ''






우리는 빠르게 사진을 고르고 인쇄를 했다. 물론 그러는 동안 카메라가 들어와 우리 모습을 찍었고 메이킹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작가들은 분주하게 회의를 하더니 작게 들리는 소리로는 이번주에는 미공개 인터뷰 내용을 올리자는 내용이 오가는 듯했다.






photo
'' 누나! 우리 이거 어때? 난 누나가 이게 제일 잘나온거 같아서 ''

'' 응? 으음... 그럼 이거랑 너 잘나온 사진 하나 더... ''






나는 화면을 바라보다가 연준이를 휙 바라보았다. 연준이 역시 나를 바라보더니 왜 자신을 바라봤냐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 우씨... 다 잘생기게 나왔잖아 ''






내 작은 중얼거림을 들은 연준이는 입꼬리를 살짝 들어올렸고 그 입꼬리는 한동안 내려가지 못했다. 메인 피디와 한판 싸우고 조금 화가 난듯 눈꼬리가 처진 연준이었는데 그리 웃으니 참 보기 좋았다.






photo
'' 다행이네요, 아직 누나한테 잘생겨보여서 ''














photo

















전자제품 가게를 한번만 둘러보자는 연준이 덕분에 미션은 대성공이었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신혼부부냐는 소리를 듣고 다녔다. 그러니까 꼭 신혼때로 돌아간 듯한 설렘이 돌았다. 


연준이는 미션과 파티에만 집중했는지 아까의 그 키스해도 되냐는 폭탄발언에 대해 묵인했다.

사실 피디가 들이닥치지 않았더라면 그 안에서 무슨일이 벌어질지 뻔했다. 난 또 분위기를 야릇하게 만든 연준이에게 휘둘렸을 것이 분명했다.








'' 고기랑 와인이랑... 맥주? 그리고 누나 항상 고기에 깻잎 싸먹으니까 그것도 살까? ''






그런 쓸때없는 것까지 기억하는 연준이에 조금 놀랐다. 물론 나 역시 그의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지만 세삼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 으음... 좋아 ''






사실 아까부터 손을 꼭 잡고있던 연준이가 신경쓰였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사실 손이 아니라 팔짱을 끼고 싶었다.

혼자 꼼지락거리며 손을 풀려고 하자 연준이는 손깍지를 끼며 더욱 단단히 잡았다. 나보다 큰 그의 손에 갇힌 나는 또 한번 심장이 간질거리는 기분을 느꼈다.








'' 불판이랑 그런건 다 있겠지? ''

'' 밖에서 캠핑하는 도구가 있지 않을까? ''







나는 주위를 돌아보며 작가님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고 작가님은 오케이 싸인을 주었다.

떡이랑 소시지 등 이것저것 해산물이며 소고기에 마시멜로까지 담다보니 꽤나 많이 쌓였다.






'' 이정도면 된거 같은데, 갈까요? ''

'' 응! 그러자 ''







마지막까지 우린 손을 놓지 않았다.
















.

.

.


















우리는 파티분위기를 내기 위해 풍선을 불어 장식을 하고 이것 저것 우리가 사온 조명으로 방을 밝게 물들였다.






" 아... 계속 떨어지는데... "






시무룩하게 떨어진 풍선을 보고 있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연준이는 아무말 없이 다시 붙여주었다. 한번이면 다행일텐데 몇번이고 떨어지는 풍선을 연준이는 한마디의 불평도 하지 않고 몇번이고 다시 붙여주었다.






" 걱정마. 떨어지면 내가 다시 붙여줄테니까요 "






연준이는 이쁘게 웃으며 마저 풍선을 달았다. 연준이 덕분에 HAPPY DAY라는 문구가 완성되었다. 사실 구매를 한 제품은 해피 벌스 데이였지만 그 누구의 생일도 아니였기에 벌스는 붙이지 않았다.






" ...나름 괜찮은데? "

photo
" 그럼~ 누가 꾸민건데 "






연준이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능글맞게 웃었다. 나는 그 미소를 따라서 입꼬리를 올렸고 연준이를 툭 한번 치고는 다시 꾸미기 시작했다.






" 전구를 달아볼까? "

" 좋아요, 누나가 말해주면 내가 달아줄게 "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연준이에게 맞기기로 했다. 내가 한 실수를 연준이가 수습하는 것보다는 연준이가 그냥 다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 그건 여기에 달고... 아, 그렇게 달아볼까? "






연준이는 내 의견을 존중해주며 번복하는 내 결정에 그저 허허 웃기만 했다. 아무래도 힘들어서 실성했나보다.






" 누나, 배 안고파? 이제 슬슬 먹을거 준비할까요? "






조명을 다 달고 어느새 꽤나 분위기 있는 홈파티 장소가 완성될때쯤 연준이가 내게 물었다. 나는 조명을 한번 휙 둘러보고 남은 재료를 확인했다. 그냥 끼워서 달면 되는 듯한 제품만 남아있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 그럼 슬슬 준비해볼까? "

" 누난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금방 고기 구워서 올게 "






연준이는 고기를 주섬주섬 챙겨서 나갔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그릴은 이미 제작진들이 다 준비를 해둔 뒤라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내가 조금 더 장식을 하고 세팅을 하는 동안 연준이는 고기를 구워왔다.






" 빨리 왔네? "

" 금방 구울 수 있으니까 "






나와 연준이는 식탁 앞에 나란히 앉았다. 쇼파에 앉기엔 식탁이 너무 낮아 결국 쇼파에 기댄채 바닥에 앉았다. 연준이도 나를 따라 내 옆에 앉았고 둘만의 어색한 기류를 느끼며 티비를 틀었다.






" 영화 보고 싶은거 있어? "

" ...라라랜드 볼까? "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라라랜드를 틀었다. 고요한 멜로 영화를 바라보며 우리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저 오늘 하루의 감정과 영화에 대한 감상평만 말할 뿐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우리에겐 다음도, 과거도 금기어였다.






photo
" 누나, 그렇게 빨리 먹으면 취해요 "

" 아니야아... 괜차나... "






와인잔이 비워지면 연준이에게 채워달라 요구하고 다시 비우고 채우고를 반복하며 생각나는 이야기를 계속 하다보니 정신은 점점 몽롱해지고 내가 내가 아닌 기분을 느끼며 점차 통제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무거운 머리를 그냥 마음가는대로 연준이의 어깨에 기댄 그 기억을 끝으로 필름이 끊긴듯 했다.










.

.

.

















'' 누나 영화 끝난거 같은... ''






연준이는 자신의 어깨에 기대 잠자고 있는 청연이를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럴 줄 알고 미리 담요를 챙기길 잘했다 생각하며 손을 뻗어 담요를 덮어주려고 했지만 담요가 손에 닿지 않았다.

담요를 가지고 오면 청연이가 깰까봐 결국 포기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런 연준이는 마지막 남은 와인잔에 와인을 모두 마셨고 카메라는 분주하게 치워졌다.






" 촬영 끝났습니다. 이제 좀 쉬세요 "

" 네에... 안녕히가세요 "






연준이는 그 상태로 꾸벅 인사를 했다. 그러자 청연이가 꼼지락 꼼지락 거리더니 연준이의 무릎에 누웠다.








'' 하... 선넘고 싶게 왜그래... ''









덕분에 연준이는 몸까지 기울려서 담요를 잡을 수 있었다.






" 으음... 도하야... "







연준이는 담요를 덮어주는 것을 멈칫하다가 다시 천천히 덮어주었다.








" 사랑해 도하야... "

photo
" ... 매일이 오늘같았으면 좋겠다. "

" 도하야... 우리 도하.... "

" 누나가 내 이름을 불러줬다면 더 행복한 날이 되었겠지만 "

" 응... 엄마도 보고싶어 "

" 오늘 하루 내가 누나의 사람으로 살아간거 같아서 좋았는데... "





청연이는 눈을 뜨고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연준이를 바라보며 손을 뻗어 볼을 천천히 쓰다듬어주었다.







'' 아... ''

" 보고싶었어. 아주 많이... 아닌척할 수 없을정도로 " 








 연준이는 청연이의 그리움이 가득 담긴 눈빛 속에 비친 자신이 도하로 보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왔다.







photo
" 나 아직도 누나 많이 사랑하나봐 "

" 사랑해 "

" ...응 나도 "






청연이의 입에서 사랑해라는 말이 나온건 참 오랜만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연준이는 빈 잔에 와인을 따랐다. 연준이가 홀짝이며 그 와인을 다 비울때까지 청연이는 애타게 부르며 간절히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 사랑해 세상 그 누구보다, 그 무엇보다. ''

'' 사랑해 ''

'' 나를 도하와 겹쳐서 보아도 좋고 ''

'' 응... 나도 사랑해 ''

'' 내게서 도하를 봐도 좋아. ''

'' 아직도 사랑해... ''

'' 누나의 입에서 도하가 아니라 다른 남자의 이름이 나와도 좋아. ''

'' 가지마... ''

''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도 난 다 괜찮은데... ''

'' 여전히 사랑해... ''

photo
'' 그냥... 부디 두번 다시 내 곁만 떠나지 말아줘. "






연준이는 눈물 대신 애써 미소를 지으며 청연이의 머리를 살짝 넘겨주었다. 그러다 눈을 두어번 깜박이다가 천천히 잠에 들었다.






" 사랑해 연준아, 사랑해 "







청연이의 마지막 잠꼬대를 듣지 못한채 말이다.



















-

연준이가 잠들기 직전까지 들은 간절하게 말한 사랑해가 사실 도하를 향한게 아니라 연준이를 향한건데,눈뜨고 연준이와 눈 마주친 순간부터 연준이한테 사랑한다고 한건데

왜 알지를 못하니 연준아

((지가 이렇게 설정했으면서 안타까워하는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