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ㅣ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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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가 일어났을 때 태형은 온데간데 없었고, 식탁 위에 포스트잇 하나와 직접 만든 샌드위치가 올려져 있었다. 설이는 꽤 채워져 있는 포스트잇을 조심스레 떼어서 보았다.
‘피곤했나 봐, 절대 안 일어나길래 그냥 샌드위치 만들었어. 꼭 먹고 밖에 절대 나가지 마, 다 너 위해서 이러는 거니까 말 들어. 오늘 오는 길에 핸드폰 사올게.’
“글씨체가 이게 뭐야…”
설이는 태형의 겨우 알아볼 수 있는 글씨체에 귀여운 듯 웃었고, 다시 포스트잇을 붙여놓고는 샌드위치를 먹고 태형을 기다렸다.
그렇게 설이가 태형을 기다리며 집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 있을 때, 설이의 뒤에서 빠른 바람 소리가 들리며 인기척이 느껴졌다. 설이는 놀라며 뒤를 돌아봤고, 그 곳에는 윤기가 서 있었다.
“깜짝이야… 순간이동 능력도… 있어요?”
“없어, 카피얼로 김석진 능력 카피한 것 뿐이지.”
“근데… 왜…”
설이는 저번 그 일로 윤기의 눈을 마주칠 수 없었고, 윤기는 자기 눈을 마주치지 못 하고 계속 자기 손을 보며 불안한 듯 뜯고 있는 모습에 더욱 미안해졌다.
“사과하러 왔어, 저번 일.”

“네?”
“사과하러 왔다고.”
“저번에… 순간적으로 욱 해서 그런 것 같다, 미안해.”
“김태형도 잃을까 봐 겁 나서 그랬어.”
“아… 이해해요.”
“다 들었거든요, 사정.”
“이해해줘서 고맙네, 그래도 들키는 건 진짜 안 돼.”
“뭐… 나는 둘 응원해줄 테니까.”
“응원? 무슨 응원이요?”
“뭐, 그건 알아서 생각 하시고.”
“사과… 받아준 거지?”
“네, 그럼요.”
“그래도… 나 그때 진짜 무서웠어요.”
“미안…”
“됐어요, 사과 안 해도 돼요.”
“아, 근데 그쪽은 아카데미 안 가요?”
“갔다가 온 거야, 오늘 단축이거든.”
“아… 그럼 태형 씨도 금방 오겠네요?”
“그건 모르겠네.”
“그럼 태형 씨 올 때까지 나랑 놀아줘요!”
“어?”
“나 죽일 뻔한 건 갚아야죠, 안 그래요?”
“… 그래, 다 내가 잘못 했지.”
윤기는 결국 태형이 올 때까지 설이를 놀아주었고, 태형이 집에 들어오고 윤기를 보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심지어 윤기와 설이가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더 놀랄 수밖에.
“뭐, 뭐야 민윤기…!”
“언제 왔어? 아니, 어떻게 온 건데?”
“어떻게 오긴, 순간이동 해서 왔다 왜.”
“김석진 능력 카피했냐?”
“정답, 역시 김태형.”
“아니, 근데… 너가 왜 설이랑…?”
“윤기 오빠가 나한테 사과 해줬어요!”
“… 오빠?”
“우리 말 놨거든요.”
“아~ 그렇구나.”
“민윤기 나가, 얼른 나가.”
“아 왜, 싫어.”
“나가라고, 그냥 허공에서 떨어트려줘?”
“… 어이가 없어, 갑자기 왜 저래?”
“아, 설아 핸드폰 생기면 나한테 연락해!!”
“아까 알려준 내 번호 기억하지?”
“응, 조심히 가!”

“그래~“
윤기가 가고 난 후, 태형은 침묵을 유지했다. 갑자기 무거워진 분위기에 설이는 긴장했고, 드디어 태형이 입을 뗐지만 설이가 원했던 좋은 말투가 아니었다.
“유 설.”
“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