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 school bodyguard

Ep.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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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 경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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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뺨부터 시작해 귀, 목까지 새빨개졌고 몸 전체가 후끈거렸다. 김여주, 진정해… 제발 진정하란 말이야…… 전정국이 아무런 짓도 안 하고 그저 내려다 보고만 있는데도 두근거리는 심장과 열이 오르는 몸에 속으로 진정하라는 말만 몇 번을 삭혔는지 모른다.





“ㅇ,왜. 뭘 그렇게 빤히 봐…”





한참 동안이나 말 없이 가만히 나를 내려다 보고 있는 전정국에 내 얼굴에 뭐라도 있나 싶었다. 얼굴이 다 새빨개진 상태로 전정국에게 태연한 척 물었지만 내 목소리는 태연하지 못했나 보다. 목소리는 떨리고 말은 더듬게 되는 것이 또 고장이 난 듯 했다.





“쪼끄만 게 벽쿵은 무슨.”

“야, 나 안 쪼끄맣거든? 네가 큰 거야!”





키는 내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솔직히 내 키가 아주 조금, 정말 조금 작은 것 같다고 생각해 본 적은 있었지만 막 그렇게 쪼끄만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니 내가 작은 것보다 전정국이 큰 거지, 요즘 고딩 남자애들은 다 180 이러는데… 키 얘기에 발끈한 나는 전정국을 찌릿 노려봤다.





“벽쿵은 이렇게 하는 거다, 멍청아.”

“… 너랑 나랑 키가 바뀌었어봐, 너 나한테 설렜을 걸?”

“글쎄, 난 지금도 나쁘지 않은데.”

“ㅇ,어?”

“해석은 알아서 하고-.”





전정국은 늘 이런식이다.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넘어가지 않겠다면서 나만 또 희망에 부풀게 만들었다. 전정국은 자신이 뱉은 저 한 마디에 내가 얼마나 많은 생각을 어떻게 하는지, 자신한테서 어떤 희망을 가지게 되는지 모를 거다.

알아서 해석하라는 말을 끝으로 전정국은 나한테서 떨어졌다. 전정국이 떨어진 후에도 한참을 벙쪄 벽에 등을 댄 채 있던 나였고, 전정국은 침대에 걸터앉아 나를 빤히 쳐다봤다.





“김여주, 앞으로 이상한 거 배워오지 마.”

“이상한 거 아니거든? 분명 초록창에서 꼬시는 방법이라고 했다고…”

“초록창 그거 믿을 거 못 된다니까. 그리고 너 애쓰는 거 다 티나.”





이쯤 되면 전정국이 너무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름 첫사랑이라고 안 해본 거 초록창에 쳐가면서 애쓰는 건 사실이었다. 근데 그게 자신의 눈에 보이는데도 태연하게 저러는 게 어딨냐고. 티가 나면 좀 넘어와주기라도 하던가… 속상한 마음에 입술을 한 번 삐죽였다.





“… 전정국, 나 포기 안 할 거야. 초록창 말고 인별이나 파랑새, 얼굴책까지 다 물어보고 매일 올 거라고.”

“넌 내가 그렇게 좋냐?”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 그렇지만 답하기에는 너무 쉬운 질문이었달까. 전정국은 온전히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 같았다. 나는 전정국의 질문에 답을 주기 위해 전정국 바로 앞으로 쪼르르 달려가 섰고 전정국은 고개를 약간 올려 나와 눈을 맞췄다.





“응, 엄청 좋아. 난 네가 나 위험할 때마다 와주는 것도, 같이 놀아주는 것도, 가끔 나 걱정해 주는 것도, 나한테는 늘 다정한 사람이 되주는 것도, 내가 억지 부려도 받아주는 것도 다 좋아.”





전정국 앞에서는 항상 솔직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빠, 집사님, 황민아 등 내 주변 사람들 통틀어서 전정국이 제일 편했다. 지금 역시 나는 전정국 앞에서 솔직했고, 전정국에게도 내가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난 그냥 너랑 있는 시간들이 다 좋은가 봐.”

“……”

“아, 진짜… 내가 너 엄청 좋아하는 것 같아……”





부끄럽지만 간질거리는 마음을 표현하는 게 좋아 계속 웃음이 나왔다. 자꾸만 누가 깃털로 내 심장을 간질이는 것처럼 심장 부근이 간질거렸다. 나는 전정국을 바라보며 활짝 웃어보였고 전정국은 아무 말 없었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전정국의 새빨간 귀를 보아하니 조금은 설렜나 보다 하고 말이다.





“내가 이번에도 거절하기엔 네가 너무 진심인 것 같아서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진심인 거 알면서 그러는 거 진짜 나쁜 거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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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나 진짜 나쁜 놈이네.”





꽤나 선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이번에는 거절이 돌아오지 않았으니까. 조금씩 천천히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조금만 더 들이대면 전정국도 끝내 날 받아줄 거라는 확신이 이번에 제대로 들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진심인 거 알면서 이러는 게 나쁜 건 아냐고 가볍게 물은 질문에 예상 외로 전정국의 허탈한 대답이 돌아왔다.

오늘은 전정국도 나에게 조금은 솔직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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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내가 본격적으로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전정국에게 들이댔다. 오죽하면 황민아가 나에게 적당히 좀 티 내라고, 전정국 좋아하는 거 광고 할 일 있냐며 뭐라 했을까. 전정국을 좋아하기 시작한 뒤로 인생이 재밌어졌다. 뭐랄까, 매일이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해야 되나?





“야, 나 어떡하지?”

“전정국 얘기면 죽여버릴 거야.”

“전정국 보고 싶다.”

“너 진짜 미친년이야? 계속 붙어있으면서 뭘 또 보고 싶어.”





잠깐 전정국이 화장실을 간 사이였다. 각자 볼일 보러 갈 때 말고는 하루종일 붙어있었는데도 전정국이 보고 싶었다. 황민아는 그런 나를 보고 미쳤다며 경악을 했고, 황민아의 그런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나는 전정국한테 미친 것 같았다.

전정국한테 미친 만큼 내가 들이대는 방법도 여러가지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쓴 방법은 굳이 안 해도 될 스킨십을 하는 거였다. 예를 들면 전정국 손을 잡고 달린다던가, 멀리서 달려와 전정국한테 안긴다던가, 은근슬쩍 팔짱을 낀다던가 등등. 약간 나의 사심 채우기 같은 느낌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전정국이랑 손도 잡고 싶고, 안고 싶고 하는 걸 어쩌라고…





“전정국-, 빨리 집에 가서 놀자!”

“알겠는데 이거 좀 놓고 말하지?”

“왜…”

“너 요즘 자꾸 나한테 스킨십하는 거 알아?”

“응!”





아, 내가 너무 해맑았나…? 학교 끝나고 전정국이랑 집에 가는 길에 내가 나도 모르게 전정국 팔에 팔짱을 껴버렸다. 전정국은 내가 낀 팔짱을 풀어내며 자꾸 스킨십하는 건 아냐고 물었다. 알고는 있었으니까 뭐… 내가 해맑게 웃자 전정국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푹 쉬었다.





“김여주, 우리 스킨십 막 해도 되는 사이 아니잖아.”

“나 약간 내성 생긴 것 같아. 이제는 네가 밀어내는 것도 익숙해졌다?”

“……”

“우리가 그런 사이는 아니지만 내가 널 좋아하고부터 너만 보면 손도 잡고 싶고, 안고 싶고 하는 걸 어떡해.”

“참아.”

“헐, 이런 걸 어떻게 참냐? 이런 건 인간의 본능 같은 거라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전정국은 내가 자꾸 자신한테 스킨십을 하고 싶어지는 걸 참으라고 했지만 참으려고 했으면 진작 했겠지 싶었다. 마음에 드는 이성이랑 몸 부딪히는 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인지라 어쩔 수 없다고 전정국한테 계속 설명했다. 하지만 전정국은 단호하게 굴었다.





“그래도 안 돼. 너 앞으로 나한테 스킨십 같은 거 절대 금지야.”

“전정국, 진짜 이러기야?”

“나는 밀어내는 입장이니까 이렇게 해야지, 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아니, 고백을 해도 안 받아주고 들이대도 싫다고 하고 스킨십도 안 된다고 하면 그냥 가망이 없다는 걸 알려주는 셈 아닌가? 가장 짜증이 났던 건 자신은 나를 밀어내는 입장 어쩌고 하면서 입꼬리를 약간 올리는 기세등등한? 전정국의 그 표정이었다.





“그럼 나랑 키스할래?”





순수한 궁금증이었다. 과연 전정국이 키스하자는 말에도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고, 계속 태연할 수 있을까 하는.














전편 댓글에 다들 고백 각이라고 하셨지만… 저는 루트를 벗어나는 사람이죠.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