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possessed by a villain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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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도용 ×

















점심시간이 되었다. 원래 급식을 안 먹던 나는 급식소가 아니라 사람이 없는 옥상으로 향했다.



"역시 아무도 없네."



출입 금지라고 푯말이 보였지만 가볍게 무시한 채로 문을 열고 나갔다. 산뜻한 바람이 부는 옥상에 조금은 기분이 괜찮아졌다.



학교 치고는 정말 크고 좋아 보였는데, 명문고라도 되는지 옥상마저 깔끔하고 좋았다. 그늘진 곳을 찾아 벤치에 앉았을까. 심하지는 않지만 계속 지끈거리는 두통에 미간이 좁혀졌다.



도대체 왜 이렇게 아픈 거야



앙상한 팔. 팔만 봐도 알 수가 있었다. 그녀의 마른 몸을. 잘 먹지를 않는 건지,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툭 치면 쓰러질 것만 같았다.



"...돌아가고 싶다."



알 수 없는 세상. 알 수 없는 사람들. 모든 게 낯선 여기. 간절히 바랐던 죽음의 결말이 이러하다는 거에 짜증이 났다. 내가 어떤 심정으로 죽음을 택했는데.



자리에서 일어나 난간으로 다가갔을까. 꽤나 높은 건물에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여기서 죽어버리면 이 짓도 끝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두꺼운 난간을 밟고 올라갔을까.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려 눈을 감고 서있었다.



"시원···."

"뭐 하냐."

"아, 시발 깜짝이야..."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번뜩 눈을 떠 뒤를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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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학교에서 시체를 보고 싶진 않은데."

"....."



얘는 또 누굴까. 내가 아는 인물인 걸까. 아님 그저 우연히 날 발견한 학생인 걸까.



"진짜네."

"한수지가 이상하다는 소리가."



딱히 튀는 행동을 한 적이 없는 거 같은데. 이렇게 빨리 눈치를 챌 줄은 몰랐는데 어쩌지.



"죽으려고 안 했어."

"글쎄. 한두 번이 아니라서 그 말을 믿기는 어려운데."



...한두 번이 아니다라. 설마 한수지도 나랑 같은 날에 자살 시도를 한 건가. 그래서 나랑 영혼이...



하. 말도 안 되는 생각하지 말자.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해봤자 내 현실이 달라지진 않으니까.



"이번엔 또 무슨 컨셉으로 나오려는 거야"



컨셉이라. 얘도 이런 말을 하네.



"적당히 좀 해. 정학을 먹여도 달라지는 게 없냐 넌. 차라리 우리를 괴롭혀. 죄 없는 여주 괴롭히지 말고."



여주? 걔는 또 뭐야. 무슨 내가 인소에 나오는 악녀 마냥... 잠깐만. 설마... 한수지 너 막 그런 거야? 전형적인 일진? 에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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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앞에 두고 없는 취급하는 건 또 뭐 하자는 거지."

"좋은 거 아닌가. 네가 싫어하는 내가 널 없는 취급하는 게."

"한순간이겠지, 그것도. 교묘하게 여주를 괴롭히러 들 널 모를 것 같아?"



빙고. 아무래도 내가 생각한 게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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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나한테 아예 신경을 꺼."

"그럼 나도 조용히 지낼 테니까."




이름도 모르는 남자애를 한 번 쳐다보고는 옥상을 벗어났다. 또 왜 저러냐는 표정을 짓고 있는듯했지만, 조용히 지내고 싶은 나는 원래의 한수지처럼 살아갈 생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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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엎드려서 잠을 잤다. 그 누구도 나를 건들지 않았기에 하교 시간까지 별일 없이 보낼 수 있었다.



종례를 하고 가방을 챙겨 교실을 나가려고 했을까. 누군가 나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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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연락 볼 거지?"

"...귀찮게 하지 말아 줄래."

"아... 미안. 난 평상시에 네가 연락 잘 봤는데, 갑자기 안 보길래..."

"하지 마. 앞으로 쭉."



짝지를 뒤로하고 교실을 벗어났다. 왜인지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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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집에 어떻게 가냐."



막막했다. 휴대폰이 없으니 가족 누군가라도 부를 수가 없었다. 가방 안에 지갑은 있었지만, 집을 모르는데 택시를 타면 무얼 하겠는가.



어쩔 수 없이 다시 학교로 들어가 담임 선생님한테 도움을 받아야 될 거 같다.



그런데 저 앞에 보이는 익숙한 얼굴이 몇 보인다. 처음 보는 인물들과 함께.



...설마 가운데 끼고 있는 애가 여주라는 애인가.



한 번 쳐다봤다가 시선을 돌린 채 학교 안으려 들어가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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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건들려고 가다 말고 다시 돌아온 거면 곱게 가라."

"야, 비켜."

"뭐?"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지가 내 앞에 대뜸 서서는 말 걸어 놓고는 지랄이야.



"너희한테 볼일 없으니까 꺼지라고."

"뭐야, 또 왜 저래."



김태형 이랬나. 또 왜 저러냐는 표정이다. 도대체 한수지는 뭔 짓을 하고 다녔길래 이런 소리를 듣고 다니는 건지 모르겠다.



"얘들아... 수지한테 왜 그래..."

"....."



작고 아담한 키. 딱 보니까 남자애들이 귀여워하게 생겼다. 난 저런 애가 싫다. 정말 착하고 좋은 애라서 남자애들한테 인기가 많은 걸까. 정말 인기 많은 애들은 여자애들한테도 인기가 많던데.



저런 애는 안 봐도 뻔한 것 같다. 자기 혼자 할 줄 아는 건 얼마 없는 주제에 주위에 붙어 있는 저런 남자애들 덕분에 뭐라도 된 것처럼 보이지.




너 같은 애 때문에 마녀사냥을 당한 적이 있는 내가 또다시 당할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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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같은 애들은 어쩜 다 똑같니."

"...어?"

"아니 그냥. 인생 참 편하게 산다고."




꼬락서니를 보니 정말 뻔했다. 넌 정말 인소에 나오는 인물이었다면 외모와 인성 말고는 볼 거 없는 여주인공이구나.



그래. 뭐 사람들은 이쁘고 착해 보이면 다 좋아하니까. 여주인공은 뭘 해도 빛이 나니까.



"야, 여주한테 시비 털지···."

"닥쳐. 고작 여자애 한 명한테 인생 낭비하는 새끼가 뭐라는 거야."



한수지가 쟤네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는 내 알 바가 아니다. 비록 몸은 한수지라도 영혼은 한수지가 아니니까.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 너네 8명끼리 깨를 볶든 말든 알아서 하시고, 난 내 갈 길 좀 갈게?"




전정국의 어깨를 거세게 치고 지나쳤다. 뒤에서 들려오는 내 이름은 무시했다.




아, 나중에 진짜 한수지가 돌아오게 되면 나 욕먹는 거 아니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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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