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ll live your day

Episode 8. Your Day Again

눈을 떴을 때.

여주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천장이 익숙했다.

작은 원룸.

자신의 방.

 

 

천천히 손을 들었다.

작은 손.

여주의 손이었다.

 

“…돌아왔다.”

입 밖으로 나온 목소리도,

이제는 자신의 것이었다.

 

조용한 방 안.

어제까지의 일들이 꿈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가슴 한쪽이 이상하게 비어 있었다.

 

여주는 급하게 휴대폰을 집었다.

통화 기록.

메시지.

아무것도 없었다.

 

명재현이라는 이름도,

그와 나눴던 대화도.

전부 사라진 것처럼.

 

“…뭐야.”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게 뭐야…”

침대 위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기억은 분명히 있는데,

흔적이 없었다.

 

그때.

벽에 붙어 있는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명재현.

 

여주는 한참 그 얼굴을 바라봤다.

“…있었는데.”

작게 중얼거렸다.

“분명히 있었는데.”

 


 

며칠이 지났다.

일상은 다시 돌아왔다.

수업.

알바.

과제.

변한 건 없었다.

 

그런데도.

모든 게 조금씩 달라 보였다.

 

강의실에서 펜을 들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지금쯤 연습하고 있겠지.’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다가,

문득 떠올랐다.

‘오늘도 혼나고 있나.’

 

그리고 밤이 되면.

괜히 휴대폰을 들여다보게 됐다.

 

연락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바보같다.”

혼잣말이 늘었다.

 


 

같은 시간.

명재현도,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연습실.

거울 앞.

익숙한 얼굴.

익숙한 몸.

 

하지만.

전혀 익숙하지 않은 감정이 남아 있었다.

음악이 시작됐다.

안무를 맞췄다.

완벽하게.

 

하지만.

중간에 잠깐 멈칫했다.

‘…이 타이밍.’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장면.

 

 

연습실 바닥에 앉아 숨을 고르던 모습.

재현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뭐지.”

기억이 흐릿했다.

하지만 감정은 남아 있었다.

 

그날 밤.

재현은 혼자 중얼거렸다.

“…누가 있었는데.”

 


 

며칠 후.

팬사인회 날.

여주는 줄을 서 있었다.

 

손에 작은 앨범을 들고.

심장이 이상하게 뛰었다.

 

이건 단순히 팬으로서의 떨림이 아니었다.

차례가 가까워질수록,

숨이 조금씩 가빠졌다.

 

‘…설마.’

자신도 이유를 몰랐다.

 

하지만.

기대하고 있었다.

차례가 왔다.

 

 

여주는 의자에 앉았다.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잠깐.

 

아주 잠깐.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명재현의 손이 멈췄다.

 

펜이 종이 위에서 멈춰 있었다.

눈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

 

(명재현) “….”

여주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바라봤다.

몇 초.

아주 짧은 시간.

 

하지만.

둘 다 알았다.

‘아.’

재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주 작게.

(명재현) “…다시.”

잠깐 멈췄다가.

“…만났네요.”

 

여주의 숨이 멈췄다.

눈이 살짝 흔들렸다.

(여주) “…기억해요?”

 

재현은 잠깐 웃었다.

(명재현) “다 기억나진 않는데.”

 

“….”

“이상하게.”

펜을 다시 들었다.

사인을 하면서 말했다.

(명재현) “익숙합니다.”

 

여주의 눈이 살짝 젖었다.

웃으려 했지만,

잘 안 됐다.

(여주) “…저도요.”

 

재현은 사인을 마치고,

앨범을 건넸다.

 

손이 아주 잠깐 닿았다.

그 순간.

둘 다 동시에 멈췄다.

 

아주 짧은 접촉.

하지만.

너무 많은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재현이 앨범을 밀어주며 말했다.

(명재현) “오늘 하루는.”

“….”

“괜찮았어요?”

 

여주는 그 말을 듣고,

아주 천천히 웃었다.

(여주) “…네.”

 

잠깐 숨을 고르고.

“…이제는.”

“….”

“제 하루라서 괜찮아요.”

 

 

재현도 따라 웃었다.

그리고 앨범을 한 번 더 눌러주며 말했다.

(명재현) “그럼 다행이네요.”

 

여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몇 걸음 걸어 나갔다.

그리고.

멈췄다.

뒤돌아봤다.

 

재현은 다음 팬을 보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지만.

여주는 알고 있었다.

그도.

조금은 다르다는 걸.

 

손에 들린 앨범을 열었다.

사인 아래.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당신의 하루도, 잘 버텨줘서 고마워요.”

 

여주는 한참 그 문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작게 웃었다.

“…응.”

 

창밖으로 햇빛이 들어왔다.

오늘은.

조금 괜찮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