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take responsibility, s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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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책임져요, 대리님









"너... 일하고 있는 거 맞지?"

"실력도 그대로, 서류도 그대로."

"일을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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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할 거면 그만둬, 너 하나 빠져도 잘 굴러가니까."





더 이상 가까이 오지 말라는 게 아예 원수로 지내자는 거야, 뭐야. 못해도 항상 다정했던 김대리님이 싸늘한 눈빛으로 식은 건 한순간이었다. 김대리님과 친하게 지내면서 어떤 사람인지 조금 파악은 했기에 저런 말 하나로 그렇게 상처를 받진 않았지만, 저 눈빛과 표정을 지었다는 거 자체가 좀 상처였다. 좋아하는 사람 눈빛이 저러면 슬플 수밖에 없지.





"김대리님.. 저 이거 오늘 안에 해야하는데 이부분이 어려운데...."

"야, 내가 저번에 알려준 거잖아."

"넌 집에가서 띵가띵가 놀기만하냐?"

"나도 공부하는데 너가 놀아?"

"..한다곤 하는데.."

"넌 회사가 장난이야?! 여긴 어린애들 놀이터가 아니야."

"너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애는 이곳에 들어올 수 없어."





나도 내가 여길 어떻게 입사를 했는지 모르겠다. 내가 면접 때 인상깊은 말을 한걸까...? 나와 맞지 않는 곳을 와서 나도 고생인데.. 그렇다고 내가 노력을 안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퇴사를 해야하나 싶다. 아무리 진심이 아니라고 해도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을 좋아하다니. 그것때문에 나가지도 못하고 여기에 있는 거라니. 나도 참 대단하다.





"지금 당장 짐 싸고 나가든지, 아니면 밤 새서 다 마무리 해놓든지."

"내 일을 방해하지 말아줬음 하는데."

"앞가림 혼자 할 나이잖아, 정여주."





...김태형, 이제보니 완전 나쁜 남자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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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라떼... 사가야하나."

"..너무 심하게 말한 거 같은데..."

"저기요, 딸기라떼 하나랑 아아 하ㄴ.."

"어? 김태형??"

"...저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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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방탄고 뚱땡이 김태형ㅎ"





어제 정여주한테 말을 너무 심하게 한 거 같아 딸기라떼를 사줘야하나 고민했다. 아무래도 야근한 거 같은데. 주문을 하려고 하는데 직원이 날 불렀다. 누구지, 대구에서 와서 날 아는 사람은 없을텐데. 그 순간, "방탄고 뚱땡이" 라고 직원이 얘기를 했다. 시발_ 내 고등학생 때 별명. 일부러 학교랑 먼 서울로 온건데 날 아는 사람이 생겨버렸다. 촌스럽고 찌질했던 그 시절의 김태형을_





"..너 누구야."

"와, 너 완전 잘생겨졌다. 성격도 달라졌네?"

"방탄고 뚱땡이 김태형과는 완전 달라졌잖아ㅋㅋㅋ"

"긴가민가했는데 맞을줄이야ㅋㅋ"

"좀 많이 웃기다, 이런 널 여주씨가 좋아하는 것도ㅋㅋ"





그 시절 김태형은 살집이 많았고, 둔했으며, 눈물 많은 찐따 그 자체였다. 뚱뚱하다는 이유로, 남자치고 눈물이 많다는 이유로, 정말 말 안되는 이유들로 온갖 괴롭힘은 다 당해 학교에서 찐따 유명했던 나였다. 내가 좋아했던 여자애도 내 겉모습을 보고 더러운 눈으로 보던데. 내가 점심에 일만하는 것도 이 이유였다. 밥을 먹으면 그 시절로 돌아갈까봐. 내가 좋아하는 여주도 내 모습을 보고 싫어할까봐.





"여주씨가 너 과거를 알고도 좋아할까?"

"언제 다시 살 찔지 모르는데ㅋㅋ"

"정여주가 내 겉모습을 보고 좋아하는 거 나도 알아."

"애초에 진실된 사랑같은 거 바라지도 않았어."





두려웠다. 여주가 내 과거를 듣고 더러운 눈빛을 할까봐. 내 졸업사진이라도 보여주는 순간, 날 향한 마음이 식을까봐. 그런 애 아니라는 거 아는데, 그냥 그렇게 믿고 싶은데 내가 못난던 건 사실이니까. 엄청 뚱뚱했고, 엄청 못생겼고, 엄청 찌질하고, 엄청 울보였고. 이런 날 누가 좋아해줄까. 지금의 난 대기업의 대리에 잘생겼단 소리도 종종 듣는데 과거의 나까지 좋아해주기엔 아무래도 무리겠지. 그 시절의 나를, 나도 싫어하는데_





"정여주가 나한테 올까봐 걱정해서 나 협박하는 거 같은데."

"너한테 갈 일 절대 없으니까 꿈 깨."

"그리고 나 건드는 건 괜찮은데, 정여주 건들기만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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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다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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