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책임져요, 대리님
"잘 자라고 있네요."
"아이는 잘 자라고 있는데 산모님이 좀 마른 편이라 이렇게 가면 출산이 힘드실 거 같아요."
"입덧 때문에 힘들겠지만 그래도 많이 드셔야해요."
"...네."
산부인과만 오면 마음이 너무 아팠다. 다른 산모분들 옆에는 남편이 같이 와주는데 나만 혼자였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한 것도 서러운데 옆에서 도와주는 이도 없으니 더 서러웠다. 그래도 엄마니까 힘내야겠지. 원치 않았어도 이미 생겨버린 애니까 지울 수는 없잖아. 내가 많이 사랑해주면 아이도 아빠 생각은 안 하지 않을까...??
"나중엔 남편분이랑 오세요."
"그때 쯤이면 애기 성별도 알 수 있을 거에요."
"산모님이 원하는 성별은 있으실까요?"
"남편분들은 딸을 원하더라고요ㅎㅎ"
"...전 건강하게만 태어난다면 다..ㅎㅎ"
아들이었으면 좋겠다. 그것도 김대리님을 쏙빼닮은 아이. 이왕 태어나는 거 김대리님을 닮았으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닮은 아이를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김대리님이 자기 아이를 보며 후회도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자기를 쏙 빼닮은, 이렇게 예쁜 아이를 두고 갔다는 걸 뼈저리게 후회했으면 좋겠다.
"..굳이 남편이랑은 안 와도 되죠..?"
"남편이 너무 바빠서..ㅎ"
"지금은 괜찮지만 배가 더 불러오면 혼자선 힘드실 거에요."
"남편분들 산부인과 오는 거 되게 좋아하세요ㅎ"
"바빠도 애기 크는 거 보려고 웬만하면 오실 걸요?"
"아내랑 남편이 같이 다니는 건 당연한 거니까요ㅎ"

"여주씨 요즘 기분이 다운이네."
"김대리님이 안 와서 그래?"
"..네..?! 그런 거 아니에요...!"
"에이, 나 사내연애 많이 봤어. 둘이도 그렇고 그런 사이 맞지?"
"난 응원해, 이 회사는 반대하긴 하지만..ㅋㅎ"
"지금 한가하지? 그러면 아래 카페에서 음료 좀 사와."
"이럴 땐 바람도 쐬고 농땡이도 부리고 하는 거야."
이 회사는 정이 많아서 문제이다. 곧 퇴사할 회사인데 사람들이 잘해주면 퇴사하기 싫어진다. 이렇게 착한 사람들과, 이렇게 좋은 복지, 이렇게 완벽한데 남자 하나 때문에 이 좋은 회사를 떠나야한다니... 내 잘못도 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차라리 일머리 없는 날 합격이나 시키지 말지.
"...저기 주문..."

"..아..! 미안해요, 지금 사람들이 없어서 좀 쉰다고..ㅎ"
"뭐 드릴까요? 몸은 괜찮아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5개랑 딸기라떼 하나 주세요."
"여주씨 기운 없는 모습 보니까 내가 다 마음이 아파요.."
"몸이 힘들어서 그래요? 아니면... 김태형 때문에...?"
"..둘 다... 라고 할 수 있죠.."
주대리님 덕분에 기분이 한결 나아졌지만 굳이 가라고 한 게 이 카페여서 다시 다운됐다. 내 아이 아빠랑 사이가 좋지 않은 석진씨. 그리고 날 좋아해 아빠가 되어준다는 석진씨. 둘 다 나에겐 너무 불편한 존재였다. 날 생각해준 건 정말 고맙지만 난 김대리님 아니면 안되는 걸 어떡해...
"으휴.. 김태형은 책임감 없어서 아빠 안 해줄 거에요."
"괜히 상처만 더 받지 말고 저한테 와요."
"제가 아이 아빠, 여주씨 남편 역할 해줄게요."
"..그 ㅈ..."
스윽-

"정여주 남편, 아이 아빠는 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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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순위 감사합니다💛💛


오늘 순위도 감사드려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