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t Jeon Jungkook's home.

Episode 6

[6]

햄아! 나 꼭 해보고 싶은 게 있었어. 정국이는 아픈 몸을 이끌고 자꾸 뭔가 하고 싶어 했다. 좀 쉬었으면 좋겠는데 정국이는 아직도 뭔가 하고 싶은 게 남았나 보다.

    

"정국아. 너 그러다가 또 쓰러지면 어쩌려고?"

"아니야. 햄아. 나 그렇게 약한 남자 아니야."

    

어제는 실수였다고. 실수. 실수라기엔 너무 리얼하게 쓰러졌잖아. 내 걱정과 달리 정국이는 쫄래쫄래 어디론가 향했다.

    

"꾸꾸야."

"응?"

    

애칭, 만나면 꼭 불러보고 싶었다. 정국이가 부담스러워하면 어떡할까 걱정했지만 정국이는 자연스럽게 나를 돌아봤다. 정말 정국이한테 내가 특별해진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어디가 가고 싶은데?"

"가줄 거야?"

"응?"

"같이 가줄 거야? 나랑?"

    

정국이는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야 당연하잖아. 아픈 정국이를 혼자 둘 수도 없고. 정국이라서 혼자 둘 수 없으니까. 내가 정국이의 손을 맞잡자 정국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잡아 어디론가 이끌었다.

    

정국이를 따라 온 곳은 요즘 핫하다는 만화카페였다. 확실히 칸막이로 되어 분리성이 있어서 개방된 곳보다는 안정감이 있었다. 그렇지만 아픈 몸을 이끌고 오고 싶은 곳이 겨우 만화방이란 말인가.

    

"우와. 신기해. 만화카페 처음 와 봐."

"처음이야? 요새 많이 생기는 추세인데."

"그야 나 스케줄이나 연습만 하니까. 쭉 회사에 있거든."

"하긴 요새도 콘서트로 바빴으니까."

    

저기 가보자. 정국이는 내 손을 잡아끌고 칸막이로 된 공간으로 들어갔다. 신발을 벗고 마주 앉으니 뭔가 더 어색한 느낌이 들었지만 정국이는 잘도 벌러덩 드러누웠다.

    

"아. 좋다."

"너 만화 보러 온 거 아니야?"

"그냥 친구랑 만화카페 오는 거 해보고 싶었어. 나는 딱히 친구들하고 추억이 없으니까. 이런 곳에 놀러오거나 카페에서 떠들거나 하는 거 어쩔 땐 되게 부럽거든."

    

그래. 아픈데도 스케줄 때문에 하루를 쉬는 게 힘든 잘 나가는 아이돌이 카페나 만화방에서 놀 수 있는 시간이 있을 리 없지. 더군다나 얼굴이 들키기라도 한다면 큰 사고가 날 수도 있고.

    

"여기서는 꾸꾸라고 부를게. 이름은 시선을 끌 수 있으니까."

"나는 꾸꾸도 좋은데. 햄이랑 커플 같잖아?"

"커플이라니."

"왜? 햄이는 싫어?"

    

그렇게 직접적으로 물어보면 뭐라고 답해야할지 모르겠어. 좋다고 하면 착각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고 싫다고 하면 너무 매정해보일 것 같아.

    

"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

    

고민을 하는 동안 정국이는 어느새 내 앞에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정국이를 카메라 렌즈 너머가 아닌 눈으로 이렇게 가까이에서 마주하는 건 처음이었다. 카메라 렌즈 너머로 보는 것보다 훨씬 숨 막히고 매력적이었다.

    

"꾸꾸, 너."

"응?"

"내가 네 팬이라는 거 인식하고 있는 거야?"

"그렇지만 팬보다 친구가 먼저 아니야?"

    

역시 의식하고 있는 건 나뿐인가. 매번 팩트를 느낄 때마다 폭격당하는 느낌이다. 기대하지 말아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기대하게 되어버려.

    

"치사해."

"뭐가?"

"나만 팬이잖아. 이렇게 불공평한 관계가 없어."

    

사진만으로 목소리만으로도 행복해하는 게 팬인데. 이렇게 가까이 두고서 떨리지 않을 수가 없는 건데. 전정국은 평온하다니. 그건 너무 치사한 일이다.

    

"나도 팬인데."

"응?"

"나도 홈마 햄님, 사진 엄청 좋아해. 내가 아닌 것처럼 멋있게 나오거든."

    

그러니까 나도 햄이랑 같이 있는 거 좋아. 그렇지만 불공평하긴 해. 난 널 떠나지 못하겠지만 넌 날 언제든 떠날 수 있잖아. 아주 잠깐이지만 정국이의 얼굴이 쓸쓸해보였다. 내가 아는 정국이의 밝은 모습은 정말 정국이의 일부일 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국이는 얼마 못 가 피곤했는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몸도 성하지 않으면서 나를 만나러 온 건가. 감동적이다. 그냥 단순히 갑갑해서 쉴 곳이 필요해서 날 찾았을지 몰라도 그럴 때 찾아준 게 나라서 고맙다. 나는 정국이를 내 어깨에 기대게 만들었다. 조금만 더 편하게 쉬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햄이는."

"...“

"좋은 향이 나네."

    

샴푸향인가? 자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국이가 내 어깨에 기댄 채로 고개를 돌렸다. 정국이의 숨결이 내 목덜미에 닿았다. 단숨에 온 몸이 긴장상태가 되어버렸다.

    

"안 자고 있었어?"

"그냥 눈 감고 있었는데."

"나는 자는 줄 알고."

"햄이는 참 다정하네."

    

다정하고 예뻐서 남자들한테 인기도 많겠다. 그렇지? 내가 인기가 많다고 한들 정국이 너보다 많겠니. 너는 세계 각 국에서 인기가 많은데 말이야.

    

"아니. 나는 밖으로 잘 안 다녀서. 나간다고 해도 그렇게 눈에 띄는 편도 아니고."

"아닌데. 나는 잘 보였어."

"응?"

"팬싸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어도 햄이가 잘 보였어. 사진 찍는 햄이, 예뻐!"

    

아이돌은 예쁘다는 말 함부로 하면 안 되겠다. 다른 아이돌이었어도 이렇게 설렜을지 확신하지 못했지만 내 두 눈을 마주보는 정국이의 모습에 심장이 쿵쾅거리는 걸 느끼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너야 말로 인기 많아서 좋겠다. 아이돌 중에도 너 좋다는 여자 아이돌 많지?"

"글쎄. 신경써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

"거짓말. 완전 예쁜 애들 천지일 텐데."

"햄아."

"왜."

    

햄이 지금 질투하는 거야? 정국이의 돌직구 발언에 나는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아니거든! 진짜 궁금해서 물어 본 거야."

"그래?"

    

나는 어쩐지 좀 신경 쓰여. 햄이가 다른 남자들한테 인기가 많으면. 자연스럽게 나에게서도 멀어지지 않을까? 정국이는 뭘 고민하고 있는 걸까? 정국이를 응원하는 사람들은 나 말고도 충분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인기 없어."

"..."

"나 인기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정국아. 홈마 계속 할 거야."

"고마워. 햄아."

    

넌 정말 고마운 사람이야. 정국이는 내 곁으로 다가와 다시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부슬부슬한 정국이의 머리카락이 어깨를 간질였다.

    

"편하다."

"좀 쉬어. 걱정 되니까."

"걱정하지 마. 난 무너지지 않을 거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더 멋진 모습으로 무대를 지킬게. 그래. 꼭 그랬으면 좋겠다. 네가 어떤 모습이든 나는 널 응원할 거야. 그러니까 그렇게 불안해하지 마. 지금은 마음 놓고 쉬어도 돼. 왜 그랬을까. 순간적으로 정국이가 외로워 보여서 정국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정국이가 내 손을 뿌리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정국이는 편안한 얼굴로 내 어깨에 기대어 잠들었다.

    

"다행이야. 내가 너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처음으로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알게 된 것 같아. 잠이 든 정국이를 지켜보는 일도 정국이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일 만큼이나 즐거운 일이었다.

    

    

정국이를 지켜보다가 나도 모르게 잠에 든 모양이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반대로 정국이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다.

    

"우악!"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아니, 내가 왜 너한테 기대서 잠들어 있는 거야?"

"쿨쿨. 잘 자던데."

"아, 깨우지 그랬어."

"그렇지만 너무 곤히 자서. 적절하게 일어나 줬어. 이제 돌아가 봐야할 것 같거든."

    

그렇다. 정국이는 어째도 나에게서 떠나야할 사람이다.

    

"응, 돌아가자."

    

정국이는 앞장서서 만화카페를 나갔다. 나는 정국이의 뒤를 따라 걸었다.

    

"햄이 집은 어디야?"

"집, 여기서 버스타고 세 정거장 돌아가면 돼."

"오, 그렇구나. 버스타고 같이 가고 싶은데."

"안 돼. 버스에는 사람이 많잖아. 너 같이 긴 사람은 잘 없고 얼굴이 갸름한 사람도 없다고. 그러니까 얌전히 돌아가."

"그거 칭찬이지? 기분 완전 좋은데."

"아무튼 돌아가. 난 혼자서 갈 거니까."

    

정국이는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서는 내 손을 붙잡아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나는 정국이를 다시 마주보고 서게 되었다.

    

"걱정 되는데. 혼자 보내는 건."

    

정국이는 나와 정국이 쪽으로 달려오는 택시를 잡았다. 정국이는 택시 문을 열어 나를 뒷 좌석에 태웠다.

    

"아저씨, 제 여자 친구 잘 데려다 주세요."

"아이고, 알았네. 알았어."

    

정국이는 아저씨에게 돈을 지불하고 내 눈을 마주봤다.

    

"잘 들어가. 연락할게."

"응."

    

돈 내가 내도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여자 친구라는 말에 말문이 막혀 버렸다.

    

"아가씨는 참 좋겠어. 자상한 남자친구가 있어서."

"남자친구."

    

진짜 남자친구였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나도 모르게 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