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Jen/Jaemin Jeno] The Definition of Overtime

[JamJen/Jaemin Jeno] The Definition of Overtime Episode 5

그날 이후.

나재민은 이제노를 피했다.

아니.

피하려고 노력했다.

“나재민 씨, 오전 회의 자료 검토했으면 피드백 좀 남겨줄래요, 내가 계속 메신저 창만 보고 있는 것도 생각보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거든요.”

“메일로 보내드렸는데요.”

스토리 핀 이미지

“원래 직접 와서 설명하잖아.”

“오늘은 메일이 더 편해서요.”

“그래.”

짧은 대답.

그리고 다시 내려가는 시선.

그게 더 문제였다.

이제노는 원래 사람을 몰아붙이지 않았다.

억지로 캐묻지도 않았다.

그래서 더 힘들었다.

만약 평소처럼 장난을 쳤다면.

평소처럼 웃었다면.

오히려 덜 의식했을지도 몰랐다.

근데 지금은 둘 다 알고 있었다.

그날 야근 때 했던 대화가 농담으로 넘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는 걸.

그래서 어색했다.

그리고 그 어색함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았다.

“기획1팀 전원 회의실 집합 부탁드립니다.”

오후.

갑작스럽게 긴급회의가 열렸다.

회의실 분위기는 무거웠다.

프로젝트 최종 제안서가 외부로 유출된 정황이 발견됐다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현재 거래처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고 아직 정확한 경로는 확인 중이지만 내부 자료가 외부 업체에 전달된 것으로 보입니다.”

팀장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순간.

회의실 공기가 차갑게 식었다.

“프로젝트 관련 자료 접근 권한자는 많지 않습니다.”

그 말에 재민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봤다.

자료 접근자 명단.

이제노.

나재민.

그리고 몇 명의 팀원들.

회의가 끝난 뒤에도 사무실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다들 서로 눈치를 봤다.

괜히 말도 줄었다.

“선배님.”

“응.”

“설마 저희 중에 있는 건 아니겠죠.”

제노는 잠시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아니겠지.”

“근데 괜히 찝찝하네요.”

“걱정돼?”

“조금.”

“걱정하지 마.”

“왜요.”

“나재민 씨는 아니니까.”

재민은 순간 말을 잃었다.

“그걸 어떻게 알아요.”

“알아.”

“왜요.”

“내가 제일 잘 알잖아.”

심장이 또.

이상하게 뛰었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점점 심해졌다.

문제는 사건이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는 거였다.

다음 날.

유출 경로가 밝혀졌다.

그리고.

의심이 한 사람에게 집중됐다.

나재민.

“뭐?”

재민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팀장을 바라봤다.

“재민 씨 계정으로 자료가 외부에 전송된 기록이 있어.”

“아니요.”

“우리도 그렇게 생각해.”

“진짜 제가 아니에요.”

“알아.”

하지만.

증거는 남아 있었다.

누군가 재민의 계정을 사용한 흔적.

회사 전체가 술렁였다.

사람들은 대놓고 말하지 않았지만.

수군거림은 들렸다.

“설마.”

“아니겠지.”

“근데 기록이 있다잖아.”

그게 제일 괴로웠다.

억울한 것보다.

믿어주지 않는 시선들이.

그날 저녁.

재민은 결국 옥상으로 올라갔다.

바람이 차가웠다.

머릿속도 복잡했다.

“여기 있을 줄 알았어.”

익숙한 목소리.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선배님.”

“응.”

“저 아니에요.”

“알아.”

“진짜 아닌데.”

“알고 있다니까.”

재민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

처음이었다.

회사에서 이렇게 무너지는 기분을 느껴본 건.

“억울해요.”

“알아.”

“진짜 아닌데.”

“응.”

“근데 아무도 안 믿을 것 같아요.”

“누가.”

“사람들이.”

제노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나는 믿잖아.”

그 한마디에.

재민은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울음이 나올 것 같기도 했다.

이상하게.

제노 앞에서는 항상 그랬다.

“선배님은 왜 저 믿어요.”

“말했잖아.”

“뭐를.”

“내가 제일 잘 안다고.”

“그게 말이 돼요?”

“돼.”

“안 되는데.”

“되는데.”

재민은 결국 작게 웃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솔직하게 물었다.

“선배님.”

“응.”

“그날 왜 대답 안 했어요.”

바람이 스쳤다.

둘 사이에 짧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어떤 질문.”

“좋아하냐고 물어봤을 때.”

제노는 시선을 내렸다.

그리고 작게 웃었다.

“정말 몰라서 물어보는 거야?”

재민은 대답하지 못했다.

사실 알고 있었다.

어렴풋이.

아주 오래전부터.

“나재민 씨.”

“네.”

“나는 원래 일할 때 사적인 감정 안 섞어.”

“알아요.”

“그래서 참고 있었는데.”

“......”

“요즘은 잘 안 되네.”

재민은 숨을 삼켰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 말은.”

“네가 생각하는 뜻 맞아.”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근데 이상하게.

놀랍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제야 이해됐다.

왜 자신이 계속 제노만 찾았는지.

왜 퇴근길도.

야근도.

회식도.

전부 특별하게 느껴졌는지.

“선배님.”

“응.”

“큰일 났네요.”

“왜.”

“저도 같은 것 같아서.”

이번에는.

제노가 먼저 웃었다.

정말 오랜만에.

숨기지 않는 웃음이었다.

“그건 더 큰일이네.”

“그러니까요.”

“어쩌지.”

“글쎄요.”

“도망갈래?”

“싫은데요.”

“나도.”

바람이 다시 불었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제노의 손끝이 재민의 손끝에 닿았다.

잠깐.

정말 잠깐.

그것뿐이었는데.

둘 다 시선을 떼지 못했다.

“나재민 씨.”

“네.”

“프로젝트 끝나면.”

“네.”

“그때 제대로 이야기하자.”

재민은 천천히 웃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먼저 손을 잡았다.

아주 잠깐.

정말 아무도 모를 정도로.

“약속이에요.”

“응.”

“꼭요.”

“꼭.”

그날 처음으로.

둘은 같은 방향을 바라봤다.

그리고 처음으로.

서로의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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