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 with your ex-boyfriend!

06

Gravatar

전 남친과 동거하라!










Copyright 2022 몬트 All rights reserved














해가 지고, 촬영 시간이 지나 카메라도 철수한 때, 하늘이 주황빛 노을로 물들었을 시각이었다. 삑, 삐빅- 도어락 소리가 혼자 남은 텅 빈 집에 울려퍼졌다.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나는 분주해졌다. 소파에 드러누워 티비를 보던 자세를 고쳐 앉은 뒤, 부스스해진 머리칼을 정리했다. 어… 안녕? 김태형이 모습을 보이자 오른손을 살짝 들어 어색하게 인사했다. 최악 중의 최악이었다.





“불편한 거 다 티난다.”





김태형의 눈에도 나의 어색함이 보였나 보다.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졌다. 불편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고, 서로를 감싸고 있는 특유의 어색한 공기가 가장 불편했다. 이건 나 뿐만 아니라 김태형 역시 마찬가지일 거다.

김태형은 손에 쥔 검정색 봉투를 식탁 위에 올려놨다. 그 다음, 냉장고를 열어 봉투에 든 것들을 하나 둘 꺼내 넣었다. 그거 혹시 술이야? 평소 술을 좋아하던 나는 술이 보이자 눈을 반짝거렸다. 김태형은 냉장고에 넣던 걸 멈추고 맥주 한 캔을 든 채 고개를 까딱였다.





“같이 한 잔 할래?”

“콜.”





술의 유혹에 넘어간 나는 이래저래 해서 현재 김태형과 마주보고 앉아있었다. 식탁에서 마시긴 너무 형식적이라 조금 더 편해져보자 싶어 거실 탁자에 자리를 잡은 우리였는데… 각자의 앞에 놓여진 맥주 한 캔 마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안주고 분위기고 아무것도 없던 탓에 나는 생으로 맥주만 홀짝였다.





“적당히 마셔, 술도 잘 못하는 게.”

“나 술 잘 마시는데.”

“거짓말. 매번 맥주 몇 잔에 훅 가던 게 누구더라-.”





그건 그때고! 아무래도 술이 좀 들어간 덕분인지 술기운이 슬그머니 올라와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했던 분위기가 조금씩 풀어지고 있었다. 김태형은 맥주를 한 모금 넘기며 피식- 웃었고, 나는 눈을 느리게 끔뻑였다.





“지금도 여전한 것 같은데 뭘 발끈해.”

“아니라니까, 글쎄…”

“같이 마시려면 정신줄이나 단단히 붙잡아. 너 지금 눈 풀리려고 한다.”





알쓰. 곧 나를 칭하는 단어였다. 내가 취하는 건 기본 맥주 세네잔 쯤이었지만 때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마시는 사람에 따라 취하는 속도는 천차만별이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인데 아마 난 김태형 앞이라 더 급하게 마셨던 게 아닐까 싶다. 취기가 오르면 좀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덕분에 내 눈은 스르륵 조금씩 풀리려 했고, 내 상태를 나보다 빨리 알아챈 건 다름 아닌 김태형이었다. 김태형은 술을 마시다 나를 한 번 슬쩍 보더니 내 눈이 풀리려 한다는 걸 알려줬다. 우씨… 나 아직 멀쩡하거드은?





Gravatar
“말꼬리 늘리는 게 멀쩡한 거냐.”

“… 재수없어.”

“재수없는 인간이라 참 미안하네-.”

“짜증나.”

“그것도 미안하고.”





뭘 자꾸 미안하다는 거야… 술기운이 잔뜩 올라온 나도 문제였지만 자꾸만 술을 들이키는 김태형도 문제였다. 김태형은 내가 하는 모든 말에 자신과 연루시켜 미안하다 지껄였다. 마음이 이상해졌다. 미안해할 사람은 너도 아니고 나도 아니었는데. 분명 잘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김여주,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뭔데.”

“꼭 대답해주겠다고 약속해 줘.”





아주 잠시 망설였다. 김태형이 어떤 걸 물을지 감히 예상이 되질 않아서 어떤 질문이 돌아올지 겁이 난 듯 했다.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김태형의 표정이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아서, 눈가가 새빨개져버린 김태형이 안쓰럽게 느껴져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응, 대답할게. 말해봐.





“우리가 정말 끝났다고 생각해?”

“……”

“여태 한 거짓말 말고, 이번만큼은 솔직해주라. 응? 제발…”





김태형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렇게 불안정해보이는 김태형은 난생 처음이었다. 금방이라도 두 눈에서 눈물을 뚝 떨어뜨릴 것만 같았고 손을 부들부들 약하게 떨고 있었다. 김태형… 너 왜…… 나는 김태형을 향해 손을 뻗어 김태형의 뺨 한쪽을 감쌌다.





“김태형, 떨지 마. 뭐가 무서워서, 뭐가 그렇게 겁나서 그래…”





내가 그의 한쪽 뺨을 손으로 감싸자 김태형은 길가에 버려진 강아지 마냥 나를 쳐다봤다. 이 상황으로 봤을 때, 내가 김태형에게 여지를 준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김태형에게 손을 내민 건 오직 안쓰러움, 동정심. 그리고 처음 본 모습의 놀라움 때문이었다.

분명 그런 불쌍한 감정들 뿐이었다. 일말의 애틋함, 또는 미련 같은 건 추호도 없다. 없어야만 한다.





“네가 날 미워할까 겁나… 네가 날 잊었을까 봐 너무 무서워.”

“… 잘 들어. 난 너 미워한 적도 없고, 널 잊은 적도 없어. 그러니까 나 때문에 무너지려고 하지 마.”





처음으로 솔직했다. 여태 김태형에게 모든 걸 거짓말로 꾸며내 전했다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온전한 진심이었다. 나는 김태형을 만나고 헤어지고 그리워하던 중 한 번도 미워한 적이 없다. 당연히 널 잊은 적도 없을 뿐더러, 나 때문에 반짝반짝 빛나던 네가 무너지는 게 싫었다. 김태형은 자신의 뺨을 감싸고 있던 내 손 위로 자신의 손을 겹쳤다.





“여주야, 우리 그때로 돌아가자. 이번에는 절대 그렇게 끝나도록 두지 않을 거야.”

“… 싫어.”





김태형의 손에 덮인 손을 매몰차게 빼내었다. 꽤나 자신있는 듯 단단한 목소리와 흔들리지 않는 눈빛이었다. 지금의 나는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김태형을 믿을 수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나를 믿지 못했다. 나는 다시는 너에게서 버려지는 느낌을 받고 싶지 않았다. 김태형, 난 다시는 너랑 연애하고 싶지 않아. 





“사랑하는 사이 말고 친구로 남자.”

“너랑 내가 어떻게 친구가 돼. 말이 된다고 생각ㅎ, 아니, 너 나랑 친구할 수 있어?”

“당장은 못하겠지, 근데 난 너랑 꼭 친구로 남을 거야. 너한테서 버려지는 X 같은 거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으니까.”





상황이 바뀌었다. 이제는 내가 눈물이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이 상황 자체가 참 이상하다 느껴졌다. 이미 헤어진 남녀가, 이 늦은 시간에 한 집에서, 술을 마시고, 눈물을 글썽이고. 이건 현실이 아닌 드라마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 그래, 친구 그거 한 번 해보자.”

“……”

Gravatar
“우린 이제 서로를 너무 잘 아는 남이 되버렸네, 김여주.”





김태형의 눈에서 눈물이 툭 떨어진다. 나는 눈물을 보이지 않기 위해 고개를 들었고 떨리는 입꼬리에 힘을 줘 들어올렸다. 드디어 끝이 났다. 1년 전 끝났어야할 우리의 관계가 오늘이 돼서야 끝났다.









*









[EPILOGUE]

Q. 서로가 가장 그리웠던 날은 언제인가요?


“지독한 감기로 끙끙 앓았을 때요. 옆에 있어주던 사람이 없어지니까… 그냥 보고 싶었어요.”

Gravatar
“헤어지고 일주일 쯤이었나, 미치게 보고 싶어서 술을 잔뜩 들이부은 적이 있어요. 취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서.”














댓글 한 번씩 부탁드리고,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