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maze

Love maze - Let us be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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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maze. Let us be us (우리가 우리가 되게 하소서)





-정확하진 않지만 7월 중순으로 추측된다.- 

숲 사이로 안개가 새어 나왔다.

나는 홀리기라도 한 듯이 그 안개를 쫓아 걸어갔다.

고개를 숙인 채 안개를 쫓다 보니 앞을 보지 못했다.

결국 나는 무언가와 부딪히게 됐다.

내 키보다 조금 더 큰 나무와 부딪혔다.

나는 놀라서 나무를 쳐다봤다.

이상하게 나무에서 안개가 나오는 것 같았다.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어딘가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앳된 소녀의 목소리였다.

나는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봤다.

13살쯤 돼 보이는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아주 차분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안개를 따라왔나요?”

나는 소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소녀의 물음에 대답하자 갑자기 안개가 걷혔다.

소녀의 형체가 더 명확하게 보였다.

소녀는 내게 다가왔다.

소녀가 내게 말했다. “제 키에 맞게 고개를 숙여 주시지 않겠습니까?”

나는 소녀의 말에 따라 고개를 숙여 소녀의 키에 맞추려 했지만 그래도 내가 더 높은 위치에 있긴 했다.

소녀는 나를 올려보더니 까치발을 들어 내게 입을 맞추었다.

나는 서른을 넘긴 나이였다.

잘 못 된 행동이라는 걸 알았으므로 나는 소녀를 살짝 밀쳐냈다.

소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왜 나를 밀쳐내는 겁니까?”

나는 소녀에게 차근차근 설명했다.

어른과 아이가 해선 안되는 행동이라는 것을.

내 말을 들은 소녀는 말했다. “안개를 따라온 사람과 나는 운명이라 했습니다. 제 일생에 단 한 명뿐인 인연, 운명, 사람, 사랑이라고 했습니다.”

소녀는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지혜로운 나무가 제게 그리 일러주었습니다. 이 지혜로운 나무는 틀린 말을 하지 않아요.”

소녀는 나를 바라봤다.

정말로 나를 사랑한다는 눈빛으로.

그리고 소녀는 말을 이었다. “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대의 눈과 나의 눈이 마주친 순간 알 수 있었습니다. 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대는 그렇지 않습니까?”

나는 소녀의 말에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절망 같은 감정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 어린 소녀에게 사랑을 느꼈다.

정말 이상했다.

뭔가에 홀린 게 아닐까 생각했으나 이 감정은 뚜렷했다.

정말 이상하다.

진짜로 운명인 것처럼,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나는 소녀를 바라봤다.

내 눈에 비친 것은 어린 소녀가 아니라, 나를 사랑한다 말하는 여인이 비쳐 있었다.

사랑이었다.

금단의 사랑이었다.

중년의 남성이 어린 소녀를 사랑한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 것이었다.

나는 내 마음과, 소녀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소녀에게 그것은 착각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소녀는 여전히 차분한 말투였으나, 조금 화가 난 듯이 말했다. “착각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럴 리가요. 그대의 목소리가, 그대의 표정이, 그대가 느끼는 감정이, 행동이, 말투가 다, 다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 안기고 싶습니다. 안아주고 싶습니다. 입 맞추고 싶습니다. 다 내어주고 싶습니다. 감출 수가 없습니다. 감춰지지 않습니다. 이런 감정은 처음입니다. 그대가 믿을 수 없이 반짝거립니다. 그대가 믿지 못할 만큼 그대를 사랑합니다. 아시겠습니까?”

소녀는 숨을 한 번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 "눈이 마주친 순간 너무 깊게 심장이 뛰었습니다. 숨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운명이란 걸 알았습니다."

그 말은 흔들리던 내 마음을 쥐어 잡았다.

나는 소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소녀도 내게 사랑한다 말했다.

소녀는 내게 입 맞췄다.

우리는 정말 마법처럼 사랑에 빠진 것이다.

조금씩 스며든 것이 아니었다. 한순간에 우리는 사랑에 빠진 것이었다. 

...


-그 이후 40년 정도가 흘렀을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사랑했다.

소녀도 여전했다.

여전히 13살 소녀의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나는 일흔이 넘은 나이였다.

곧 죽을 때가 됐는지 잘 걸어 다니지도 못했다.

검은 머리는 희게 변했다.

한 날 정말 잠시 쓰러졌다 일어났었다.

내가 깨어났을 때 소녀는 울부짖고 있었다.

나는 그런 소녀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그날 밤 소녀가 내게 와 말했다. “어서 이곳을 떠나세요.”

나는 소녀의 말에 당황했다.

소녀는 말을 이었다. “내 앞에서 죽지 마세요. 그러니 어서, 이곳을 떠나세요.”

소녀의 얼굴에 슬픔이 담겨있었다.

꾹 참고 있는 듯했지만 티가 났다.

나는 소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소녀가 나의 죽음을 두 눈으로 보고 아파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소녀는 나의 긍정에 눈물을 쏟아냈다.

매일이 행복했었다.

이렇게 슬픈 날은 생각해 보지도 않았었다.

소녀는 나의 손을 잡았다.

소녀와 나는 밤하늘을 날았다.

오랜만에 보는 세상이었다.

소녀와 나는 작은 공터에 착지했다.

나는 소녀와 인사하기 위해 소녀를 바라봤다.

그러나 소녀는 나를 보려 하지 않았다.

소녀는 고개를 푹 숙인 체 말했다. “책을 하나 드릴게요. 그 책에 당신과 나의 이야기를 적으세요. 저는 그 책에 지혜로운 나무를 찾는 방법을 적어놓을게요. 이 책에는 운명을 지닌 사람만이 이 책 볼 수 있게 하는 마법을 걸어둘 거예요. 나는 그들과 운명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운명이란 게 어떤 건지.”

소녀는 고개를 들어 내 눈을 마주 보았다.

정말 아프다는 눈이었다.

그러다 소녀는 내 눈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소녀는 손짓으로 작은 성을 한 채 지었다.

곧 소녀는 다시 하늘을 날았다.

그리고 뒤를 돌아 떠나려 했다.

나는 소녀에게 잘 가라고 인사했다.

소녀는 나의 인사에 멈춰 섰다.

그리곤 내게 날아왔다. 천사와 같은 모습으로.

소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소녀는 원망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사랑은 너무 아름다워요. 그 아름다움은 나의 두 발을 묶어 놓겠죠. 아파요. 아파요. 너무 아파요.”

나는 눈물이 흐르는 소녀의 눈을 가리고 입을 맞췄다.

소녀는 내게 말했다. “인간의 생은 너무 짧아요. 그러니 다음 생엔 나의 지혜로운 나무로 태어나세요. 나는 언제나 이 자리에 있을게요.”

그 말을 끝으로 소녀는 멀리 날아갔다. 천사와, 같은 모습으로.

...

나는 소녀가 지어준 성의 끝 방에 들어갔다.

나는 가장 먼저 소녀가 준 책에 우리의 이야기를 썼다.

한 글자를 쓸 때마다 눈물이 떨어져서 자꾸만 글자가 번졌다.

눈물이 나지 않을 때까지, 더 이상 글자가 번지지 않을 때까지 나는 글을 썼다.

그리고 결국 이 글의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