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be a dream

pt.11 Where we went back to




가을 너머 코스모스가 송주를 메웠다.
나는 학교에 가서 오랜만에 걸음을 옮겨 창고교실로 향했다.
익숙한 복도. 정국이의 소리에 한달음에 뛰어간 곳. 그 8명이 함께 몰려다니던 곳.
나는 삐걱이는 문을 힘주어 열었다. 낡은 나무냄새가 났다.
창문 틈으로 내리쬐는 햇빛에 난 눈을 찡그렸다.

나는 그 애가 남겨둔 피아노를 쓱 훑고는 작은 상자를 열어 악보를 꺼냈다.
창고 교실은 여전했다. 달라진 게 있다면. 그 안에 아무도 없다는 것 뿐.
피아노 앞에 서면 여전히 떨리는 손을 꽉 잡고 나는 그 갈색 피아노 앞에 앉았다.
이젠 옆에 아무도 없다. 
민윤기가 적어 놓았던 악보를, 서툴게 그려놓았던 악보를 피아노 앞에 두고 첫 시작의 건반을 눌렀다.
제목이 없는 곡들도, 악보 첫 장에 그려둔 정국이의 낙서도 음악을 닮았다.
난 그렇게 생각했다.

난 민윤기가 치던 부분을 이어 완성되지 못했던 피아노를 쳤다. 민윤기가 치려했고 이어나가려했던 그 음악의 끝은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난 내가 전하고 싶은 말들을 이 악보에 적어두기로 했다. 음표는 우리들의 언어, 그렇기에 난 그 애들이 언젠가 이 음악을 듣게 된다면 무슨 말을 전하고 싶었는지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각자의 삶을 살게 될거다.
이미 송주를 떠난 남준이도, 춤 추는걸 좋아하던 호석이도, 호석이를 따라 같이 춤추던 지민이도, 애들을 늘 카메라에 담아두던 석진 선배도, 음악을 아끼던 민윤기도, 그래비티를 하던 태형이도, 모든 형을 아끼던 정국이도.
어쩌면 정말 헤어져야 하는 운명일지도 모른다. 신들은 사람들의 운명을 제 마음대로 되지 못하게 한다. 참 고약할 따름이다.
8명이 모여있는 단체카톡의 알람이 더 이상 울리지 않고 있다는 것도 그 의미를 포함하지 않을까 싶었다.


다시 돌아간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시 돌아간 곳에는 추억을 기억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끝나지 않던 음악을 이어 적었고 마지막 음이 끝나고 난 뒤 난 그 창고 교실을 정리했다.
먼지 쌓인 책꽂이를 쓸어 남준이의 남은 책들을 꽂아 넣어놨고,
호석이의 화분을 챙겼다. 어짜피 여기에 더 있어봤자 시들어 죽기야 더 하겠나 싶었다.
그리고 악보가 담긴 상자를 들었다. 먼 미래, 우리를 기억할 매개체이다.

".....어라 누나 오랜만이네요"
문을 열다 나를 발견하곤 활짝 웃어보이는 그 얼굴.
그래, 오랜만이다. 호석이랑, 지민이는 잘 지내?
뭐 그렇죠. 정국이에게 애들의 안부를 묻는 것은 내 스스로의 안심을 위해서였다.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에, 어린 그 마음이 상처받지 않길 바라기에.

"...슬 가자."
나는 문 앞에 서 있는 정국이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밖으로 나섰다.
아마 이젠 이게 우리들의 마지막 만남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추억에 잠겨 이 곳에 오게 된다면 그대로 남아있을까.
등 뒤로 교실 문이 닫혔다.
우리들의 나날은 지나갔고 이 나날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나오기 전 한 쪽지에 글을 적어두었다.
'살아남아야 한다.'
나에게,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말이었다.
나는 호석이의 화분과 악보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호석이의 화분은 물을 주고서는 거실 창가에 올려두었다.

요동치는 마음을 다잡고서 굳게 닫혀있는 그 문을, 한참동안 바라보기만 했던 그 문을 열었다.
끼이익거리는 소리와 함께 한눈에 방 안이 눈에 들어왔다. 비밀의 정원처럼 계속 굳게 닫혀있었던 탓에 먼지가 일었고, 약간 퀴퀴한 냄새가 났다
나는 방을 가로질러 창문을 열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
청소나 해야겠다 싶어서 청소기를 꺼내들었다. 위이잉거리는 소리 속에서 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내가 한번 죽은 이곳에서 역한 시체 냄새가 날 것만 같았다. 눈 앞이 어지러워 청소기를 끄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숨이 막혀서 바닥에 쓰러지듯 엎드려 큰 숨을 내쉬었다.
목을 조르고 있는 것도 없는데 숨이 답답했다.
아 나는 아직 이 곳에 발들일 수 없나보다. 머리가 계속 울려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힘들었다. 민윤기가 있을때는 이렇게 아프진 않았는데, 그래서 안이한 생각을 했나보다. 저 선을 넘을 수 있을것이라고.
나는 우리에 갇힌 새일 뿐인데.
순간 민윤기가 그리워졌다. 문만 열어둔 채 난 아직 저 선을 넘지 못한다. 고작 한 걸음이 두려워서
피곤한 탓에 잠시 바닥에 누워있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 졸음이 한번에 밀려오는 듯 했다.





















깨어났을 때는 시계가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오랜만에 꿈을 꾸지 않았다. 몇번이고 죽었던 그 사람들이 더 이상 꿈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더 불안하게 되었다.
반복되는 꿈이 아직 그들이 살아있음을 알려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난 또 새벽을 보냈다. 내가 죽은 저 곳에 발들일 날을 생각하며, 민윤기에게 언젠가 전달할 말을 적어내려가기 위하여.
잠시 졸았다. 이번에는 난 꿈을 꾸었다.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주변을 보니 한 집에 화재가 난건지 사람들이 한 집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한 애한테 소리를 치고 있었다. 상황을 보니 소방차가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집이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있었다.
벽면이 지붕이 가루처럼 부서지고 있었다.
그 애가 집 앞에 서 있었다.

"...민윤기?"
조금 작아보이긴 했지만 그 고양이처럼 생긴 눈이 민윤기가 맞았다.

나는 민윤기에게로 다가가려 했지만 앞이 유리로 막힌 듯 그 쪽으로 다가설 수 없었다. 그렇게 눈 앞이 흐려졌다.

두번째 꿈이었다.
민윤기가 불에 탄 무너진 건물 앞에 서 있었다.나는 이제 앞으로 향할 수 있었다. 무너진 건물 앞에 주저앉아있는 민윤기를 향해 걸어갈 수 있었다. 
내 그림자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민윤기가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을 마주쳤다.
"....누구.."

"너무 걱정하지 마."

"니가 뭘 안다고..!"
내 말에 퍽 화가 난 듯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었다.
환상속에서 물거품이 되어버리듯이 흩어지는 모습에 난 급하게 이어 말했다.

"어짜피 이 말, 기억 못하겠지만 네 잘못이 아니라는 것만은 기억해둬."

죽은 사람은 되돌아오지 않아.
이 말을 끝으로 나는 다시 깨어났다. 시간은 1시간밖에 흐르지 않았지만 나는 꽤나 오랜 시간을 흘려보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피아노 건반?"
반쯤 탄 피아노 건반이 내 손 위에 올려져 있었다.
아 그 타버린 집에 있었던 피아노 건반인가. 근데 꿈에서 본 것이 왜 여기에 있는거지..?
나는 한참을 건반을 바라보다 책상 위 컴퓨터 옆에 올려두었다. 어쩌면 자신을 기억해달라는 피아노의 의지인 것 같아서

차츰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please save me tonight
이 치기 어린 광기 속 나를 구원해줄 이 밤 























ps.안녕하세요 작가입니다. 이번편은 좀 짧은데요. 그래도 항상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이 글은 호연이의 초점으로 이루어진 글이기 때문에 나머지 7명의 감정을 전부 담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이번 글은 호연이의 꿈에서 일어난 일들과 다시 찾아간 창고 교실 그 둘의 이야기만 담겨있기 때문에 좀 짧게 적었습니다
다음편도 열심히 적어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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