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story won't end, we'll meet again [BL/Chanbaek]
18.

핑쿠공뇽현이
2021.01.13Views 77
"열매 왔어? 엄마한테 와봐 내새끼. 아이구 무거워~ 얼마나 큰거야 또."
"엄마 왜 병원에 이써? 아파?"
"응? 응. 엄마가 쪼끔 아파서 여기있어. 열매 카이춘이랑 잘 지냈어? 엄마 얼마나 보고싶었어."
"엄~~~~청! 카이춘이 열매 피자 먹고싶다그래두 맨날 피망들어간 이상한거 해줘서 카이춘 미어."
"카이춘이 피망들어간것만 해줬어? 열매 건강하라구 만들어준건데~~"
"카이춘이 만든건 마싯찌만 피망은 시러! 그리고 카이춘 맨날 오이 줘! 열매는 오이 시른데!"
"열매 오이 싫은데 맨날 카이춘이 오이줘? 그건 카이춘이 잘못했네. 엄마도 오이는 싫어. 아빠도 그렇고. 우리 열매, 엄마 많이 닮았네."
백현이 다정히 열매의 말랑하고 보드라운 뺨에 입맞췄다.
풍성하고 단정한 머리칼도 쓸어주고, 봉실한 궁둥이도 토닥여주며 열매의 이름을 입속에서 한없이 굴렸다.
"아빠한테 가서도 인사해야지. 열매가 아빠한테 인사 안해줘서 아빠 삐졌어. 완전 애기야 애기."
물통에 물을 채워오던 찬열에게 열매가 포르르 가서 안겼다.
"열매 왔어? 왜 엄마 안안아주고."
"엄마랑은 많이 안아서 이제 아빠 안아주라고 했어. 열매 무거워졌지."
"키도 많이 컸네. 열매 주스 마실래?"
종인이 들고온 주스박스를 열어 오렌지주스를 하나 꺼냈다.
"백현아 너는 뭐 마실래?"
"안마실래. 열매랑 종인이 줘."
달고 맛있는거라면 사족을 못쓰던 변백현.
피자와 치킨. 라면. 햄버거.
패스트푸드를 사랑하던 변백현.
"종인아."
"..왜요."
"고생했어."
"........."
"갓난이 변열매 맡아줘서. 병들어 죽을거라는 애아빠 대신 봐줘서."
"........."
"날 위해 울어줘서 고마워 종인아. 근데 있잖아,"
더는 울지마. 나는 아직 여기 있고, 떠나더라도 너의 시계는 멈추지 않고 흐를테니까.
나의 수평선의 끝을 만나게되면, 그때 나지막히 말해줘.
"저승에서는, 박찬열을, 김종인을, 변열매를. 하룻밤만 자고 나면 만날수 있어."
'안녕'이라고 말이야.
"너희에겐 아마 100년이겠지? 그래도 불공평하진 않을거야. 너희에겐 몇천번의 밤이 오고, 갈테지만. 내겐 100년동안의 하루가. 단한번의 태양과 단한번의 어둠이 찾아올테니까."
그러니까 날 위해 울지마.
"너도 주스 마셔. 니가 좋아하는,"
종인아,
"달콤한거잖아."
네가 무슨주스를 좋아했더라?
"엄마!"
"응 우리 열매."
"아빠가 엄마한테 가서 안아주래! 엄마가 어제 열매 옴청 보고싶어 했다고!"
"맞았어. 엄마가 열매 얼마나 보고싶었는데! 요녀석!"
흐릿하다 열매야. 너의 그 앙증맞은 손이. 통통하고 뽀얀 볼살이. 호수처럼 맑은 눈이.
전부 흐릿해.
더이상 네가 잘 보이지가 않아 열매야.
넌 이렇게 엄마없이도.
엄마가 죽어갈때에도.
이렇게나 잘 자랐는데.
난 보이지가 않아 열매야.
우리가 사랑을 하는데 말이야.
네 목소리에 의지한다는게, 되게 힘들다?
나 어떡할까 열매야.
내가 어떻게 해야할까.
* * *
'나는 간과하고 있었다. 낡고 지쳐 삐걱이는 몸은. 타인의 눈빛과 언행. 그리고 행동에서도 큰 타격을 입었지만. 가장 큰 타격은. 바로 나에게 있었다는 것을.
나는 타살도, 사고도, 자살로도 나를 떠나지 않는다.
나는, 질병으로 나를 떠난다.
인간은 태어나고, 살아가며, 죽음을 맞는다.
누군가에겐 그 굴레가 아주 길수도 있고, 무척이나 짧을 수도 있다.
삶을 갈망하고 원하는 이들은 그 굴레가 짧을것이고.
삶을 원망하고 신조차 찾지 않는 이들은 길겠지.
나는 어떨까.
나는 사랑이란것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모든것을 짊어지고 책임지며 감내할.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른의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과연 어른이란 언제쯤 될 수 있는걸까.
나의 수평선의 끝엔 내가 불안정한 어른이고 싶다.
어린애로 죽기엔.
나는 너무 늙었고. 나는 너무 물들었으며. 나는 너무 늦었다.
병들어 죽는 파리가 있다는 것을. 나는 내가 죽을때가 되서야 알게되었다.
나의 파리무덤은, 작은 병실과. 작은 침대와. 광활한 어둠이겠지.
나의 파리는. 나라는 파리는. 쉽게 죽음에 발을 들였다.'
-변백현. 파리무덤.
'나를 두르는 은하수 속에 가장 따듯한 별이 있다면. 그게 넌 줄 알고 살게. 말하지 않아도, 그것이 너인줄 알고 아무말 하지 않을게. 이 밤을 위해서.'
-변백현. 나의 밤에 가장 빛나는 사람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