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궁은 잠들지 않았다.
겉으로는 조용했다.
하지만,
아무도 잠들지 않았다.
연우도 마찬가지였다.
눈을 감을 수 없었다.
불안이,
몸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오늘이야…”
작게 중얼거렸다.
이제,
피할 수 없는 날.
몸이 먼저 알고 있었다.
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빠르고,
거친 걸음.
연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열었다.
복도에 사람들이 뛰고 있었다.
궁녀들. 내관들.
모두가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도망치고 있었다.
“무슨 일—”
말을 꺼내려는 순간,
금속 소리가 터졌다.
짧은 비명.
연우의 몸이 굳었다.
“…시작됐어…”
입 밖으로 나왔다.
더 생각할 틈이 없었다.
연우는 뛰었다.
복도를 따라,
전각 쪽으로.
그곳밖에 없었다.
소리가 점점 커졌다.
검 부딪히는 소리.
사람들 외치는 소리.
그리고,
피 냄새.
연우의 발이 잠깐 멈췄다.
바닥에 쓰러진 사람이 보였다.
움직이지 않았다.
손이 떨렸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전각 앞.
이미 문이 열려 있었다.
안에서,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잡아라!”
“놓치지 마라!”
연우의 심장이 세게 내려앉았다.
그 안에,
그가 있었다.
이홍위.
왕.
사람들 사이에 서 있었다.
둘러싸인 채.
검이,
그를 향해 있었다.
연우의 눈이 흔들렸다.
“…안 돼…”
발이,
앞으로 나갔다.
멈출 수 없었다.
“전하—”
목소리가 터졌다.
순간,
모든 시선이
연우를 향했다.
그의 시선도,
같이.
눈이 마주쳤다.
짧은 순간.
하지만,
확실했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 밤을.
“…거기서 멈춰라.”
낮은 목소리.
명령이었다.
연우의 발이 멈췄다.
더 이상,
다가갈 수 없었다.
“지금은 아니다.”
그가 말했다.
시선은,
이미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연우는 그걸 알았다.
이건,
막을 수 없다.
이미,
시작됐으니까.
손이,
천천히 내려갔다.
숨이,
가라앉았다.
한 발,
뒤로 물러났다.
또 한 발.
문 밖으로 나왔다.
그 순간,
문이 닫혔다.
안에서 소리가 터졌다.
비명.
금속 소리.
무너지는 소리.
연우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끝났어…”
손이, 떨렸다.
벽에 기대섰다.
몸에 힘이 풀렸다.
이미,
되돌릴 수 없다.
연우는 고개를 들었다.
문을 바라봤다.
저 안에서,
모든 게 바뀌고 있었다.
왕이었던 사람이,
왕이 아니게 되는 순간.
연우의 입술이 떨렸다.
“…이제…”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알고 있었다.
다음이 뭔지.
그리고,
그걸 막을 수 없다는 것도.
연우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이건,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게—
가장 잔인했다.
다음 화에 계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