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session Story] I Think Won Bin from RISE Likes Me

Episode 1

“여주 씨, 오늘 현장 처음이지?”

“아, 네!”

“너무 긴장하지 말고. 필요한 것만 바로바로 전달해주면 돼.”

“네…!”

 

여주는 대답은 크게 했지만, 손끝은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

 

오늘 하루만 버티자.

실수만 하지 말자.

진짜 그것만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가 그냥 현장이 아니라는 거였다.

 

라이즈 스케줄 현장.

그것도 원빈이 있는 곳.

 

여주는 속으로 작게 숨을 삼켰다.

 

‘아니, 왜 하필 여기야…’

 

좋아하는 아이돌을 멀리서 보는 것과, 바로 앞에서 일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멀리서 볼 땐 그냥 잘생겼다고 끝이었는데,

이건 무슨… 숨 쉬는 것까지 신경 쓰였다.

 

“여주 씨.”

“네, 네!”

“거울 옆에 있는 브러시 세트 좀 챙겨줘.”

“아, 네!”

 

여주는 허둥지둥 고개를 끄덕이고 움직였다.

괜찮다.

아직까진 괜찮다.

시작은 무난했다.

필요한 걸 건네고,

정리하고,

다시 옆으로 빠지고.

딱 그 정도만 하면 됐다.

 

하지만 사람은 긴장하면 꼭 사고를 친다.

그것도 가장 최악의 타이밍에.

 

“물 좀 부탁드릴게요.”

“네!”

 

여주는 급하게 생수병을 챙겨 들었다.

그리고 돌아서는 순간—

 

툭.

 

손에 들고 있던 작은 파우치가 팔에 걸렸다.

 

“어—”

 

파우치가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 충격에 옆에 세워둔 컵까지 덜컹 흔들렸다.

 

찰박.

물방울이 바닥으로 튀었다.

아주 큰 사고는 아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앞에 서 있던 사람이었다.

 

 

원빈.

여주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망했다.’

 

진짜 끝났다.

하필이면 왜.

왜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여주는 거의 얼어붙은 채 고개를 들었다.

 

원빈도 아래를 한 번 보고, 다시 여주를 봤다.

여주는 급하게 허리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목소리까지 갈라졌다.

 

“제가 바로 치울게요. 진짜 죄송해요!”

 

여주는 바닥에 떨어진 파우치를 줍다가, 이번엔 손에 들고 있던 티슈까지 같이 놓쳤다.

더 엉망이었다.

 

‘아 제발…’

 

그때였다.

 

“잠깐.”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주는 멈칫했다.

원빈이 먼저 허리를 숙였다.

 

“이건 내가 들게요.”

“아, 아니에요! 제가 할게요!”

“괜찮아요.”

 

 

원빈은 바닥에 떨어진 티슈 뭉치를 먼저 집어 들었다.

손이 길고 예뻤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생각이 먼저 드는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여주는 얼굴이 점점 더 빨개졌다.

 

“죄송해요…”

 

원빈은 물이 튄 바닥을 한번 보고 말했다.

 

“많이 쏟아진 건 아니네요.”

“그래도 죄송해요…”

“다친 데는 없어요?”

“…네?”

 

여주는 눈을 깜빡였다.

혼날 줄 알았는데.

아니면 최소한 표정이라도 굳을 줄 알았는데.

 

원빈은 생각보다 훨씬 조용했다.

무심한데, 이상하게 차갑지는 않았다.

 

“손.”

“네?”

“방금 부딪혔잖아요.”

 

여주는 그제야 자기 손등을 내려다봤다.

작게 빨개져 있었다.

아픈 줄도 몰랐다.

 

“아, 이건 괜찮아요! 진짜 괜찮아요!”

 

괜히 더 민망해서 다급하게 말했다.

원빈은 잠깐 여주의 손을 보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행이네.

 

그 말이 너무 아무렇지 않게 나와서 더 이상했다.

그냥 예의상 하는 말일 수도 있는데,

왜 여주 귀엔 그렇게 다정하게 들리는지 모르겠다.

 

뒤에서 다른 스태프가 불렀다.

 

“여주 씨, 이쪽 좀!”

“아, 네!”

 

여주는 거의 도망치듯 대답했다.

그리고 원빈을 향해 다시 한번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네.”

 

짧은 대답이었다.

그런데 비웃지도 않았고, 불편한 기색도 없었다.

그게 오히려 더 신경 쓰였다.

 

여주는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었다.

 

“여주 씨, 괜찮아?”

“아… 네. 괜찮아요.”

“엄청 놀랐지?”

“조금요…”

“처음엔 다 그래. 너무 얼지 마.”

“네…”

 

여주는 대답하면서도 자꾸만 방금 전 장면이 떠올랐다.

 

원빈이 허리 숙여서 티슈를 주워주던 거.

“다친 데는 없어요?” 하고 묻던 목소리.

“다행이네.” 하고 말하던 표정.

 

‘아니야. 의미 두지 마.’

진짜 의미 두면 안 된다.

그냥 내가 실수했으니까,

그냥 사람이 착해서,

그냥 예의 있게 말한 거다.

그렇게 생각하는데도 자꾸 심장이 진정되지 않았다.

조금 뒤, 대기실 안은 다시 분주해졌다.

 

여주는 최대한 벽 쪽에 붙어서 필요한 물건만 챙겼다.

이번엔 진짜 실수 안 하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했다.

고개도 함부로 들지 않았다.

보면 더 떨릴 것 같으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선이 느껴졌다.

 

딱 한 번만.

정말 한 번만 확인하자는 마음으로 조심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멈췄다.

 

 

원빈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여주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원빈은 여주와 눈이 마주치자 아무렇지 않게 시선을 거뒀다.

 

그것뿐이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여주는 괜히 혼자 들킨 기분이 들었다.

 

‘아니겠지.’

 

착각이다.

당연히 착각이다.

그 후로도 여주는 정신없이 움직였다.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렀고,

현장도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끝났다.

드디어 끝났다.

여주는 속으로 작게 안도했다.

 

오늘은 진짜 집 가서 이불 덮고 누워 있어야지.

그 생각을 하며 마지막 짐을 챙기고 돌아서는데—

 

“저기.”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여주는 멈칫했다.

설마 싶어서 천천히 뒤를 돌았다.

 

 

원빈이었다.

 

가까이서 보니까 더 놀라울 정도로 잘생겼다.

이런 생각 하면 안 되는데, 또 그런 생각부터 들었다.

여주는 당황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네…?”

 

원빈이 손에 작은 물건 하나를 들고 있었다.

아까 떨어뜨렸던 머리핀이었다.

아까 너무 정신없어서 이것까지 놓친 줄도 몰랐다.

원빈이 그걸 여주 쪽으로 내밀었다.

 

“이거 떨어뜨렸어요.”

“아…”

 

여주는 급하게 받아 들었다.

 

“감사합니다.”

“이제 안 떨어뜨리면 되겠네.”

 

그 말에 여주는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놀리는 건가 싶었는데, 말투는 또 무덤덤했다.

그래서 더 헷갈렸다.

 

“네… 조심할게요.”

 

 

원빈은 대답 대신 여주를 잠깐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여주 씨.”

“…네?”

“다음엔 그렇게까지 놀라지 않아도 돼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여주는 눈을 깜빡였다.

 

“…제 이름 아세요?”

 

원빈은 이상하다는 듯 여주를 봤다.

 

“아까부터 다들 부르던데.”

“아…”

 

너무 당연한 이유였다.

그런데 여주한텐 그게 전혀 당연하게 안 들렸다.

 

원빈이 자기 이름을 불렀다.

진짜, 직접.

 

 

 

여주가 아무 말도 못 하고 서 있자, 원빈은 작게 고개를 숙였다.

 

“들어가요.”

 

그리고 그대로 돌아섰다.

여주는 한참 동안 그 뒷모습만 바라봤다.

 

손에는 작은 머리핀이 쥐어져 있었고,

심장은 아까보다 더 크게 뛰고 있었다.

 

이상했다.

분명 오늘은 최악의 첫날이어야 했는데.

 

집에 가는 길 내내 여주 머릿속엔 한 장면만 계속 남았다.

 

“여주 씨.”

자기 이름을 부르던 그 목소리.

여주는 괜히 머리핀을 더 꽉 쥐었다.

 

 

그리고 아주 작게, 혼잣말했다.

 

“…진짜 망했다.”

 

제 심장 소리가 쿵쿵, 귓가에서 계속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