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습니다~”
눈물을 흘리진 않아서 눈이 붓거나 하진 않았다. 내가 들어간 집의 분위기는 언제나 소란스러웠다. 적어도 멤버가 둘 이상 있으면 말이지. 가끔 몇몇 멤버들에 한해 혼자만 있어도 기분 좋게 소란스러웠다.
“왔어?”
민규 오빠는 내게 물 한 잔을 건넸다. 가끔 이 오빠가 내 속을 읽는 거 같아서 놀랐다.
“고마워. 마침 목이 말랐거든”
싱긋 웃으며 물 한 컵을 한 번에 다 비운다.
“나 이거 좀 가르쳐달라고오!
이거 답 모르면 잠 못 잘 거 같애!”
“내가 왜”
찬이의 응석에 한솔이 오빠는 여전히 무뚝뚝하다. 설마 몰라서 안 가르쳐주는 건 아니겠지.
“아 형아~”
형아, 라니. 현실형제 사이에선 들을 수 없는 호칭이다. 보통 ‘야’라거나 ‘새끼’… 라는 말을 더 많이 쓰지.
“징그러. 하지 마”
찬이한테 한솔이 오빠는 좋은 형인데 그 반대는 아닌 모양이다.
“하… 지치네. 넌 괜찮아?”
지훈이 오빠가 날 걱정해주었다. 내가 뭘 했다고.
“어? 나야 뭐 그냥 친구 만나서 놀다 왔는데, 뭐”
“여주 저녁은”
순영이 오빠다. 마음이라 불러놓곤 멤버들 앞에선 또 여주라고 불러준다. 어쩜 이렇게 속이 깊은지.
“먹고 왔어. 괜찮아.”
먹고 왔다는 대답에 순영이 오빠는 싱긋 미소 짓는다.
“나 다음주 시험인데”
“공부 안 해?”
“응. 공부 안 해. 나 이미 데뷔했잖아”
승관이 오빠의 공포자(공부 포기자)다운 발언이다. 뭐, 말릴 권리는 없지. 그의 말대로 이미 진로나 직업은 이미 정해진 그였으니까. 그래도 석민이 오빠는 걱정된 모양이고.
“내가 딱 저랬는데”
원우 오빠가 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한다. 뭐하나 흘긋 보니 랩 메이킹을 하고 있다. 이미 앨범에 들어갈 곡은 끝났지만 새로운 작사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진짜 프로답다.
“한 번 다짐을 했으면 지켜야지.
부승관 너는 매 신년마다 계획해놓고 왜 안 하냐”
“원래 그런 계획은,”
“계획만 하는 거지”
물론 나한테 해당하는 계획만 하는 건 공부가 아니다. 내가 계획만 하는 건… 해외 도주랄까. 물론 지금은 이 나라가 이렇게 좋을 수 없지만.
“큭, 너도?”
승관이 오빠가 짖궂게 묻는다. 난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원래 보통 그러지”
“준휘 오빠까지?”
준휘 오빠도 고개를 끄덕인다. 웃음이 새어나오는 걸 막을 수가 없다.
“뭐가 이렇게 시끄럽노”
원우 오빠의 사투리가 묻어나는 말이었다. 오랜만에 내 말투를 듣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게~ 자려고 했는데, 하암-”
승철이 오빠가 하품을 하며 말한다. 옆에서 정한이 오빠가 승철이 오빠를 쿡쿡 찌른다.
“너 이미 충분히 많이 주무셨어요”
“잠은 자도자도 많이 부족한데.”
명호 오빠 특유의 담담한 말투 때문에 그 말이 너무 웃겼다. 보통 승철이 오빠가 몰이당하는데 이번엔 명호 오빠 덕분에 살았다. 그들에겐 너무도 당연한 풍경이고, 이야기일텐데 나에겐 새삼 다르게 다가온다. 내 옆에 기꺼이 남아준, 자신들 옆에 나를 기꺼이 남겨준 그들에게 너무 고마웠다. 아 진짜. 나 원래 이렇게 눈물이 많았나…
“울어?”
다시 한 번 들려오는 원우 오빠의 사투리. 난 그의 말에 고개를 젓는다. 내가 우는 모습에 그들은 가만히 있지 않으니까. 그런 모습마저 귀엽긴 하지만.
“아니. 눈에 뭐가 들어갔거든.”
원우 오빠는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나도 모르는 새에 눈물을 흘린 모양이다.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요.
하지만 그 이유가 우리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이유라면, 웃었으면 좋겠어”
“슬퍼서 우는 게 아니야”
피식 웃으며 눈물을 마저 닦는다.
“그래…? 그럼 다행이다.”
“예쁜 말 고마워.”
그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속삭인다.
“그런 말은 됐다… 나도 부끄럽거든”
원우 오빠는 생각보다 부끄러움이 많았다. 약간 붉어진 원우 오빠의 얼굴이 귀여웠다. 13명 전부 아닌 척 하지만, 심지어 인정 안 하는 사람도 있지만 부끄러움이 많았다. 웬만한 일에 전부 쑥스러워했다. 찬이 말에 따르면 나와 관련된 일이라 그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