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어디 간다고 말도 안 했던 것 같은데, 왜 아직 전화가 안 오지? 조금 극단적일지 모르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 어딜 가든 신경 안 쓴다는 건가.
물론 조금 신경 끄는 게 필요하긴 했지만 아예 꺼달라는 말은 아니었는데. 내가 답답하지 않을 정도로만 하라는 거였는데. 만약 신경을 아예 끈 거라면 그냥 차라리 다시 숨 막힐 정도로 해줬으면 좋겠다.
급한 마음에 우선 성재 오빠한테 전화를 걸었다.
“응, 마음아.”

“저… 오빠 촬영 끝나려면 멀었나요?
혹시 저 먼저 가도 되나 싶어서요.
집에 기다리는 사람이 좀 많아서…”
“아아, 맞다. 김고은 선배님이랑 같이 있어서
안심하고 있었네. 먼저 가도 되는데,
내가 지금 곧 촬영 들어가야돼서
못 데려다줄 거 같아…”
“괜찮아요. 버스 타고 충분히 갑니다.”
“위험하지 않겠어…?”
“왜 다들 저를 애로 보는지 모르겠네요”
“너 생일 안 지나서 만 16세야! 애라고!”
“정 그렇게 걱정되신다면,
세븐틴 오빠들한테 전화해볼게요…”

“그래. 꼭 그렇게 해. 나 촬영 가야 돼서
이만 끊을게. 들어가면 꼭 연락해?”
“네, 그럴게요”
전화는 끊었지만 세븐틴 오빠들 중 그 누구에게도 전화할 생각이 없었다. 나도 음악 방송 마치면 진짜 딱 죽을 것 같은데 그들이라고 안 그러겠나. 그들은 격한 안무까지 했으니 이미 죽지 않았을까…
대신 나를 걱정할 게 빤하니 카톡 정도는 남긴다.





톡을 끝내고 버스에 올라탔다. 다행이다. 물론 내 생각이 극단적인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했다.
내게 전화를 하지 않은 건 내가 귀찮을까봐였다. 걱정을 조금 줄여달라는 말에 그들은 그저 순순히 응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게 무슨 생각이었담.
피식 웃으며 텅텅 빈 막차 버스 자리 중 창가에 앉았다.
벌써 40분이 지났다. 내가 알아서 잘 할거라고 믿고 잠까지 든 그들이 내게 대한 집착을 지워가고 있었다.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목에 걸고 있던 천사 날개 모양 목걸이에 저절로 손이 갔다. 정한이 오빠가 자기 천사 날개를 나한테 맡겨놨다고 한 농담이 생각났다.
심지어 그들은 자신의 과거의 치부나, 잘못한 일까지 나에게 전부 털어놓았다. 그리 큰 잘못은 아니었고, 지금은 그저 과거일 뿐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내겐 아니었다.
이렇게 웃으며 내게 과거 얘기를 해주는 게 너무 고마웠다. 난 아직 도망치고 있는데.
그냥 새벽감성에 몸을 맡기고 그들에게 털어놓자. 보낸지 얼마 안 되면 충분히 지울 수도 있으니, 나중에 새벽감성 탓을 하면 되겠다.
세븐틴 단체 톡방 말고 개인톡으로 보내야지. 그러면 누가 보고, 보지 않았는지 알 수 있으니까. 사실 안 봐도 별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모르는 척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자는 부탁까지 했으니 진짜 몰라도 상관 없었다.
눈을 꾹 감고 한숨도 크게 한 번 쉰다. 드디어 그들에게 털어놓을 시간이었다.


‘고마워, 내 말 들어줘서.’
순식간에 타자를 후두두둑 치고 폰 화면을 꺼서 툭 떨어뜨렸다.
과연 그들의 반응은 어떨까. 뭐든 좋으니 다그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