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TEEN Mingyu Wonwoo/Minwon] Heavy Rain Advisory

Heavy Rain Warning Episode 4

전원우가 “너만 괜찮으면”이라고 말한 뒤로 방 안은 이상할 만큼 조용해졌다.

민규는 손끝에 닿아 있는 전원우 체온만 멍하니 느꼈다. 따뜻했다. 예전이랑 똑같았다. 고등학교 야자 끝나고 둘이 몰래 운동장 계단에 앉아 있던 날에도 전원우 손은 항상 이렇게 따뜻했었다.

문제는 민규가 아직도 그 온도를 기억하고 있다는 거였다.

민규가 먼저 손을 뺐다.

“…나 잘 모르겠어.”

전원우는 억지로 붙잡지 않았다.

“응.”

“너 갑자기 나타나서 좋아했다, 안 떠난다 이러는데 내가 어떻게 바로 믿냐.”

“당연하지.”

“근데 또 네 말 들으면 흔들려.”

민규 목소리가 작게 갈라졌다.

전원우는 그런 민규를 한참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천천히 해도 돼.”

그 말이 이상하게 더 사람 미치게 했다.

예전 전원우는 늘 한발 늦는 사람이었다. 좋아하면서도 숨겼고, 붙잡고 싶으면서도 떠났다. 근데 지금은 아니었다. 조급하게 몰아붙이지도 않으면서 계속 민규 옆에 서 있었다.

민규는 결국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오늘은 그냥 자고 가.”

“응.”

“근데 침대는 내 거야.”

“소파에서도 잘 자.”

“당연하지. 너 원래 우리 집 소파 단골이었잖아.”

전원우가 작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 듣는 순간 민규는 괜히 심장이 간질거렸다. 미친 것 같았다. 사람 하나 돌아왔다고 세상이 이렇게 흔들리는 게 말이 되나 싶었다.

민규는 괜히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스토리 핀 이미지

“물 마실래?”

“응.”

“얼음 넣어?”

“응.”

“야, 너 대답 왜 다 응이냐.”

“민규가 주는 거니까.”

“…하지 마라 진짜.”

전원우는 또 웃었다.

그날 새벽 민규는 거의 한숨도 못 잤다.

침대에 누워 있는데 거실 소파에 자고 있는 전원우 존재감이 계속 느껴졌다. 가끔 뒤척이는 소리만 들려도 괜히 심장이 철렁했다.

민규는 결국 이불을 뒤집어쓴 채 중얼거렸다.

“미친 새끼…”

근데 문제는 욕하면서도 웃음이 났다는 거였다.

다음 날 아침.

민규는 부엌에서 커피를 내리다가 그대로 굳었다.

소파에 있어야 할 전원우가 없었다.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괜히 짜증이 확 올라왔다.

역시 또 마음대로 사라졌나 싶어서.

민규는 급하게 거실을 둘러보다가 현관문 앞에 놓인 검은 운동화를 발견했다. 그제야 숨이 돌아왔다.

그리고 바로 화가 났다.

“하… 놀래키네 진짜.”

그때 욕실 문이 열리며 전원우가 나왔다.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고 있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민규는 괜히 더 짜증났다.

“왜.”

“아니, 너 또 없어졌는 줄.”

말이 툭 튀어나간 뒤 민규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전원우 손짓도 멈췄다.

잠깐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전원우가 아주 천천히 웃었다.

“…무서웠어?”

민규 귀 끝이 순식간에 빨개졌다.

“아니거든.”

“거짓말.”

“야.”

“좋다.”

민규는 결국 커피잔을 탁 내려놨다.

“너 진짜 사람 민망하게 만드는 재주 있다.”

전원우는 젖은 머리 그대로 민규 쪽으로 걸어왔다.

아침 햇빛 때문인지, 아니면 너무 가까워서인지 얼굴이 더 잘 보였다. 민규는 괜히 숨을 삼켰다.

전원우가 낮게 말했다.

“나 안 없어져.”

“….”

“이번엔 네가 밀어내도 안 갈 거야.”

민규는 또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때 전원우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을 본 순간 전원우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

민규는 무심코 물었다.

“누구냐.”

전원우는 잠깐 망설이다가 전화를 끊었다.

“…아버지.”

분위기가 순간 가라앉았다.

민규는 그 표정을 알고 있었다.

열아홉 살 전원우가 처음으로 울 것 같은 얼굴을 했던 날이 떠올랐다. 병원 복도에서 핸드폰만 붙잡고 아무 말도 못 하던 모습.

민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직도 연락하냐.”

전원우는 대답 대신 웃었다.

근데 그 웃음이 너무 씁쓸해서 민규는 괜히 속이 답답해졌다.

잠시 뒤 전원우가 낮게 말했다.

“나 한국 온 이유… 사실 하나 더 있어.”

민규 시선이 천천히 올라갔다.

전원우는 잠깐 눈을 감았다 뜨더니 조용히 말했다.

“이번엔 진짜 마지막일 수도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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