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collection

Sister, please look at me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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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통성명 대신 고백.


말랑공 씀.




*본 글의 소재는 영광스럽게도 LOYA-S 님께서 주신 소재입니다.




  평소보다 더 소란스러운 어느 고등학교의 복도와 교실. 이시연은 왜 이렇게 소란스러운가, 궁금한 마음에 하던 공부를 멈추고 주변의 소음에 귀를 기울였다. 야, 야, 1학년에 전학생 왔대. 완전 잘생겼다는데? 목소리도 되게 달콤하대. 피아노도 완전 잘친대. 말랑 고양이처럼 생겼다던데?


  “…말랑 고양이……?”


  무수한 소음들 속에서 시연의 귀에 꽂힌 단어는 말랑 고양이, 그것뿐이었다. 지금까지 전학생을 칭했던 단어들 중 가장 신박하고 귀여운 단어였기에. 시연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피식 흘러나왔다. 말랑 고양이라니… 그녀는 혼자 중얼거리며 말랑 고양이가 누굴까, 궁금증을 품은 채 1교시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녀는 1교시 내내 말랑 고양이 생각만을 해댔다. 수업에 집중하는 듯 보였지만 그녀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던 건 오직 말랑 고양이,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시연은 그 전학생과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들진 않았다. 애초에 그녀는 공부 외에는 딱히 관심도 없었으며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도 없었으며 본인의 개인 사정 탓에 바빴기에. 그녀는 그저 말랑 고양이, 라는 단어가 귀여워서, 단지 귀엽다는 이유만으로 관심을 가졌던 것뿐이었다.


- - -


  1교시가 끝났다는 걸 알리는 종소리가 학교 내에 울려퍼졌다. 2교시가 이동 수업이라서 시연은 교과서를 챙기고 여전히 소란스러운 복도로, 여전히 말랑 고양이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나갔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게 모여있어 시연은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혀 결국 사람들이 난무하지 않고 괴담이 난무하는 다른 쪽 계단으로 가기로 했다.


  그곳은 시연의 예상대로 사람 따위 단 한 명도 없었다. 그야말로 텅 빈 계단을 내려가며 시연은 생각했다. 괴담이 뭐가 무섭다고, 세상에는 더 무서운 것들이 많은데… 그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누군가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누군가에게 쫓겨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한 소리인 것 같았다. 시연은 겁도 없이 그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발걸음을 조심스레 옮겼다.


  “허억… 헉…”


  누군가가 벽에 기댄 채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시연은 걱정되는 마음에 괜찮냐고 물어보려 가까이 다가갔다.


  “…말랑 고양이다……”


  시연은 그 누군가를 보자마자 말랑 고양이, 라는 말이 저도 모르게 튀어나오고 말았다. 그 누군가가 정말 딱 말랑 고양이처럼 생겼었기에. 시연은 말랑 고양이, 라고 말했던 자신이 약간 부끄러워 잠시 헛기침을 한 뒤 그에게 괜찮냐며 물어보았다. 그는 숨쉬는 것이 힘들어 보였지만 이내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하며 진정시켰다. 그러곤 그는 떨구고 있던 고개를 들어 시연을 한참 동안이나 응시했다. 시연이 왜…? 라고 말하며 당황스러워 하자 그제서야 그는 입을 열었다.


  “누나, 좋아해요.”


  “……뭐?”


  그와 만난 지 30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그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가 누나, 좋아해요, 라니… 시연은 너무나도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첫 만남에 이렇게 통성명보다 더 먼저 고백을 받을 줄이야, 시연은 그의 고백을 가볍게 무시한 뒤 제 갈 길을 가버렸다.


  텅 빈 계단에 홀로 남게 된 그는 유유히 걸어가는 시연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