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성인님이 쓰신 부분//
겨울에 눈꽃이 아름답게 떨어지고 있었다. 병실에서 앉아 그 눈꽃을 보고있자니 마음 한곳이 쓰렸다.
내 머리 색은 눈보다 하얗게 변하였고 눈에는 눈동자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누가 보면 온 몸은 투명하듯 하얗고, 눈에는 검은 자가 없고, 머리는 눈보다 새하얀 백발을 하고 있는 나를 괴물이라 생각할 것이다.
이제 심장따윈 뛰지도 않는 것 같다. 다 썩어버린 심장이란 더이상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심장에는 미쳐버릴 듯한 고통이 지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런 고통은 익숙하다. 그저 지금 너를 미치도록 보고싶다.
난 오늘 너에게 줄 마지막 겨울의 일지를 적는다
눈이 오는 날, 너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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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24일
나는 오늘 죽을 것 같다.
내 몸이 알려준다. 더이상 움직이기도 버겁고, 흰지가 없는 이 흉측한 모습은 내 죽음에 확신할 수 있게 해준다.
죽음이 두렵지 않다. 마지막 소원이니 나를 미치도록 꽉 안아주었으면 한다.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이다.
하지만 아마 이민간 것으로 알고있는 너는 내 소원을 이루어줄 수 없을 것이다.
이게 더 마음이 편하다.
너가 없어 마음 아픈 크리스마스이지만
너가 없어 다행인 크리스마스이다
크리스마스에는 제발 너가 울지 않았으면 한다.
내 또다른 소원이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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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_
책을 덮고 보니 눈이 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오랜만에 본다.
내 마지막에 신이 축복을 해주는 구나.
쾅_
갑자기 문이 열렸다.

“김여주...!!”
박지민?
내가 환상을 보는 건가...
“너... 도대체 왜!”
진짜 지민이다
“너가 어떻게..”
“그게 중요해?!”
“....”
//화성인님이 쓰신 부분//
나는 말없이 그에게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그 상자에는 쪽지와 자물쇠가 걸려있었다.
“이거...”
“선물이야”
싱긋, 웃음을 보이고서는 하얗고 차가운 손으로 더듬더듬 지민이의 볼을 쓰다듬었다. 지민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한 방울, 두 방울..., 내 손 위로 떨어졌다.

“왜, 왜? 나 이거 안 받을래.”
“나중에 줘, 너가 직ㅈ...!”
“나중이 없는 걸 너도 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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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칵
“2021년 12월 24일 오후 11 34분 18초경 김여주님 사망하셨습니다. ”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여기서부터 3인칭으로 진행됩니다]
지민은 그 말을 듣자마자 여주가 준 상자와 쪽지를 챙겨 밖으로 뛰쳐나왔다.

“진짜... 적응 안 돼.”
빵빵-! “너 죽고 싶어?!!”
차들이 쌩쌩 돌아다니는 도로 위를 걷는 지민이다. 여주를 볼 때의 그 생기있던 눈은 온데간데 없고 공허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툭툭, 우산을 쓰고 도롯가에서 쪽지를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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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3.4 우리가 사랑을 말한 날
2021.3.4 프로포즈 약속받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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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는 몇 번을 썼다가 지운 듯이 희미한 글씨 자국 위에 우리의 기념일이 써져있었고, 동그란 눈물 자국이 있었다.
지민은 쪽지를 주머니에 넣은 뒤 상자의 자물쇠를 만지작거렸다.
“꽃이랑 폴라로이드... 일기장이었나?”
지민은 “꽃, 폴라로이드, 일기장” 이라고 반복하여 중얼거리며 자물쇠를 맞추기 시작했다. 0418, 0304, 1224••
지민은 이거 왜 안 되지? 라며 잔뜩 당황해서는 0418, 0304, 1224로 또 자물쇠를 풀고 있다. 지민은 세번쯤 0418, 0304, 1224를 반복하다가 자신의 생일을 입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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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지민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새 엔딩이 잠금해제 되었습니다. | 1 0 1 3 |
어느새 벌써 다섯번째 타임리프의 마지막이다. 여기서 여주가 살지 못하여 나는 곧 여섯번째 타임리프를 해야한다.
그런데,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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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내가 처음으로 타임리프를 한 건 고2 성탄절 때일거다. 그때도 여주와 나는 연인사이였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권태기'가 온 연인 사이였다.
12월 24일 성탄절 하루 전, 나는 작년에 집을 나와서 생활비 문제로 이런저런 알바를 하고 평소보다 더욱 늦게 집에 돌아간 날 여주가 내 자취방을 찾아왔다.
“뭘 하길래 이렇게 늦게 와?”

“어우, 왜 왔어?”
그때는 아직 나의 집안 얘기를 하지 않았을 때다. 차마 아버지가 도박에 미쳐 사채업자에게 빚을 졌고 그 일로 아버지와 연을 끊었다, 그리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알바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어 대답을 회피했다.
“... 우리 못 본지 2주 다 되어가잖아.
연락도 별로 안 하고,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미안, 바빠서 연락을 못 했어.”
내 인생의 유일한 빛인 여주가 조금씩 희미해져갔다. 일찍부터 많은 것을 깨닫고 배워서 그런가..., 행동 하나하나가 아니꼽고 철 없어 보였다. 어느샌가 점점 여주의 연락이 귀찮아지고, 나도 모르게 새로운 빛을 원하고 있었다.
“너는 나 안 보고 싶었어?”
“응? 나도 너 많이 보고 싶었지.”
“아... 그래, 내일은 안 바쁘지?”
“음, 아마도?”
여주는 내 어중간한 대답이 싫었는지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내게 확답을 요구했다.
“그게 뭐야; 내일 된다는 거야?”
“응응, 아마도 ”
“? 야 박지민;”
우리의 싸움은 처음에는 사소한 것으로 시작하였지만 쌓여있던 서로에 대한 불만이 나오면서 말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존X, 시X, X같은, 미X 등 점점 수위가 높아졌다.
그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싸움을 마무리 지은 말은
“헤어져, 헤어지자고 시X!” 이었다.

“뭐? 너 지금 선 넘은 거 알지?”
“진심인데? 헤어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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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너가 떠나고 10분 뒤, 나는 매우 불안하다. 아무리 요즘 세상 좋아졌다지만 지금 이 시간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텐데... 전화 해볼까? 아니다, 이러면 내가 미련남은 거 티나잖아. 그런데 진짜 무슨 일 생겼으면...?
자존심이냐 김여주냐..

뚝 뚝... 몇 분 후, 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 비는 내 선택을 도왔다.
김여주 맨손이던데 바 맞고 감기 걸리는 거 아니야? 또 혼자 끙끙 앓겠네... 후, 김여주는 진짜 좋은 남친 둔 줄 알아!
그런데 지금 전화 거는 건 조금... 찾아다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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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여주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젠리(위치공유앱)에 자동으로 찍힌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호등을 기다리는 여주가 보인다. 비를 잔뜩 맞았는지 머리는 여러갈래로 뭉쳐있고, 옷은 축축하게 젖어선 태평하게 휴대폰이나 보고 있다.
“김여주!!”
조금 멀리서 힘껏 "김여주~" 라며 이름을 부르니 내 쪽을 쳐다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