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 you came

Episode 5 - Didn't come.

다음 날.

서윤은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부터 확인했다.

 

새벽에 온 연락은 없었다.

괜히 조금 아쉬웠다.

 

아니, 아쉬울 이유까진 없는데.

어제도 자기 전까지 연락 했고... 애초에 저쪽에서 물어본 번호였고. 그 정도면 충분히 잘 되고 있는 거 아닌가 싶었다.

 

서윤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작게 중얼거렸다.

 

“…미쳤나 봐.”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똑같았다.

 

옷을 고르다가도,

드라이를 하다가도,

버스 창밖을 보다가도.

 

자꾸 어제 태형 얼굴이 떠올랐다.

 

‘보고싶을 것 같아서.’

 

어떻게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가 있는거지.

 

서윤은 괜히 귀가 뜨거워져서 버스 창문에 머리를 툭, 기댔다.

차가운 창문 덕에 머리의 열이 좀 식는 것 같았다.

 

-

 

일을 시작하고나서, 이전보다 더 심하게 문 열리는 소리만 나면 고개가 들렸다.

 

처음엔 손님.

그 다음엔 또 다른 손님.

그리고 배달 기사님.

 

김태형은 아니었다.

 

“서윤 씨.”

 

사장님이 빨대를 정리하다 물었다.

 

“네.”

“오늘은 아주 대놓고 기다리네.”

“안 기다렸거든요.”

“봤어.”

“…사장님 요즘 저 감시하세요?”

“재밌잖아.”

 

서윤은 결국 입을 꾹 다물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웃고 넘겼을 텐데 오늘은 괜히 찔렸다.

왜냐면 진짜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그것도, 평소 오는 시간보다도 훨씬 전부터.

 

 

시간이 조금 더 흘렀다.

태형이 늘 오던 시간.

 

서윤은 괜히 얼음통을 채우는 척하면서 문 쪽을 계속 봤다.

 

딸랑.

이번에 들어온 사람도, 다른 사람이었다.

 

“…아.”

 

자기도 모르게 작게 소리가 나왔다.

원래 손님이 매일 오는 게 이상한 거였다.

 

카페 단골이라고 해도 하루쯤 안 올 수도 있는 거고, 약속이 있을 수도 있고, 바쁠 수도 있는 거고.

 

근데 문제는.

그걸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은 아니라는 거였다.

 

왜 안 오지, 무슨 일 있나.

아픈걸까.

 

연락은… 왜 없지.

 

아니 잠깐.

연락은 내가 먼저 하면 되는 거 아니야?

 

서윤은 순간 휴대폰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놨다.

뭐라고 보내야하지

 

[오늘 왜 안 와요?]

 

…미친 거 같았다. 손에 힘을 실어 꾹꾹 지웠다.

너무 기다린 사람 같잖아.

 

아니, 기다린 거 맞긴 한데.

서윤은 결국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뒤집어 놨다.

 

 

점심 시간이 지나고, 저녁이 가까워져도 태형은 오지 않았다.

카페 문이 열릴 때마다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가, 아니면 다시 축 처졌다.

 

이쯤 되니까 진짜 이상했다.

손님 한 명 안 온다고 이렇게 신경 쓰인다고?

그것도 고작 며칠 좋아한 사람인데?

 

서윤은 그 생각을 하다가 멈췄다.

언제 이렇게 좋아하게 된 거지.

 

비 오는 날 우산 같이 쓰고 집에 가던 날?

여자친구 없다고 했던 날?

 

'관심 있어서.'

 

그 말을 들었던 순간?

아니면.

 

'번호, 물어봐도 돼요?'

 

그 말 때문인가.

서윤은 괜히 얼굴을 감쌌다.

 

진짜 답 없었다.

사장님이 그런 서윤을 보더니 컵을 닦으며 옆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좋냐?”

“사장님.”

“왜.”

“저 진짜 티 많이 나요?”

 

사장님은 고민도 안 했다.

 

“엄청.”

“…와.”

“문 열릴 때마다 눈 반짝이는 거 본인만 몰라.”

 

서윤은 그대로 카운터에 이마를 박았다.

 

창피했다.

근데 부정도 못 하겠다.

왜냐면 맞는 말이라서.

 

마감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괜히 더 기분이 이상해졌다.

태형이 없는 카페는 원래대로 돌아간 것뿐인데, 자꾸 허전했다.

 

창가 자리도 괜히 자꾸 눈에 들어왔다.

항상 앉아 있던 자리.

 

커피 마시다가 가끔 서윤 쪽 보던 사람.

별말 안 하다가 갑자기 직진하던 사람.

그 자리가 비어 있는 게 생각보다 티 났다.

 

서윤은 결국 마감 직전, 몰래 휴대폰을 들었다.

채팅창을 한참 내려다봤다.

 

 

[나도.]

[근데 서윤 씨.]

[내일도 볼 건데 벌써 보고 싶어요.]

 

그 메시지를 읽는 순간 또 심장이 이상해졌다.

이렇게 말해 놓고 왜 안 오는데.

 

진짜 사람 신경 쓰이게.

서윤은 결국 채팅창을 켰다 닫았다만 반복했다.

 

보낼까.

말까.

 

보내면 너무 좋아하는 티 나나.

근데 안 보내면 계속 신경 쓰일 것 같은데.

 

아.

몰라.

결국 서윤은 아주 짧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안 오네요.]

 

보내자마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미쳤나 봐.

 

너무 기다린 티 나잖아.

서윤은 바로 메시지를 삭제할까 고민했다.

 

근데 이미 1이 사라졌다.

읽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답장이 왔다.

 

 

[보고 싶었어요?]

 

“…와.”

 

서윤은 그대로 휴대폰을 가슴에 끌어안았다.

 

진짜.

너무 위험했다.

 

그 짧은 한마디에 얼굴이 다 뜨거워질 정도로.

서윤은 한참 동안 답장을 못 했다.

 

손가락만 달달 떨렸다.

뭐라고 보내.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 같고.

맞다고 하면 너무 부끄럽고.

 

한참 고민하던 서윤은 결국 휴대폰 화면에 천천히 글자를 쳤다.

 

[조금은요.]

 

그리고 보내자마자 그대로 눈을 질끈 감았다.

나도 이제는 몰라.

 

어째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빠르게 빠져들고있는 기분이었다.

 


 

 

오늘은 사진 넣을 곳이 없네여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