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서윤은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부터 확인했다.
새벽에 온 연락은 없었다.
괜히 조금 아쉬웠다.
아니, 아쉬울 이유까진 없는데.
어제도 자기 전까지 연락 했고... 애초에 저쪽에서 물어본 번호였고. 그 정도면 충분히 잘 되고 있는 거 아닌가 싶었다.
서윤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작게 중얼거렸다.
“…미쳤나 봐.”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똑같았다.
옷을 고르다가도,
드라이를 하다가도,
버스 창밖을 보다가도.
자꾸 어제 태형 얼굴이 떠올랐다.
‘보고싶을 것 같아서.’
어떻게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가 있는거지.
서윤은 괜히 귀가 뜨거워져서 버스 창문에 머리를 툭, 기댔다.
차가운 창문 덕에 머리의 열이 좀 식는 것 같았다.
-
일을 시작하고나서, 이전보다 더 심하게 문 열리는 소리만 나면 고개가 들렸다.
처음엔 손님.
그 다음엔 또 다른 손님.
그리고 배달 기사님.
김태형은 아니었다.
“서윤 씨.”
사장님이 빨대를 정리하다 물었다.
“네.”
“오늘은 아주 대놓고 기다리네.”
“안 기다렸거든요.”
“봤어.”
“…사장님 요즘 저 감시하세요?”
“재밌잖아.”
서윤은 결국 입을 꾹 다물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웃고 넘겼을 텐데 오늘은 괜히 찔렸다.
왜냐면 진짜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그것도, 평소 오는 시간보다도 훨씬 전부터.
시간이 조금 더 흘렀다.
태형이 늘 오던 시간.
서윤은 괜히 얼음통을 채우는 척하면서 문 쪽을 계속 봤다.
딸랑.
이번에 들어온 사람도, 다른 사람이었다.
“…아.”
자기도 모르게 작게 소리가 나왔다.
원래 손님이 매일 오는 게 이상한 거였다.
카페 단골이라고 해도 하루쯤 안 올 수도 있는 거고, 약속이 있을 수도 있고, 바쁠 수도 있는 거고.
근데 문제는.
그걸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은 아니라는 거였다.
왜 안 오지, 무슨 일 있나.
아픈걸까.
연락은… 왜 없지.
아니 잠깐.
연락은 내가 먼저 하면 되는 거 아니야?
서윤은 순간 휴대폰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놨다.
뭐라고 보내야하지
[오늘 왜 안 와요?]
…미친 거 같았다. 손에 힘을 실어 꾹꾹 지웠다.
너무 기다린 사람 같잖아.
아니, 기다린 거 맞긴 한데.
서윤은 결국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뒤집어 놨다.
점심 시간이 지나고, 저녁이 가까워져도 태형은 오지 않았다.
카페 문이 열릴 때마다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가, 아니면 다시 축 처졌다.
이쯤 되니까 진짜 이상했다.
손님 한 명 안 온다고 이렇게 신경 쓰인다고?
그것도 고작 며칠 좋아한 사람인데?
서윤은 그 생각을 하다가 멈췄다.
언제 이렇게 좋아하게 된 거지.
비 오는 날 우산 같이 쓰고 집에 가던 날?
여자친구 없다고 했던 날?
'관심 있어서.'
그 말을 들었던 순간?
아니면.
'번호, 물어봐도 돼요?'
그 말 때문인가.
서윤은 괜히 얼굴을 감쌌다.
진짜 답 없었다.
사장님이 그런 서윤을 보더니 컵을 닦으며 옆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좋냐?”
“사장님.”
“왜.”
“저 진짜 티 많이 나요?”
사장님은 고민도 안 했다.
“엄청.”
“…와.”
“문 열릴 때마다 눈 반짝이는 거 본인만 몰라.”
서윤은 그대로 카운터에 이마를 박았다.
창피했다.
근데 부정도 못 하겠다.
왜냐면 맞는 말이라서.
마감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괜히 더 기분이 이상해졌다.
태형이 없는 카페는 원래대로 돌아간 것뿐인데, 자꾸 허전했다.
창가 자리도 괜히 자꾸 눈에 들어왔다.
항상 앉아 있던 자리.
커피 마시다가 가끔 서윤 쪽 보던 사람.
별말 안 하다가 갑자기 직진하던 사람.
그 자리가 비어 있는 게 생각보다 티 났다.
서윤은 결국 마감 직전, 몰래 휴대폰을 들었다.
채팅창을 한참 내려다봤다.
[나도.]
[근데 서윤 씨.]
[내일도 볼 건데 벌써 보고 싶어요.]
그 메시지를 읽는 순간 또 심장이 이상해졌다.
이렇게 말해 놓고 왜 안 오는데.
진짜 사람 신경 쓰이게.
서윤은 결국 채팅창을 켰다 닫았다만 반복했다.
보낼까.
말까.
보내면 너무 좋아하는 티 나나.
근데 안 보내면 계속 신경 쓰일 것 같은데.
아.
몰라.
결국 서윤은 아주 짧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안 오네요.]
보내자마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미쳤나 봐.
너무 기다린 티 나잖아.
서윤은 바로 메시지를 삭제할까 고민했다.
근데 이미 1이 사라졌다.
읽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답장이 왔다.
[보고 싶었어요?]
“…와.”
서윤은 그대로 휴대폰을 가슴에 끌어안았다.
진짜.
너무 위험했다.
그 짧은 한마디에 얼굴이 다 뜨거워질 정도로.
서윤은 한참 동안 답장을 못 했다.
손가락만 달달 떨렸다.
뭐라고 보내.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 같고.
맞다고 하면 너무 부끄럽고.
한참 고민하던 서윤은 결국 휴대폰 화면에 천천히 글자를 쳤다.
[조금은요.]
그리고 보내자마자 그대로 눈을 질끈 감았다.
나도 이제는 몰라.
어째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빠르게 빠져들고있는 기분이었다.
오늘은 사진 넣을 곳이 없네여 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