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44화. a big picture



[오늘 점심 약속이 있어.

 점심 식사 후에 내가 네 쪽으로 갈께.

 어디로 가면 될까?]



김대표는 바로 다음 메세지를 보냈다.




[너 혹시...어젯밤에 한 숨도 못 잤니?

 훈지가 앞으로는 그런 연락 너한테 하지 말고

 자기한테 말하라고 하더라.]





[태형씨 시간 뺏기 싫으니까
 
 내가 그 쪽으로 갈께.

 식사 장소가 어디야?]





[너는 가끔씩 왜 이렇게 선을 긋냐?

 시간을 얼마나 뺏는다고...

 내가 어디로 갈지나 말해.]






[주소 보낼 테니까 여기서 봐.

 식사 끝내고 오면 몇 시쯤 돼?]






[아니야...

 그러지 말고 오늘 나랑 점심 같이 먹자.]






[태형씨야말로 선 넘지 말고

약속 마치고 몇 시쯤 오는지나 얘기해.]  






[2시..]






[이따 봐.]






오전에 오피스텔에서 일을 좀 하고

1시쯤 약속 장소로 출발하면 될 것 같았다.





앞으로는 김대표를 우리 집 근처에서

만나는 건 피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거리가 있는 호텔 카페에서 보기로 했다.





일을 마치고,

호텔로 출발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머릿 속으로

다시 한 번 정리했다.







"어, 정아야 여기!!"






미리 도착해 있던 김대표가 나를 먼저 알아봤다.

맞은편 자리에 앉으면서,

그의 차림새를 훓어 보았다.







"오늘 점심 약속이 있어서 그런지 멋있네.

 타이랑 수트 컬러가 태형씨한테 잘 어울려."





"그런 칭찬할 여유도 있는 거였어?

 뭐 마실래?"






"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마실래."






"아메리카노 잘 안 마시잖아?"






"오늘은 쓴 거 마시고 정신 좀 차려야해서.."






"어제일로 그러는 거야?

 너나 훈지나 우리 직원이니까 알아 본 거야.

 난 좀 조심하라고 얘기해 준거고.

 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 거 같은데?"






"아니야. 내가 그동안 너무 안일했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는데."






"언제든...그건 그렇지..

 만나는 동안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






그는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내가 할 다음 말을 기다리는 듯 했다.






"그래서 말인데,

 앞으로 누구한테나, 어디서나

 훈지씨에 대한 이야기 들으면

 절대 아니라고 해줘.

 어떤 여지도 없이 아니라고 해줘."






나는 김대표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는 그런 나를 의아하다는 듯한 눈길로 봤다.






"절대 아니라고?
 
 스캔들 나면 헤어지려고?"

 





 "그것까진 말하고 싶지 않고..

  나한테 계획이 있어.

  그러니까 꼭 그렇게 해 줘"






나는 대답을 마치고

그의 눈길을 피하기 위해 커피를 마셨다.






"너는 내 도움은 필요하지만

 네 계획까지는 공유하지 않겠다는 거구나.

 또 이기적이네...

 내가 그 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순 없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이 부탁은 친구로서 하는 게 아니고,

훈지씨 회사 대표한테 하는 거야.

그런데 내 생각까지 공유해야 돼?"






김대표가 의자에 기대어 앉았던 자세를 고쳐,

테이블에 팔을 올려 놓고 말했다.





"그럼 친구로서 말할께.

 너는 연애를 그렇게까지 계획을 세워가면서

 해야겠니?"






나는 팔짱을 끼면서 의자 뒤로 기댔다.






"나한테 이 피곤한 연애 말고

다른 선택지가 있는 것처럼 말하네?"





 
그는 대답없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나도 한동안 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커피잔을 들면서,

나는 잠시 먼 곳을 응시하다 다시 그를 봤다.

그는 미동도 없이,

내 작은 표정 변화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듯 했다.






"태형씨는 내가 자기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

 아니면 자기가 내 옆에 있기를 원하는 거야?"






그는 내 질문을 듣고 깊은 숨을 들이켰다.



"그걸 그렇게 이분법 적으로 나눠야 하는 거야?

 어차피 같이 있는 건 같잖아.

 대신 어떤 일이 일어날까 미리 계획을 세우고

 불안해 할 필요는 없는데...

 연애는 그렇게 편안해야 하는 거 아냐?"






나는 깊은 숨을 내쉬면서 대답했다.





"연애는 인생에서 가장 큰 이벤트 아니야?

 너무 편안하기만 하면 금방 시들해질 수도 있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내가 보기엔

 태형씨는...

 나를 자기 옆에 두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물어본거야.

 잘 생각해봐..."





나는 계산을 하고 주차장으로 향하면서,

훈지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보고 싶어요..]





김대표와 대화를 나눈 후,

이상하게도 훈지씨가 몹시 보고 싶어졌다.




"사랑은...뭘까...?" <45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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