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ak Hero / Guardian Sieun] Between Speed ​​and Distance

Between Speed ​​and Distance Episode 4

하교 종이 울린 뒤에도 교실 안에는 비가 내리기 직전 특유의 눅눅한 공기가 남아 있었고, 창문 너머로 잔뜩 내려앉은 회색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본 연시은은 평소처럼 바로 가방을 챙기지 않고 자리에 앉은 채 펜을 굴리고 있었는데, 그 옆으로 아무 말 없이 다가온 안수호가 책상 위에 손을 짚고 몸을 숙이면서 자연스럽게 시은의 시야를 가렸다.

 

“야, 오늘도 5분만이냐.”

“…몰라.”

“몰라면 긴 거다.”

“시끄러워.”

수호는 웃으면서도 자리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시은은 결국 펜을 내려놓았다.

“비 올 것 같은데.”

“이미 온다.”

수호가 창밖을 턱짓하자,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빗방울이 유리창을 두드리기 시작했고 교실 안에 있던 몇몇 애들이 창문을 닫느라 분주해졌지만 둘 사이에는 이상하게 그 소리만 더 크게 들렸다.

“우산 있냐.”

“…없어.”

“와, 준비성.”

“원래 안 맞아.”

“그럼 뛰어.”

“싫어.”

“그럼”

수호가 잠깐 말을 멈췄다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같이 가.”

시은은 그 말을 듣고도 바로 반응하지 않았고, 몇 초 뒤에야 가방을 들었다.

“…집 방향 달라.”

“알아.”

“그럼.”

“그래도 가.”

“이유는.”

수호는 어깨를 으쓱했다.

“없어.”

그게 더 이상했다.

스토리 핀 이미지

학교 정문을 나오는 순간 비는 생각보다 더 세게 쏟아지고 있었고, 이미 운동장은 물이 고여 있었고 학생들이 우산을 펴고 뛰어다니는 소리 사이로 수호는 가방에서 구겨진 우산 하나를 꺼냈다.

“야.”

“…왜.”

“들어와.”

“좁아.”

“알아.”

“그럼 왜”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수호가 우산을 펼치면서 시은 쪽으로 한 발짝 더 붙었고, 자연스럽게 어깨가 닿았다.

“비 맞기 싫다며.”

“…맞긴 싫어.”

“그럼 가만히 있어.”

시은은 한 발짝 물러나려다가, 결국 그대로 멈췄다.

우산은 생각보다 더 작았고, 둘이 나란히 걷기에는 거리 조절이 필요했는데 수호는 아무 생각 없이 보폭을 맞추고 있었고 시은은 그걸 의식하면서 걸음을 줄이고 있었다.

“야.”

“…왜.”

“너 일부러 그러냐.”

“뭐를.”

“속도.”

“맞추는 거야.”

“굳이?”

“떨어지면 비 맞잖아.”

“…”

“논리적이다.”

수호가 피식 웃었고, 시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상태로 한참을 걸었다.

비 소리만 들렸다.

그리고—

“야, 연시은.”

“…왜.”

“너 아까 말 안 한 거.”

“뭐.”

“편한 거.”

걸음이 잠깐 느려졌다.

“…지금도 물어보는 거야.”

“응.”

“…”

시은은 대답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상하게 그 질문이 계속 남아 있어서 결국 입을 열었다.

“…조용해서.”

“뭐가.”

“너랑 있으면.”

수호가 잠깐 멈췄다.

“야.”

“…왜.”

“그거 칭찬이냐.”

“몰라.”

“나 되게 시끄러운 타입인데.”

“알아.”

“근데도 조용해?”

“응.”

그 짧은 대화가 끝나고,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산 아래에서 어깨가 계속 닿고 있었고, 비는 점점 더 세게 쏟아지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그 공간만은 덜 시끄럽게 느껴졌다.

 

횡단보도 앞에 도착했을 때 신호가 막 바뀌었고, 둘은 멈춰 섰다.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 물 튀기는 소리,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가 한꺼번에 몰려왔지만 우산 아래에서는 여전히 둘만 있는 느낌이 들었다.

“야.”

수호가 다시 불렀다.

“…왜.”

“오늘 알바 진짜 안 하냐.”

“…안 해도 된다니까.”

“나 심심한데.”

“참아.”

“싫은데.”

시은은 한숨을 쉬었다.

“그럼 뭐 할 건데.”

수호는 잠깐 생각하는 척하다가 말했다.

“계속 걷자.”

“어디까지.”

“너 집까지.”

“거기서 끝?”

“아니.”

“…”

“내 집까지 다시.”

시은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비 오는데?”

“그래서.”

“…미쳤냐.”

“응.”

그 말이 너무 당연해서, 시은은 더 이상 뭐라 못 했다.

신호가 바뀌고, 둘은 다시 걸었다.

 

그날, 둘은 진짜로 끝까지 걸었다.

말은 거의 없었고, 중간에 우산이 한 번 뒤집히기도 했고, 길이 막혀 돌아가기도 했지만—

아무도 먼저 멈추자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시은은 처음으로 먼저 말했다.

“…내일도.”

수호가 고개를 기울였다.

“뭐.”

“…같이 가.”

짧은 말이었다.

근데

수호는 웃었다.

“야.”

“…왜.”

“그거 이미 하고 있거든.”

그날 이후

둘 사이 거리감은,

눈에 보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