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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Night, I Love You 03 [Taeh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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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그대를 연모합니다 03
























촬영 2일차. 어김없이 오늘도 이른 시간 기상한 여주는 시원하게 기지개 한 번 켜주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뜨지도 않은 눈임에도 불구하고, 벽을 더듬거리며 욕실까지 입성한 그녀는 샤워 부스로 들어갔고.

여주가 들어가고 나면, 타이밍 맞춰 침실로 들어온 사라가 널브러진 이불과 베개를 제자리에 정리 해뒀다. 욕실 입구에 아무렇게나 던져져있는 여주 잠옷도 야무지게 털어서 옷걸이에 걸어둔 후에는, 오늘 여주가 샵까지 입고 갈 옷도 문 앞에 세팅해줬다. 그렇게 순탄한 아침이 흘러가나 싶었지만···

"헐. 사라 언니-!"

사라가 방을 나가려 할 때 욕실 너머로 들려오는 다급한 여주의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왜,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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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안 보고 나 샴푸를 몸에 발랐어-!"


1초... 2초... 3초. 정확히 3초 지나자 사라는 한숨 쉬고서 말했다. 응- 잘했네-. 늘 있는 일이라는 듯이 태평하게. 그리곤 고개를 끄덕이며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여주의 방을 나섰다.

오늘도 순탄하기는 커녕, 무사히 흘러가길 바래야 할 아침이었다.















𝓼𝓾𝓶𝓶𝓮𝓻 𝓷𝓲𝓰𝓱𝓽

















#3-07, 윤슬(여주)과 찬솔(지민)이 궁 뒷편 연못에 있는 돌다리를 걸으며 산책 중이다. 며칠간 하율(태형)의 얼굴을 보기 어려웠던 윤슬은, 어렵게 찬솔에게 이야기를 꺼낸다.


"근래에 도통 전하를 뵙지 못하였습니다. 혹, 그대는 전하의 근황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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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다를 것 없이 같습니다."

여전히, 국정을 살피시느라 끼니를 제때 안 챙기십니다. 하율을 떠올리는 두 사람의 표정은 신기하게도, 닮았다. 세상의 온 근심걱정이 담긴 눈빛하며, 떨군 시선까지. 난간에 기대어 있는 자세 마저도.

"···큰일입니다. 옥체를 보전하셔야 하는데..."

"···간혹, 전하는 제 사람에게 무심한 구석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ㅎ"

윤슬은 한솔에게로 고개를 돌려 다시금 물었다. 본질적인 의미인 슬픔을 감춘옅은 미소를 띠운 채로. 그럼 그런 윤슬을 가라앉은 눈빛으로 한참을 바라봐 주는 한솔이었다. 윤슬을 향한 한솔의 감정이 드러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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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 감정선 좋다~"

매미 소리가 온 주변을 울리고, 불어오는 바람 마저 따뜻해서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무더운 여름. 땡볕 아래서 한복을 껴입고 한결같이 연기를 이어나가고 있는 여주를 비롯한 배우들은, 컷 소리가 나자마자 미니선풍기를 챙기기 바쁘다.

그 와중에 이제 개인샷을 따로 찍어야 해서, 그 상태로 한 발짝도 못 벗어나고 그대로 있어야 하는 여주와 지민. 촬영장 밖에 있던 담당 스타일리스트들이 들어오고 수정 화장 하는데··· 도중에 갑작스레 여주에게 말을 걸어오는 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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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혹시 제 소리 들리던가요?"


무슨 소리요? 여주가 안절부절 못해하는 지민이 보며 묻자, 글쎄 그가 하는 말이··· 제 배에서 지금 천둥 쳐요. 배고프다고. 동시에 빵 터진 여주는 급기야 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기 시작했다.

아침 안 드셨어요? 묻자, 잠이 많아서 오늘은 준비하느라 아침을 못 먹었다는 지민. 혹시나 촬영된 영상에 자기 소리 들렸으면 어떡하냐고 걱정하길래, 여주가 위로의 뜻으로 한 마디 건넸다. 걱정 마요. 그런 소리는 전혀 안 들리니까.

그리고, 허기짐을 달래라는 마음에 제 한복 소매에서 주섬주섬 청포도맛 젤리 두 알을 꺼내드는 여주였지. 지민 씨, 이거. 하며 지민에게 내밀자, 두 눈 크게 뜨고 고맙다면서 맑은 웃음을 띠는 지민이었다.

"···오, 이거 맛있네요- 무슨 젤리에요?"

"그쵸-? 이거··· 어디 거더라."

이제는 젤리 봉지를 하나 채로 꺼내든 여주가 지민에게 보여줬다. 편의점 가면 많이 보이는데, 의외로 모르는 사람 많더라고요. 자기도 덩달아 한 알 입에 넣은 여주는 지민에게서 시선을 돌려 연못 속 헤엄치는 비단잉어들을 바라봤다.

그런 여주를 보고 있던 지민도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려 잉어들을 봤고.


"예쁘다···. 그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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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네요."


여주가 지민이 보라는 듯, 손가락으로 맑은 물 속 비단 잉어 떼를 가리키면- 그런 여주 보면서 한 번, 여주의 앙증맞은 손가락 보면서 한 번. 웃음 지은 지민이다. 여주에게 받았던 젤리 한 알 마저 입에 넣고선 픽, 바람 빠지듯이.

























𝓼𝓾𝓶𝓶𝓮𝓻 𝓷𝓲𝓰𝓱𝓽












그렇게 여주와 지민이가 함께 한 촬영을 끝내고,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고서이제 다음 촬영 준비하려 하는데··· 저 멀리서 품에 무언가를 한가득 안고 뛰어오는 작가 수린이 눈에 띄었다.


"어? 작가님 오셨네요?"

"···그러게요...? 현장 오시는 건 어제가 마지막인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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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참, 오늘 찍어야 할 분량이 바뀌었거든."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서, 꼭 오늘 찍어야 하는 씬이 있다고··· 김 작가님이 그러시던데. 윤기가 의도 모를 웃음을 보이며 여주를 쳐다보자, 여주는 제 장면이에요? 묻는다.

"응. 여주랑 김태형."

무슨 장면이길래 날씨가 중요하나··· 싶었다. 그때 마침 윤기와 여주의 앞에 선 수린은 보이는 배우들에게 무언가를 하나씩 나눠주기 시작했고. 뭔가 싶어 여주가 수린이 건넨 것을 보는데···


"9화 대본이에요. 오늘 그중에 #12, #31 찍어야 해요."


아직 1,2화 분량을 촬영 중인데 벌써 9화···? 고개를 갸우뚱, 기울인 여주가 수린이 불러준 장면을 찾아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스탭들과 지민이도.





#9-12, 하율(태형)이 한솔(지민)과 함께 궁 안을 거닐고 있다. ···


우선 #12는 제 분량이 아닌 걸 확인한 여주가 쿨하게 넘기고, #31이 나올 차례까지 페이지를 계속 넘겨보는데··· 적힌 글씨 보고 여주는 순간 눈을 의심했다지.









#9-31, 한적한 오후, 성벽에 노을이 걸린 하늘 아래_ 하율(태형)과 윤슬(여주)이 무겁고도 진솔한 대화 후에 짙은 키스를 나눈다 .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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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율: ······나는 이기적이게도 중전이 내 곁에 있었으면 합니다.

윤슬: ······전하.

하율: 내가 다 미안하오. (떨리는 목소리로) 그러니 제발···.

윤슬: (말을 쉽게 잇지 못하며)어찌··· 전하는 어찌하여··· (살짝의 울분이 섞인 목소리로) 저의 생각은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하율: ······내가 뭘 어찌하면 됩니까. 다··· 전부 다, 내 탓인데.

윤슬:······잘 알고 계십니다. 모두 전하의 탓이에요. 제 마음이 전하에게서 떠난 것도, (눈물 섞인 채 격앙된 목소리로) 우리가 이렇게 된 것도. 모두 다···!

하율이 윤슬을 제 품에 안았다. 혹시나 놓칠까 두려워 윤슬의 허리를 더욱 세게 감싸며. '아직 그대의 마음은 날 떠나지 않은 걸 알고 있소.' 나지막이 속삭이며. 어차피 자신은 모든 걸 다 알고 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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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끝까지 읽지는 못한 여주가 멍-한 표정으로 허공에 시선을 뒀다. ···음. 그래. 촬영한지 2일만에, 이런 장면을···? 의문을 가지다가도, 그래... 그럴 수 있지. 나 임여주는 프로잖아. 마음을 굳게 먹는데··· 그때 어디선가 느껴지는 익숙한 인기척에 뒤를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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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주는 태형과 눈 마주치자마자 벌써부터 심장 떨리기 시작했다. 태형이 손에도 있는 9화 대본에 흠칫해서 내가 저 사람이ㄹ, 아 뭐래! 스스로 속으로 이성을 되찾으려 노력하기도 했고. 

그나마 다행인 건, 그 장면 시간 배경이 노을 지는 저녁이라, 촬영하려면 시간이 남았다는 것. 그래서 여주는 고민 없이 당장 대기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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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나 진짜 어떡하지-?"


뭘 어떡하긴 어떡해. 키스해야지. 여주의 옷들을 하나둘 정리히던 사라는, 뭐가 문제냐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러면 소파에 앉아있던 여주는 언니는 날 모른다면서 땅 꺼져라 한숨만 푹푹 내쉬어댔고.

"···잘생긴 상대 배우랑 키스하는데, 표정이 왜 그러는데?"

"아니... 지금 그게 요점이 아니잖아, 좀 당황스럽다는 거지!"

"어떤 부분에서."

"······말 턴 지 2일도 안 됐는데 벌써, 그런다는 게."


여주의 말에, 피식 웃은 사라가 말했다. 네가 그런걸 가릴 처지가 돼? 정신 차려. 너 연기자야. 그럼 여주가 그냥 그러려니 수긍하겠지. 그래···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그 이후로 사라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여주는 아까 마저 다 못 읽고 덮었던 대본을 다시 펼쳤다. 하필이면 아무렇게나 펼친 페이지가 #31.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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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왜 이리 지치는 것인지.

하율: ·········.

윤슬: 그저··· 우리는 시간이 맞지 않았던 것뿐이겠지요. 그렇다는 것은 (눈물을 머금은 채로) 전하에게도, 저에게도··· 다른 인연이 곧 찾아오리라는,

하율: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중전. 나는··· 이제 나는 그 흔한 가족도, 벗도, 나의 편도 없는 그저 빈 껍데기라서... 남은 사람이 그대밖에 없습니다.

윤슬: ·········.

하율: 많이 늦은 걸 알고 있소. 하지만··· 그렇지만, 이제 정말 그대가 없으면 나는 끝인 걸 어떡합니까.

그렇다. 더 이상 하율은 윤슬을 제외하고선 믿을 가족도, 친구도 없다. 태어난 직후로 가족을 잃고서 그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외로움이 따라붙었으니까.그런 그가 티는 내지 않더라도, 늘 제 곁에 맑음을 유지하며 있어주는 윤슬 덕에 용기를 얻었는데··· 윤슬 마저 지쳐 버리니, 어떻게 할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윤슬은 여전히 하율을 사랑한다. 일방적인 애정이었지만, 여전히. 지금은 태어나 생전 처음 보는 하율이 오열하며 무너져 내린 모습에, 윤슬 또한 마음이 약해지고. 촉촉한 눈빛으로 가만히 하율을 바라보던 윤슬. 그런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며 짙은 입맞춤을 건네는 하율이다.









"······그림은 예쁘게 나오겠다."

두 주인공의 애절한 마음, 잘 짜여진 배경, 결국에 어렵게 맞닿은 진심. 로맨스 클리셰에 완전히 적합하고도 남는 장면이었다. 어느 하나 손댈 것 없는.

중요한 건··· 그 전 장면들이랑 감정선이 어떻게 이어지느냐-인 거지. 비록 전 회차의 대본은 없지만, 작가 수린에게서 구체적인 이야기 서사를 들은 적이 있던 여주가 곰곰이 그 기억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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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 P.M.]

이제 어느덧 노을이 궁궐 돌담 너머로 걸터 있을 시간. 다른 장면을 촬영하던 스탭들은 분주하게 자리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카메라 구도로 봤을 때, 붉은 빛의 전경이 담기고_ 배우의 동선 이동이 어색하지 않게 담길 법한 자리로.

시간에 맞춰 촬영장으로 들어선 두 사람은, 윤기의 지도하에 자리에 마주 보고 섰다. 각자의 손에 들려있는 대본도 놓지 않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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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느 쪽으로 기울이는 게 더 나을까요."


대본을 보던 태형은, 여주와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 윤기에게 물어보는 질문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여주에게 물어보는 질문이기도 했으니. 여주는 상관 없다며 어깨를 으쓱했고, 두 사람을 유심히 보던 윤기가 답했다.


"김태형 너는 솔직히 어느 쪽이든 상관 없긴 해."

그냥 본판이 되니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윤기가 쿨하게 말하자, 태형이는 알겠다며 왼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더니 여주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한 발짝 더 다가서서 여주 어깨를 한 손으로 감쌌지.

한편, 예고도 없이 제 입술을 가까이 하는 태형의 태도에_ 그냥 단순한 시뮬레이션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순간 경직된 여주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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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각도 그대로··· 괜찮겠어요?"


차마 너무 가까워서 대답은 못 하겠고, 시선도 먼 산을 향한 채 고개만 끄덕이니까 미소 지으며 멀어지는 줄 알았지. 그런데, 멀어지려는 태형을 붙잡은 건 오히려 여주 쪽이었다. 

이번에는 여주가 태형의 양쪽 어깨에 팔 얹더니, 겨우 시선을 그와 맞추고선 말했지. 떨리는 기색이 역력한 채로.


"···그냥 선배님이 편한 대로 해주세요."

"···응?"

"지금 보는 눈이 많아서 그냥 말하기엔 좀 그렇거든요..."


대놓고 메이킹 촬영 카메라도 있는데, 이런 말을 누구든지 다 듣도록 하긴 좀 그랬으니까. 여주는 둘만 들을 수 있는 거리에서 태형에게 부탁했다. 

그런 후에야, 태형도 여주도 서로에게서 멀어졌지. 묘한 눈빛 주고 받은 태형과 여주는 동시에 대본을 덮었다. 그럼 두 사람의 대본은 윤기가 가져갔고, 촬영장에 있던 스탭들도 모두 제자리를 찾아갔다.

그렇게 고요한 공기가 내려앉자, 얼마 머지 않아 고요함 속에 확성기를 타고 울리는 윤기 목소리.




"자, 바로 들어갈게요. 두 분 감정 잡으시고··· 레디,"








그 어느때보다도 숨 막히는 순간이었다. 그냥, 여러 의미로. 제발··· 그냥 이 순간을 무사히 넘길 수 있기를···! 하던 대로만 연기 하자. 임여주. 할 수 있다.라고 계속해서 제 마음을 가라앉힌 여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