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ch Cat

Witch's Ca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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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魔女之猫)

-마녀의 고양이-

W. 설하















Trigger Warning,

폭력적인 장면이 다수 존재하며,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는 잔인한 묘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주의해 주세요.















호(虎)국의 하늘이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백성들이 사랑해 마지않던 푸르른 하늘은 핏빛으로 물들어, 모든 것을 집어삼킬듯 험악하게 일렁이는 불길 위로 자취를 감추었다. 짙은 흑빛의 머리칼이 불길을 따라 일렁였다. 여인은 공허한 눈으로 불길을 담았다. 새빨간 화염을 닮은 적(赤)색의 눈동자가 짙게 가라앉았다. 불길 한 가운데를 거니는 여인에게로, 절망어린 누군가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처절하기 그지없는 울부짖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으나, 여인은 이에 동요하는 기색 하나 없이 걸음을 옮겼다. 동대륙의 3국, 그중에서도 가장 큰 땅덩어리를 차지한 호국의 수도 반절을 집어삼킨 불길 속에 갇혀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여인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태연자약한 그 얼굴에는 한 점의 공포도 비추질 않더라.
 
핏빛마냥 검붉은 여인의 눈동자가 닿는 곳마다 불길이 일고, 그 가벼운 발걸음이 닿는 곳마나 재가 되어 흩날리니, 새빨간 불똥이 열기에 날려 이리저리로 흩어졌다. 여인의 새하얀 볼에 검붉은 잿가루가 들러붙었다. 찡그림 하나 없이, 잿가루를 털어낸 여인의 볼에는 상처자국 하나 남지 않았다.
 
새카맣게 타버린 채로,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대들보가 굉음과 함께 여기저기서 무너져내렸다. 살갗이 타는 냄새, 나무가 타는 냄새, 온갖 것들이 불길에 휩싸여 화염의 먹이가 되어버리니, 타닥, 타닥, 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매캐한 연기 속에, 새빨간 화염 속에, 여인 하나만이 이질적으로 그 곳에 남아있었다. 잔잔한 미소를 걸친 채로, 여인은 느릿한 걸음을 옮겼다. 불길에 집어삼켜진 집이 몇 채이며, 그 속에 휩쓸린 생명이 몇이란 말인가. 불길 속으로 사라진 마을, 여인이 생에 두 번째로 담는 새빨간 풍경이었다. 
 


“저기다! 저기 있다!”
“잡아라! 생포하라는 폐하의 명이 있으니, 반드시 생포해야 한다!"
 


말발굽이 힘차게 땅을 박차는 소리가 들렸다. 호국의 자랑스러운 관군임이 분명한 이들의 우렁찬 외침이 사방에서 들려왔으나, 여인은 도망치려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소란스러운 병사들이 찾는 이는 분명히 저일텐데, 여전히 불길 속을 걷은 그 걸음은 한 발, 한 발이 느릿느릿하기 그지없었으니, 여인은 조금의 동요도 없이 가벼운 발걸음 한 걸음마다 새빨간 불길을 새카맣게 잠재울 뿐이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킨 불길 속에 상처 하나 없이 유유자적한 제 모습이 그들에게 어찌 보일지, 저들에게 잡혀간 뒤엔 제가 금수만도 못한 대우를 받을 것은 쉬이 예상할 수 있었다. 모가지가 댕강 잘릴까, 수도에 대형 화재를 일으킨 범인으로 손이 잘릴까. 어쩌면 제 하찮은 숨이 오늘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 여인은 키득-,하는 웃음을 내뱉었다. 어쩌면 조금은 바랬을지도 몰랐다. 오늘 내쉬는 이 숨이, 내 마지막 숨이기를-, 하며 말이다.
 


“마녀를 생포하라!”
 


제게는 억검같던 싸움의 끝이었으니,
내 묘를 볼 날이 머지않았구나.
 
 







*          *          *
 
 







호(虎)국이라 함은 동대륙의 삼국 중에서도 가장 큰 땅덩어리를 지녔으며, 그 역사는 실로 수백년을 이어져 온, 기나긴 역사를 자랑하는 나라였다. 호국의 초대 황제 민씨가 호랑이의 보은을 입어 호국을 세운 뒤, 그 후손이 범의 기운을 타고 이어져 내려와 황가의 고귀한 핏줄을 이어간다 하였다. 범의 상징인 금안은 곧 황가의 핏줄을 뜻하였고, 이는 곧 황제의 정통성을 의미하였으니, 호국의 제 39대 황제가 즉위하기 전까지는 그러했다.
 
범의 기운을 이어받아, 범과 같이 노랗게 번뜩이는 금안은 호국 태초의 황제의 핏줄이자, 정통성 있는 후계자, 혹은 황제를 뜻하였으니, 금안을 가지지 못한 황제가 즉위하던 순간은 수백년을 이어져오던 호국 황가의 정통성이 무너지던 날이었다. 백성들은 분노했다. 호국의 39대 황제가 처음 백성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던 날, 수도는 울음소리와 통곡소리로 가득하였으니, 축제로 즐거워야 할 거리의 분위기는 차게 가라앉았으며, 그 즉위를 축하해야 할 사람들은 입을 꾹 다문 채로 눈을 내리깔았더랬다.
 
흑(黑)안의 황제인 민윤기, 호국의 제 39대 황제가 즉위하던 날은 그러했다.
 
허나 몇 년이 지나고, 백성들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호국의 39대 황제는, 금안을 가지지 못한 범임에도, 그 자체로 범의 기운을 타고났으니, 황제의 재목이 아니라 할 자가 없었다. 폭군이자 성군, 정통성이 없는, 황제의 재목을 타고난 황제. 세간의 평이 그러했다.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

“예, 폐하. 통각이 없는 것인지, 자그마한 신음소리 한 줄도 흘리질 않았습니다.”
 


수백년, 호국에 수백년간 패악을 부리던 '마녀'를 잡아들인 날은 더더욱 그러했다. 동대륙을 떠돌던 마녀가, 호국에서 모습을 보이더라-,하는 소문이 돌던 것이 몇 해 전, 붉은 눈을 가진 여인이 호국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닌다더라, 괴상하고도 해괴한 주문을 걸어 사람을 반쯤 미쳐버리게 한다더라-, 하는 소문이 돌던 것이 장장 5년 전의 일이었으니, 감흥 없는 눈으로 호국의 수도 반절을 집어삼킨 불길을 마주하던 여인을 흑안의 황제가 잡아들였더랬다 하는 소문은, 흑안이라는 이유로 멸시받던 황제의 평을 완전히 뒤집어놓기에는 충분했다.
 
턱을 괴고있던 손을 팔걸이로 옮기며, 흑안의 황제, 민윤기는 황좌에 몸을 기대었다. 온갖 소문들이 따라다니는 이 자리에 앉기까지 이 손에 얼마나 많은 피를 뭍혔던가. 그에게는 갖가지의 소문들이 붙어다녔으니, 선대의 황제를 죽이고 왕좌에 올랐다는 것이나, 실은 그가 선황제의 친아들이 아니다더라-,하는, 온갖 추잡하고 더러운 소문들이 난무하는 전쟁통에서 황좌를 차지한 그는 자비로울래야 자비로울 수 없었다. 죄인의 혀를 뽑고, 손가락을 자르고, 목을 베고, 피를 묻히지 않고서는 왕좌에 오를 수 없었으니, '자비를 베풀어 주십사'하는 말은 그가 가장 경멸하는 말 중 하나가 되었더랬다. 자비를 모르는 황제가 수도의 반절을 고의로 일으킨 화재로 날려먹은 마녀에게 내린 형벌은 인간이 견딜 수 없을 정도의 형벌이라더라, 마녀라 불리는 여인에게 행할 고문들을 제가 직접 정한 황제는 재밌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Gravatar“내 직접 가도록 하지,”
 


황제의 흑안이 호기심에 일렁였다.
 
 







*          *          *
 
 







도총관(都摠管) 권 대감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일생을 현 황제 밑에서 충성을 다하였으며, 그가 왕좌에 오른 후로부터 험한 꼴은 죄 보았다 자신할 수 있었다. 적어도 어제까진 그리 생각했다.
 
황제는 인정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가차없이 내다버려야 했으며, 도를 넘는 짓을 한 자들은 죄 제 손으로 숨통을 끊어놔야 성에 차는, 잔혹하기 그지없는 사내였으니 폭군이란 말이 딱 어울렸다. 그런 사내 밑에서 몇년이나 함께했으니, 이미 볼 꼴 못볼 꼴 다 보았다 자신했건만, 제 눈 앞에 펼쳐진 참상에 입 안이 바싹바싹 말라가는 기분이었다. 당장에라도 호두각(虎頭閣)의 문을 열고 뛰쳐나가픈 마음을 참아낸 도총관은 호두각의 바닥을 보지 않으려 애썼다. 
 
죄 뽑힌 손톱들이 돌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상처에서부터 미친듯이 흘려내린 선혈들이 바닥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었다. 온갖 고신을 당한 탓에 마녀의 몸에 생겨난 상처들이 징그럽게도 붉은 선혈들을 뿜어내고 있었다. 황제는 제 허리춤의 칼을 뽑아 마녀의 손가락을 마디마디 잘라냈다. 잘려나간 살점과 뼈 또한 돌바닥을 나뒹구는데, 어느 누가 이 괴기하고도 끔찍한 장면을 보고도 멀쩡할 수 있겠는가. 끈적거리는 붉은 피가 돌바닥 사이사이의 흙에 스며들었다. 바닥이 온통 붉었다.
 
도총관은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끔찍하고도 징그러운 참상이야, 눈알을 조금만 굴려 다른 곳을 바라보면 그만이었으나, 들려오는 비명은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들려오지 않는 비명이 그의 목덜미를 스산하게끔 만들었다. 호두각은 소름돋으리만치 고요하고, 조용했다. 죄인을 고신하는 장소에서, 선혈이 낭자한 이 곳에서, 조용할래야 조용할 수 없는 곳이 조용했다. 간간히, 황제가 마녀의 살점을 썰어내는 서걱-, 하는 섬뜩한 소리를 제외하면 개미새끼 한 마리도 없는 듯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는 안 될 일이었다. 도총관은 힘겹게 돌렸던 고개를 도로 틀어 마녀를 바라보았다. 꼿꼿하게 핀 허리나, 초점없는 눈동자나, 빳빳히 쳐든 고개나, 어딜 봐도 대역죄인의 모습이라 하긴 어려울 터였으니, 태연자약한 그 얼굴에 한 점의 동요도 보이질 않았다. 굳게 다물린 입에서는, 옅은 신음소리 한 점도 흘리지 않았다. 초점없는 죽은 눈은 앞만 올곧게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허,”


 
황제조차 기가 막혀 헛웃음을 흘려보내니, 피를 잔뜩 머금은 옷자락이 추욱, 늘어졌다. 신경질적으로 내던진 칼이 챙그랑-,하는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바닥에 흥건하니 고인 마녀의 피가 검의 손잡이를 붉게 물들였다. 붉게, 더 붉게.
 


“날이 무딘 도끼를 가져와라.”


 
황제가 명했다. 그 잔악무도함에 눌려 구석에서 벌벌 떨고있던 궁인 하나가 쏜살같이 달려가 도끼를 빼들었다. 황제의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며, 벌벌 떨리는 두 손으로 그에게 도끼를 바치니, 한 손으로 가벼이 도끼를 쥔 황제가 도총관에게 마녀의 팔을 붙잡을것을 명했다. 피로 물들어 붉게 물든 마녀의 옷소매를 들어올린 도총관이 그 팔을 단단히 붙잡아매었다. 어떠한 반항 하나 없이 얌전히 팔을 내어 준 마녀의 모습이 기괴하기 짝이 없는지라, 황제가 도끼를 치켜듦과 동시에 도총관의 눈이 꽉-, 감겼다. 퍼억, 하는 둔탁한 소리가 호두각에 울려퍼졌다. 날이 무딘 도끼가 잘 들리가 없었다. 살이 뭉개지고, 피가 튄다. 있는 힘껏 도끼를 내려친 황제에 마녀의 뼈가 어그러졌다. 무딘 날은 살점을 가르는 대신 살점을 짓이겼다. 뼈와 살이 너덜너덜하게 갈라지니, 무지막지한 황제의 힘에 마녀의 여린 몸이 휘청였다. 허나, 여전히 그 입에서는 어떠한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도총관이 잡고있던 팔이 툭, 떨어짐과 동시에, 제 팔에 실려지는 묵직함에 도총관이 서둘러 떨어진 마녀의 팔을 내려놓았다. 끈적하고 묵직한 피를 가득 머금은 탓에 옷이 축축 쳐졌다. 마녀의 잘린 어깻죽지에는 살점이 덜렁거렸다. 역겨우리만치 징그러운 장면에 도총관이 헛구역질을 하며 자리를 피했다. 날이 무딘 도끼로 난도질당한 어깨에는 벌써 시퍼런 멍이 자리하고 있었다. 잘려나간 상처에서는 붉디 붉은 선혈이 주륵, 흘러내렸다.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상에도 황제는 태연하기만 했으니, 웨엑-, 하며 속을 게워내는 시늉을 하기 바쁜 도총관을 짜증스레 닦달하여 그 반대쪽 팔을 잡게 하였다. 



Gravatar"형님!"



쯧-, 혀를 찬 황제가 도끼를 내던지듯 내려놓았다. 호두각의 저 편, 멀리서부터 복면을 쓴 사내 하나를 대동한 채, 고운 비단 옷자락을 펄럭이며 달려오는 것은 필히 제 이복동생, 황태자의 모습이었으니, 성가시다는 듯 인상을 찌푸린 황제가 몸을 틀어 그들을 마주했다.



"무슨 일이냐,"

"형님! 어찌 저 천한 것의 몸에 직접 손을 대십니까!"

"내 직접 호국의 안녕을 해한 죄인의 목을 치는것이 뭐 그리 이상한 일이라 호들갑이냐,"

"죄인의 더러운 피가 형님의 손을 더럽힌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제 소매로 피로 물든 황제의 손을 덥썩 잡아 닦아내는 태형의 행동에 소스라치게 놀란 그의 호위가 태형의 옷자락을 잡아끌었다. 놓거라! 하는 벼락같은 호통에 움찔한 검은 복면의 사내가 힘없이 팔을 늘어트렸다. 황제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되었다, 하며 매몰차게 손을 쳐내는 그 행동에 태형의 영롱한 금안이 생기를 잃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트릴 듯한 제 동생의 모습에도, 거슬리니 비키라는 말을 내뱉은 황제가 직접 도끼를 집어들었다.



"...비키라 하지 않았나,"

"아니됩니다 형님, 형님께서 직접 고신 할 가치도 없는 자입니다."

"그건 내가 판단할 일이다. 네가 아니라."

"...."

"비켜라."

"...."



감히 제 앞을 가로막은 채, 입을 굳게 다문 태자의 모습을 보는 황제의 미간이 서서히 좁혀졌다. 비켜라, 하는 낮디 낮은 음성에도 태자는 꿈쩍하질 않았으니, 바닥을 향해있던 도끼의 날이 태자의 목 언저리로 향했다. 폐하! 하는 태자의 호위무사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황제가 태자에게 명했다. 비키거라. 공포에 젖은 그 입술이 떨리며 무언의 말을 전하기도 전에, 복면을 쓴 사내가 태형을 밀쳐냈다.

볼썽사납게 피로 범벅된 돌바닥을 구른 태자의 옷이 쉽사리 붉은 물에 들어갔다. 감히 태자의 몸에 손을 댄 죄로 무릎을 꿇은 호위를 지나친 황제가 혀차는 소리를 내었다. 되었으니 데려가라. 하는 황제의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내가 태자의 몸을 붙잡았다. 여전히, 아니된다 외치며 제 형님을 향해 부르짖는 소년의 몸을.



"...."

"...."



그리고 아주 찰나의 순간에, 일렁이는 마녀의 눈과 마주한 윤기의 행동이 딱딱하게 굳었다. 팔이 떨어져나가는 순간에도 줄곧 멀디 먼 어느곳으로 향해있던 그 시선이 올곧게, 저에게 향해있는 것이 아닌가. 새빨간 눈동자에 제 모습이 비추었다.



"...!"



일자로 굳게 다물려있던 그 입꼬리가 살며시 올아가 호선을 그린 것은 찰나의 순간이었으며, 그 순간은 윤기의 뇌리에 아주 깊숙히 박혀 잊혀지질 않았으니, 금새 무표정한  얼굴로 되돌아간 마녀의 얼굴을 황제는 가만히 응시했다. 저도 모르게 손에 꽉 쥔 도끼에 도총관이 마녀의 멀쩡한 팔 한짝을 결박한 채 덜덜 떨고있었으며, 형님, 형님, 하며 울부짖는 제 배다른 동생은 제 호위의 손에 저 멀리로 나가떨어졌다. 더 이상, 저를 방해할만한 성가신 것들은 아무것도 없는데도, 황제의 도끼를 쥔 손은 한참이나,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자를 가두어라,"



황제가 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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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