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ops of light
08_My Relationships #Past


[예린 시점]

속고 속이는 관계

그게 내 인간관계다

다른 사람도, 나도

서로 속고 속인다

다른 사람들은 잘해주는 척, 뒤에서 뒷담화하고 내가 그들에게 맞추지 않으면 등 돌리고

나는 그들에게 비참하고 망가진 나의 내면과 속마음을 비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과 나는 서로 속지

솔직히 인간관계 따위, 다 끊어버리고 정말 '혼자'서, 멀리 '떠나' 살고싶지만

내 맘대로 되는게 아니니까...ㅎ

다른 사람들 중 조금 다른 유형도 있다.

속인 것을 자연스레 들춰내는 사람들.

처음 내게 다가올 땐 정말 누구보다 잘 지낼듯한 느낌을 내며 다가온다.

정말 날 잘 이해해주고 언제까지나 곁에 있을 것처럼.

그러나 꽤 가까워졌다 싶으면 이내 조금씩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들춰낸다.

나를 너무도 편하게 대함에 난 또 상처를 받고

그에 서로 조금씩 뒷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1년 전 -

1학년 1학기 초


이소인
옌니야아~~


정예린
소인아!

소인이는 초6 2학기 초에 전학온 아이로, 중학교에 올라온 후 친한 아이가 많이 없어 급격하게 친해진 아이였다.

당시 나는 소정, (정)은비, 유나, (황)은비, 예원과 많이 친하지 않았고, 그래서 소인이와 항상 같이 다녔다.


정예린
난쟁이!


이소인
야!! 내가 너보다 키 크거든!?


정예린
이름이 소인이자나ㅎ


이소인
이씨...확 개명해버릴까


정예린
뭐 '거인' 아님 '대인'으로 개명하게?ㅋㅋㅋㅋ


이소인
이거인, 이대인ㅋㅋㅋㅋㅋ


정예린
소인이 이쁘잖아ㅋㅋㅋ


이소인
내가 쫌 ><☆


정예린
아니 너말고 이름ㅎㅎ


이소인
퉷


정예린
내가 엄청난 소식 하나 알려줄까?


이소인
뭔데?


정예린
1교시 체육


정예린
2교시 기가


정예린
3교시 국어야!><


이소인
.....


이소인
욕 나올 뻔 했어. 위험했다..


정예린
ㅋㅋㅋ


이소인
체육은 그래도 쌤이 나쁘진 않은데


이소인
기가랑 국어는 노답임..;;


정예린
ㅇㅈ 솔직히 체육은 우리가 운동을 싫어하니까 별로라 치지만


정예린
기가, 국어는 쌤이 싫어ㅋㅋ


이소인
학교 째고싶다


정예린
짜피 못 째잖니


이소인
...그렇죠


정예린
아 야 조례시간 거의 다 왔어


이소인
그러네.. 자리 가자


정예린
그램

*


정예린
소인아 체육복 갈아입자


이소인
그래그래 커튼 칠께

(커튼을 쳐서 탈의실을 만드는 구조의 교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우리가 언제까지나 잘 지낼 줄 알았다.

그리고 이내, 그 믿음은 서서히...

떠나가기 시작했다.

몇 개월 후 -

1학년 2학기 중반


이소인
아니 그래서 걔가 이러는 거야~


이소인
좀 어이없어 가지고ㅋㅋ


이소인
그리고 또 충격 먹었던게......


정예린
...

소인이는 2학기 중반쯤 되자, 나에게 누군가의 뒷담화를 하기 시작했다.

워낙에 거절도 모진 말도 잘 못하는 나여서 그저 들으며 아주 가끔씩만 맞장구를 칠 뿐이었다.


이소인
그래서....좀 충격 아니야?ㅋ


정예린
ㅋㅋ.....좀..?..

처음 소인이가 좋았던 것은 남의 뒷담화를 하지 않아서였다.

소인이도 누군가 뒷담화 하는 게 불편하다고 했었는데, 이렇게...

자기가 뒷담화를 하고있다.

소인이는 또 소심하긴 아주 소심했다.

예를 들어, 횡단보도에서 초록불이 막 깜빡이기 시작했을 때


정예린
어? 소인아 빨리 건너자


정예린
거리도 되게 가까우니까 빨리!


이소인
ㅇ..어..?

이미 우리는 횡단보도의 1/3은 온 상태였다.

소인이는 다시 돌아가려는 건지, 뭔지 머뭇거렸고

초록불이 깜빡이는 시간도 지나가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빨간불이 될 것을 알기에, 난 그저 답답한 마음만 들었다.

덕분에 짧디 짧은 길임에도 반대편 길에 발을 딛기 전, 빨간불이 되었다.

다행히도 차가 지나가진 않았다.

하지만 자칫하면 빨간불이 되어서도 횡단보도의 반도 못 온 채 지나가는 차에 치일 뻔 한 상황.

그런 상황에서 자기 의견을 말하지 못하고 그저 머뭇거리던 소인이다.

정말 이렇게 느끼면 안되는 거 알지만,

이젠 소인이와 함께하면 답답하고 짜증나는 일이 꼭 하나씩은 생기기 시작했다.


이소인
그리고 또 충격 먹었던게...


정예린
'뭐 맨날 충격만 먹는데'


정예린
..!

흠칫했다.

도대체 소인이에 대한 나의 마음이 얼마나 떠나갔으면 이런 말버릇(?)같은 것에도 짜증이 날까

아마 너와 나는 잘 맞는 듯 맞지 않은 것 같다.

소인이는 인간관계를 정확히 정리하는 능력도 없었다

나는 보통 나에게 상처주는 사람과의 관계는 확실히 정리한다.

그래서 1학기 때 자꾸만 다른 아이들과 나와 소인이를 비교하던 친구와도 싸운 후

완전히 관계를 정리하려고 했다.

그러나 소인이가 관계를 정리하지 못했고

나와 소인이는 이런 관계 정리 때문에 멀어지기엔 너무 가까운 사이였기에

나도 소인이도 그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하고 꽤 가까이 지내고 있다.

왠지 이거 뒷담 까는 것 같지만... 제목이 제목이니만큼 얘기해 줄 수 밖에 없지..

그리고

내가 소인이에게 직접적으로 상처 받은 일도 있었다.

채육시간 중 자유시간 -

나와 소인이는 스탠드에 앉아 있었다.


이소인
그...있잖아


정예린
응??


이소인
나 요즘 열등감이 너무 많이 느껴져..


정예린
..열등감?

열등감.

자기를 남보다 못하거나 무가치하게 낮추어 평가하는 마음.

네가 느낀 감정이 정말 '열등감' 이었을까?


이소인
응... 나 너한테도 열등감 느껴..


정예린
....왜?

그땐 이해되지 않았다.

나보다 잘난 것 많은 소인이가 어째서 나에게 열등감을 느끼는지.

지금은, 이해하려는 의지조차 들지 않지만.


이소인
넌 공부도 잘 하고 선생님들한테 예쁨받고 상도 많이 받잖아..


이소인
나도 엄청 열심히는 하는데..


정예린
....

뭐라고 반응해줘야 할지 몰랐다.


정예린
아냐 너 나보다 잘하는 거 많잖아


정예린
그리고 너도 상 많이 받고 쌤들한테 이쁨 받으면서.

그땐 이렇게 말했었다.

하지만, 이젠 이렇게 생각한다.


정예린
정말 그게 열등감이야?


정예린
네가 나보다 잘났는데, 왜 내가 더 주목받는지에 대한 질투가 아니고?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노력한다고 해서 더 잘하고 더 주목받지 않는다.

아무리 열심히 했다고 해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땡이니까.

사회는 결과만 보니까.

그리고..


정예린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정예린
나도 네가 얼만큼 노력했는지 모르지만, 너도 내가 얼만큼 노력했는지 모르잖아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없다.

결국 그 아이는 자기가 나보다 잘났고, 스포트라이트가 자길 향하지 않은 것에 질투가 난 거였는데.

그땐 상처가 아니였지만 이젠 마음 깊이 박혀버린 화살이 되었다.

그 화살을 빼면 출혈이 심할 것이고, 치료법도 모르기에 그저 그대로 둘 뿐이다.

나는 이런 애매모한 관계를 유지하며 계속해서 상처받을 바에는 그냥 멀어지는 게 낫다고 생각했고

조금씩 조금씩.....

우리는 한 발짝씩 서로에게서 멀어져갔다.


정예린
고마웠고, 수고했고, 아주 좋은 만남은 아니었어

이 말 -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

[08_나의 인간관계 #과거] - the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