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ops of light

09_My Relationships #5 People

[예린 시점]

과거, 나의 인간관계에 예상치 못했던 나만의 내적 갈등과 고민을 겪은 후,

나에게는 조금의 변화가 생겼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람을 대하는 데에 있어 다짐을 하게 되었다.

첫째는 왠만하면 다른 누군가에게 절대 내 속마음을 털어놓지 말자

속마음을 털어놓음으로서 더 가까워지겠지만, 상대는 나에 대해 더 잘 알겠지만,

그만큼 나중에 받을 상처도 깊고 클테니.

둘째는 삶에 빛이 되어준 사람이 아니라면 항상 한 두발짝 정도의 거리는 꼭 두자.

가까운 듯 완전히 가깝지 않은 거리. 한 두발짝 정도.

이제 사람을 다 못 믿겠어서, 거리를 조금 두기로 했다.

어짜피 결국 혼자가 될 운명일텐데, 거리를 둔다고 해서 더 상황이 나빠질 것도 없으니.

이미 거의 혼자이기에 떠나갈 사람도 없으니.

만약 남겨둔 한 두발짝 다가오려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다가온 만큼 멀어져갈 것이고,

만약 굵게 그어놓은 선을 넘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그보다 더 뒤에 선을 더 굵게 그어놓을 거다.

아무도 나에 대해 잘 알지 못하게.

어느 누구도 내 망가진 속마음을 보지 못하게.

1년 전 -

중1 2학기 후반

지금 같이 다니는 5명을 만난 건 그때쯤이었다.

그날도 난 여전히 남들과 거리를 둔 채 혼자 살아가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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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린

하아..

연신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터벅 터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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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린

'혼자 집에서 덕질이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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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린

'혼자 도서관 열람실(= 독서실) 가서 노래들으면서 공부하고 싶다..'

자연스레 '혼자'를 생각하며 이 지긋지긋한 학교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며 그저 복도를 터벅 터벅 걸어가다,

교실로 들어섰다.

우리의 제대로 된 첫만남은 그때부터였다.

드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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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정

어? 안녕 예린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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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린

ㅇ..어? 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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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정

ㅎㅎ

갑작스레 나에게 인사해온 네가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인사는 주고받았다.

너에 대한 건 어느 정도 알고있었다.

모를 수가 없었다.

넌 1학년 중에서 꽤 유명했으니까.

이름은 김소정.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편에 성격도 좋고 리더쉽도 있어 인기가 많다고 소문난 너.

선생님들만 조금 예뻐할 뿐, 조용히 살아가는 나와는 여러모로 반대였다.

너를 보면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였다.

나를 보면 어딘가 혼자인듯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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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정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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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정

예린아 혹시 샤프 빌려줄 수 있어? 내가 필통을 두고와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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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정

저번에 고마웠어!ㅎ 언제 내가 한 번 보답으로 음료수라도 사줄께ㅎㅎ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계속해서 나에게 말을 걸어오던 너

내가 다가가면 모를까, 이런 일은 오랜만이여서 매번 당황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꽤 좋았다.

왠지 너와는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잘 지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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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정

예린아 옆에 앉아도 돼?

너는 조금씩 더 내게 다가오려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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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정

우리 이번 달 안에 같이 시내 나가기! 숙제야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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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린

ㅋㅋㅋ 언제 시간 돼?

어느새 너와 나는 주말에 만나서 놀 정도로 친해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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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비

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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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나

옌니야 옌니야 난 언제든 시간 되니까 나랑도 놀아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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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비

정예린~~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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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원

예리나 사루메♡

너와 친해지면서 내 주변에도 사람들이 많아졌다.

행복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너희 5명은 내가 그어놓은 선을 넘지 않아주었다.

오히려 내가 선을 지우게 만드려는 듯, 나의 이상 속 사람이 현실이 된 기분이었다.

사람 대 사람으로서, 선을 지켜주는 너희에게 고마웠다.

조금 불안한 마음도 없잖아 있었다.

믿음, 신뢰, 고마움, 조금 더 다가가도 될 듯한 느낌

너희에게 느낀 감정들 모두 하나같이 너무 오랜만에 느껴본 감정들이어서,

혹시 이게 꿈일까, 깨어나면 없던 일이 될까,

혹시 너희도 날 떠날까, 또다시 혼자가 될까,

너희를 잃을 수 있단 생각에 불안함도 마음 한 쪽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더 많은 마음공간을 차지한 '희망'과 '친구'라는 단어를 더 신경쓰고, 믿고, 소중히 하기로 했다.

혹시 모를 상처를 대비하여 믿음만큼은 한 방울 덜었지만

'우리의 사이와 미래'라는 '유리잔'을 그 한 방울 빼고 다 괜찮은 감정들로 가득 채웠다.

이제 그 유리잔을 깨뜨릴지, 남은 한 방울마저 채울지는

우리 6명의 영원한 숙제이다.

우리가 맞지 않을 때, 누군가 상처받고 서로 멀어져간다면,

우리의 유리잔은 깨질 것이고

우리가 맞지 않아서, 서로 자연스레 멀어져간다면,

우리의 유리잔 속 찰랑거리던 감정의 물들은 쏟아질 것이고

우리가 퍼즐마냥 맞진 않아도, 서로를 이해하고 소중히 조심히 대한다면,

남은 한 방울도 채워져 우리의 유리잔이 아주아주 가득 채워질테니.

믿음 한 방울을 제외한 괜찮은 감정들,

다 너희에게 향한 감정들.

지금부터 그 감정의 물을 담은 유리잔을 너희를 믿고 맡겨보려 해.

제발... 삶이 우릴 가로막기 전까지 그 유리잔을 소중히 들고있어주길 바랄께

[09_나의 인간관계 #5명]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