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ops of light
12_Little Star #Shabby


[예린 시점]

원래의 내 삶?

그건 아주 깊은 어둠만이 가득하던 초라하고 외로운 밤이었다.

흔하디 흔한 아파트 불빛, 가로등, 별빛 달빛도 없는 그저 어둠만이 가득하던 밤.

희미한 빛 한 조각도 없는만큼 더 초라하고

아무 생명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만큼 더 외로운 그런 밤.

그 속에 내가 있었고 그게 내 삶이었다.


정예린
하아....

남들과 있을 땐 삼키는 한숨을

언제든 나 혼자 있을 때 내뱉으며

빛 하나 없는 깊은 밤을 바라본다.

창 밖 비치는 밤중에도 빛나는 가로등 불빛이나 아파트 불빛들, 또는 별빛들이,

나의 내면의 밤을 깔보기라도 하듯 더 눈부시게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눈에 들어오면 뭐하리, 내 맘은 여전히 캄캄할 뿐인데

아무리 눈부시다 해도 나의 내면이 조금도 빛나지 못한다면 그저 장식품에 불과한다.

겉보기엔 아름다워도 장식품을 모두 떼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인형마냥,

밝아보이는 내 외면도 속은 그저 초라한 어둠 뿐이다.

너무도 초라해서 안쓰러워 보일 정도인.. 그런 공간.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온몸이 피 맺힌 상처 투성이에 지쳐 쓰러진 한 여자아이.

발버둥 친 결과로 그저 뚝뚝 떨어지는 땀과 지친 신체 그리고 정신만 얻은 아이.

땀에 젖은 머리가 얼굴을 가려 생김새는 안 보이지만, 아마 나일거다.

그 여자아이의 외면이, 나의 내면이니까.

"초라함"

이라는 단어.

그냥 날 표현하기에 딱 알맞은 단어같다.

"지치다"

이 동사도 날 표현하기에 아주 적합하다.

"무표정 또는 무감정"

나도 잘은 모르겠다ㅎ

내가 그저 무표정인건지, 아님....

무감정해진건지

어쨌든, 나라는 아주 작고 사소해서 소중함도 딱히 느껴지지 않는 존재는,

빛 하나 없이 초라한 밤

장식품을 모두 떼어내버린 인형

지쳐 쓰러진 한 여자아이

모두 날 표현하는 말. 심지어 내가 날 표현하는 말임에도

어째서 좋은 표현은 없는지..ㅎ

새삼....참 그동안 아프게 살아왔고 살고 있구나,

내 삶은 "비참함"으로 가득 차 있구나,

더는 채워지지 못할 만큼 꽉 차버린 비참함이 떠오른다.

도대체 왜 흔히들 말하는 '행복'이라는 건 어디갔는지 떠오르지 않고

흔히 느끼지는 않는 '비참함'과 '초라함'은 떠오를 공간도 남지 않았는데 꾸역꾸역 기어코 떠오를까

여태 힘들게 버텨왔는데, 세상은 나를 처참히도 짓밟을까


정예린
저 우주에 널리고도 널린 별보다도 못한 삶이네 -..


정예린
별은.....죽기 전에 아주 밝은 빛을 내며 죽는다는데


정예린
난 죽기 전에 이딴 삶, 아주 조그마한 조각의 공감이라도 받을까..?

수없이 반짝이는 별들이 많아서, 다른 별보다 흐린 빛을 내던 별마저도 죽기 직전에 그 누구보다 밝게 빛나는데

어느틈에 난 - 이렇게 추락해버린건지..

추락한건지, 서서히 밀려 내려온건지조차도 알지 못해서

나는 시간이 지나건 더 어두워지건

조금도 손 쓰지 못한 채

아래에 있던 풍경이 내 머리 위로 스쳐 올라가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다.

나도..... 죽을 때가 되면 빛을 낼 수 있을까


정예린
아니, 어쩌면 난 이미 빛을 내고 있을지도 몰라 -

그저....

세상이 알아주지 못할 뿐이지

그리고,


정예린
나조차도 -

내가 빛을 내고 있단 걸 모를 뿐이지

희미한 빛 하나도 없어서, 반짝일 수 없는 나의 눈은,

어떤 향기조차 남아있지 않아서, 아름다운 향기를 구분할 수 없는 나의 코는,

생명의 소리가 메말라버려서, 소리내는 법을 잊은 나의 입은,

그렇게 그대로.... 점점 나처럼 쓸모없어져간다.

희미한 미래도 기대할 수 없는 나의 현재와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고 달릴 수 밖에 없었던 나의 과거는

미래의 존재까지도 의심하게 만든다.

나 이대로 버티면....

이대로 숨쉬면 나는.....

"진짜 사는걸까?"

[12_작은 별 #초라함] the end


밤 작가
(늦어서 죄송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