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rment.
11 AM


000
...호석아.


정호석
응.

000
...뭐 한 거야? 지금,

몸에서 자꾸만 열이 났다.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호석이가 울지 말라고 했는데.

여기서 무너지면 안 돼. 000.


정호석
미안해, 내가 너를 잊어먹을 뻔했네.

다시 미소가 보였지만, 이질적인 느낌이 났다. 호석이는 다시 그 선배에게로 몸을 돌려. 무엇인가를 속삭였다. 그리곤 말했다.


정호석
... 얘 건드리시면, 몇 명의 사람들이 당신들에게 총구를 겨눌지 모릅니다.

눈 앞이 핑핑 돌았다.


정호석
가자.

정호석이 내 팔목을 아프지 않게 잡는다. 뒤에서 미친 새끼, 라고 웅얼거리는 주시진의 목소리가 들린다.

...무섭다.

수업이 반 쯤 진행되었는데, 몸이 계속 아파왔다. 양호실을 가야겠지 싶어 손을 들었다.

000
선, 생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해서인지 선생님은 답을 하지 않고, 뒤에서 민윤기가 나에게 종이 하나를 건넸다.

몇 번 지웠다가 다시 쓴 흔적이 남아 있었다.

- 난 너 좋아하는 거 포기 못 해. 아까 누가 뭐라고 했든.

그가 다시 공부에 집중을 했다. 나는 다시 손을 들었다. 이번엔 조금 더 큰 목소리로,

000
선생님. 저 보건실에 보내주세요. 몸이 너무 아파요.

내 식은땀을 눈치챈 선생님이 어서 가라고 나에게 손짓을 했다.

민윤기의 표정은, 많이 놀란 듯 보였다.

서서히 몸을 옭아매던 통증은 점심시간을 넘어서자 몸을 가눌 수 없을 만큼 심해졌다.

움직일 수조차 없어서, 숨을 내뱉으며 가만히 누워있었다. 심각하면 119를 불러야지, 불러야지. 혼자 되뇌이다가 결국 쓰러졌던 것 같다.

대체 어디가 아픈 거지.

눈을 뜨자, 몸이 거세게 흔들리고 있었다. 뭐지? 지진인가?

내가 아닌 누군가가 움직이고 있다. 나를 업고 뛰고 있는 거 같아, 힘들게 한 마디 뱉었다.

000
...누구, 세요.

???
...아프지 말라니까, 00아.

???
힘들어 보여. 누가 봐도 그래, 바보야.

누구인지 목소리로 구분이 안 간다. 그런데 이 새끼는 미친 놈이 틀림없다, 그냥 119를 부르지. 가까운 병원이 20분인 촌동넨데 이걸 업고 가냐.

???
...조금만 참아 봐, 곧 도착하겠다!

난 급하게 뭐라고 말을 뱉고 다시 잠들었다.

몸이 걸레마냥 축축 늘어져서 어쩔 수가 없었다. 문제는 이게 아니니까.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나고.

- 김태형 그는.

엄마
스트레스성 질환이래. 다행이다... 아유, 회사에서 아주 깜짝 놀랐네.

엄마
반장이라고 했지? 00이 챙겨줘서 정말 고마워. 뭐라 할 말이 없네.


김태형
아니에요, 건강하다는 것만으로도 고맙죠 저는.

엄마
다음에 뭐라도 사줄게! 00이랑 같이, 알았지?

엄마
난 회사 다시 가 볼게, 태형이도 그만 가 봐.


김태형
네, 어머니. 들어가세요!

나는 너를 챙겨 주잖아, 나는 너를 친구로도 안 보잖아. 000. 친구의 이상이 절친인 줄 아는, 멍청이.

쉬는 시간마다 보건실로 내려가 상태를 봤다, 민윤기는 단 한 번도 내려오지 않았고. 정호석은 카메라를 들고 가만히 내 곁에 앉아 창 밖을 찍기만 했다.

점심 시간에 내려가자 쓰러져있기에, 빠르게 업어서 병원까지 달렸다. 뒤에서 축축 늘어지기에 제발 큰 병만 아니길 빌었는데.

기억이 너무 선명해. 살려줘.

000
- ...윤, 기야?

걔가 너한테 뭘 해주는데? 뭘 잘하는데? 한 번도 보러 안 내려갔어, 알아?

쾅.

병동의 책상을 내리쳤다.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손에 남은 붉은 자국.


김태형
...민윤기는, 아무것도 못 해. 아무것도.

하려고 한다면, 내가 그 손을 꺾어버리겠어.

네 방식은 00이에게 상처만 새길 뿐이야. 병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