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rment.
5:30 PM


000
- 아니, 나는.

000
- 윽,

네가 나를 거부하는 순간을 떠올리면 나는 더욱 아파져야만 한다.

000
- 나는,

000
- 너를 좋아하지 않아.

000
- ...미안해.

나는 너에게 다가갈 수가 없다.

입 뗄 시간도 없이 메모를 하던 7교시, 옆에서 자꾸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다.

짝은 아니지만 옆 분단의, 나를 계속 바라보고 있는 한 사람.

???
드디어 봤네.

000
응...?

???
이름, 까먹었어?

똑똑히 기억하니까 걱정 말아 줄래... 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눈빛이 조용히 하라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래서 그 말을 삼켜버린다.

000
...정호석이랬지.



정호석
응, 맞아.

목소리가 매력 있다고 생각했다. 멋지다고 생각했다.

정호석을 처음 봤던 것은 1학기 때에 언더그라운드 댄스 페스티벌에 놀러 갔을 때 춤추는 모습을 보고였었다.

굉장히 퍼포먼스적인 춤을 추고 내려온 정호석을 보고 내가 정말 멋있었다고, 작은 팬심에 뱉었었는데.

그때 싱긋 웃어주는 것이 예뻤다.

지금까지도 J-HOPE의 무대라면 찾아다니며 보고 있는데, 그런 나의 아이돌이 전학을 와버렸다는 것에 반은 기쁘고 반은 슬펐다.


정호석
기억해 줘서 고마워.

목소리가 달콤하면서 딱 나에게까지만 들려왔다.

000
아, 응. 응...


정호석
저기, 그것보다 네 뒤에 친구... 날 엄청 노려봐. 기분 탓일까?

또, 또 싱긋. 심장이 남아나질 않겠다. 그러고 돌아보자 나를 의식했는지 민윤기는 책에 필기를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 얼굴은 살짝 붉어진 것 같아, 책에 고개를 파묻고 한참 있었다. 제이... 아니, 정호석도 말이 없기에 그냥 그리 있었다.

선생님
그러니까 이 문제는, 000! 일어나서 풀어 봐.

000
아...?

선생님
000! 뭐 하니?

000
아! 네, 네...

000
그러니까 x는... 12.09...?

선생님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정답. 집중하자.


정호석
와, 잘 한다.

000
...넌 왜 이과로 와 있어.


정호석
나 예체능이야! 근데 시키는 게 너무 많아서, 여기서 도강 중이야. 크크.


정호석
졸업하면 스트릿댄서로 이직하지 뭐~.

000
그으렇구나.

귀엽다... 짱 귀엽다...! 입술이 하트 모양인데, 김태형과는 다른 유형으로 귀엽다.

000 남자 복 터졌네!

선생님
좋아, 이제 다들 필기 정리 해. 알아서 하라는 거지 놀라고 하는 거 아니야!


김지원
아, 복습이라니요 쌤.


정호석
이제 나 말고, 공부에 집중~. 00이는 물론, 공부 잘 하지만.

우리의 말이 끝난 뒤에도 내 심장은 너무 크게 뛰어대서, 숨이 안 쉬어질 정도였다.

한참 후 야자 때에서야 그를 찾아보니, 정호석은 어디에도 없었다. 민윤기 역시도.

000
아, 엄마.

엄마
어디쯤 왔어?

000
나 이제 시내 지나가는 길이야.

엄마
그래, 늦었으니까 조심해서 들어오고. 엄마 박카스 좀 사다주라. 피곤하다.

000
아아, 알았어 엄마.

달뜬 목소리로 잇던 전화를 끊고, 주위를 둘러봤다. 회색이 된 하늘과 늘어선 상가들에 마음이 놓였다.

???
- 윤기야!

익숙한 이름이 들린 듯해서 주위를 둘러보니, 한 여자아이가 민윤기를 붙잡고 서 있다.

아마 민윤기도 집에 가는 길이었겠지.


민윤기
...누구.

아, 쟤는 그냥 사람 안 가리고 아무한테나 반말을 하는구나.

???
네 여자친구지, 누구긴 누구야.

...시발, 쟤 여친 있는데 나한테 사귀자고 한 거였어?

쓰레기 아니야? 아무래도 좀 따져야겠,


민윤기
일방적으로 네가 쫓아다닌 거 아니었나? 뜯어낸 지 2년이야. 철없던 때 얘기고.

???
그렇지만 윤기야, 우리 진짜 끝이야?


민윤기
놔라, 뒤지게 맞기 싫으면.

아, 그냥 쟤가 좀 스토커인 거구나.

깜짝이야! 근데 좀 이상한 애네, 헤어지고 몇 년인데 저걸 쫓아다녀? 세에상에. 아침 드라마 보는 기분인걸.

내가 너였음 쪽팔려서라도 안 쫓아다녀, 이 년아!


민윤기
주시진. 날 놔, 이제.


주시진
윤기야!


민윤기
받아주는 것도 지겹다, 시발.


주시진
...너희 학교에 그 쓰레기같은 고딩 때문이야? 여우년에, 너 걔한테 고백까지 했다며?


주시진
눈 너무 낮아, 민윤기.

저거 내 얘기야?


민윤기
야, 걔는.


주시진
좋아! 그래, 너도 걔한테 넘어가셨겠다. 나도 이젠 태형이만 볼 거야. 너도 그 000인지 뭔지 하는 새끼 알아서 보호해!

아니 갑자기 김태형?


민윤기
...걔한테 붙어먹어주면 나야 고맙지.


주시진
뭐?


민윤기
000만 안 건드리면, 알아서 꺼져 줄게. 손가락 잘 놀려라.

...저 주시진인지 뭔지 하는 애 선배잖아! 저래도 되는 거야?

-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