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efighter
59.


"7층입니다-"

스르륵-


민윤기
....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윤기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상담센터를 찾았다

코너를 한 바퀴 돌자, [○○○ 심리 상담 센터] 라고 적힌 간판과 센터 내부가 유리문을 통해 보여지고 있었다


민윤기
..후우...

잠시 그냥 갈까 생각도 했지만, 이내 마음을 굳게 먹은 윤기는 센터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예약하고 오셨나요?"


민윤기
아 네..

"성함이?"


민윤기
민윤기 입니다

"민윤기 님.. 강유빈 선생님께 예약되어 있으시네요~"

"잠시 앉아서 대기해주세요!"


민윤기
네..

상담 센터는 소방서와는 많이 달랐다

밝고 화사한 조명에 색색깔의 깔끔한 인테리어까지, 보기만 해도 심신이 안정되는 느낌


민윤기
...'정말 나도...'


민윤기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는걸까..'

윤기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슬슬 머리가 복잡해 지려는 찰나,

"민윤기 님 3번 방으로 들어가주세요!"


민윤기
아, 네

치료를 위한 첫 문이 열렸다




강유빈
안녕하세요!

산뜻한 분위기의 젊은 선생님이 윤기를 맞이했다


강유빈
이리로 편하게 앉으세요~


민윤기
네..


강유빈
민윤기 님 맞으시죠?


민윤기
맞아요


강유빈
좋아요~ 저희 센터에 잘 오셨어요!


강유빈
우선 제 소개 먼저 드릴게요. 심리상담사 강유빈 입니다


민윤기
어.. 네.. 소방사 민윤기 입니다


강유빈
소방사시구나~ 무슨 일로 여기 오셨을까요?


민윤기
......

대답을 망설이는 윤기에게 유빈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강유빈
천천히 말씀하셔도 괜찮아요


강유빈
쉽게 말하기 어려운 문제인거죠?


민윤기
..어려운 문제기도 하지만..


민윤기
이야기를 꺼내면.. 그때의 상황이 계속 생각나요


민윤기
다시는 겪지도, 기억하기도 쉽지 않았던 그 상황이..


강유빈
..그렇군요...


강유빈
그래도 저한텐 말씀해주실 수 없을까요?


강유빈
내일이 돼도, 몇 주, 몇 달이 돼도 괜찮아요


강유빈
어쨌든 스스로 극복 하시겠다고 이곳까지 찾아 오셨으니, 조금 더 용기를 내보시면 어떨까요?


민윤기
......


강유빈
전 윤기씨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거예요


강유빈
맹세할게요


민윤기
...

부드럽지만 단단함이 있는 그녀의 목소리 때문인지

나의 상처를 보듬어 주겠다는 그 한 마디의 위로 때문인지

한 단어, 한 문장이 차례차례 입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민윤기
..가정집 화재였어요


민윤기
어머니와 아이 둘이 집 안에 갇혀 있었는데..








민윤기
..백드래프트로 아기는 결국 죽고, 저도 아직까지 등에 상처가 남아 있어요


민윤기
살아남은건 다행이지만... 그때 아기도 같이 살았더라면...


민윤기
...차라리 아기 대신 제가 죽었었다면...

탁-


강유빈
윤기씨!


민윤기
...?

유빈은 윤기의 손등 위에 손을 겹쳐올렸다

살짝 놀란 윤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유빈을 바라봤고, 유빈은 그 눈을 지긋이 응시하며 말을 건넸다


강유빈
힘 빼셔도 돼요


민윤기
..아...

윤기는 그제서야 자신이 잔뜩 경직된 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꽉 쥔 주먹과 얼굴에서는 식은땀이 흘렀고, 바닥만 보고 있던 눈이 정면을 향하자 조명 빛이 눈부시게 비추었다


강유빈
고마워요. 이야기 해줘서..


강유빈
...많이 힘들었죠?


민윤기
.......


강유빈
...이제 차차 괜찮아질거예요


민윤기
...


민윤기
정말... 그럴 수 있을까요


민윤기
제가...


강유빈
당연하죠. 꼭 나아질 수 있어요


강유빈
안타깝게 떠나간 그 아이도, 상처도, 모두 이젠 아프지 않도록..


민윤기
...


민윤기
감사합니다..


강유빈
제가 뭘요. 이제 상담시간도 거의 끝나가는데, 슬슬 마무리 할까요?


민윤기
아, 네. 그럼 이만..


강유빈
안녕히가세요! 다음 예약일에 봬요!



03:09 PM
어느새 3시가 훌쩍 넘은 시각, 윤기는 오묘한 기분으로 센터를 나섰다

단 한번도 누군가에게 이야기 한 적이 없던 나의 이야기..

정말 희망이 보이는걸까?


민윤기
..그러면 좋겠다

지잉- 지이잉--


민윤기
...?

[ 발신자: 석진이형 ]


민윤기
여보세요?


김석진
-윤기야 우리 비상이야!!! 상가 건물 화재인데 초기 진압팀이 너무 늦어서 불길이 다 번졌어!!


김석진
-너 오늘 그 뭐냐, 상담은 다 끝났고?!


민윤기
네 지금 갈게요..!


김석진
광연시 나례구 OO사거리에 학원 상가 건물로 와!! 우린 출동중이니까..!!


민윤기
알았어요!!

뚝-


민윤기
......

사고 이후의 첫 출동 명령이,

발령되었다